제주항공, 재무건전성 개선 집중…화물사업 확장 여부 '주목'
산은 발행한 영구채 400억원 상환에 비용 절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의사
사업 확장 고려한 재무구조 개선 의견도
공개 2024-01-1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1일 16:5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지난 5일 이자 8%대의 영구채 400억원을 상환하면서 향후 화물 사업 확장을 고려한 재무 체력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항공은 화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020560) 화물사업부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규모가 제주항공 총 자산의 80%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에 참가하기 위해선 최대한 이자 비용 등 필요성이 낮은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높아진 수익성을 바탕으로 비용 줄이기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주항공)
 
부채비율 조정보다 비용 지출 감축에 방점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산업은행(기간산업안정기금 포함)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8.25%(447만3198주)에서 3.21%(267만295주)로 5.04%포인트 감소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제2회 영구전환사채 400억원을 제주항공이 중도상환(2020년 12월28일 발행)하면서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낮아진 것이다.
 
 
제주항공의 부채 감축 기조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코로나19가 끝나고 항공업계 업황이 크게 반전되며 어려운 시절 발행한 영구채를 가지고 있을 필요성이 작아졌다. 게다가 해당 영구채는 발행일 3년 이후부터는 매 1년마다 이자가 0.5%포인트씩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이 있기 때문에 중도에 상환할 경우 영구채지만 상환할 경우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해당 영구채의 이자율은 7.68%로 비슷한 시기 발행한 회사채 이자(2.64%)보다 훨씬 높다. 이에 비싼 이자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하에 영구채 상환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영구채의 연간 이자는 31억원 수준으로, 올해 이자율은 33억원 수준으로 증가한다.
 
제주항공이 적극적으로 부채 상환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업황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제주항공의 매출은 1조2422억원, 영업이익은 143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에 비해 매출(4031억원)은 208%, 영업손실(1962억원)은 흑자전환했다.
 
아울러 영업현금흐름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22년 3분기 제주항공의 영업현금흐름은 93억원 흑자였지만 지난해 3분기 3083억원으로 33배가량 늘었다. 투자현금흐름(177억원 적자)과 재무현금흐름(1878억원 적자)을 모두 고려해도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028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543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1959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다만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영구채를 상환하면 상환액수만큼 자본금이 줄어든다. 따라서 부채비율 감소 효과는 없다. 그러나 이자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에서 영구채 상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주항공은 비용 지출을 줄여 수익성을 확대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이 고이율 부채 상환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총 자산의 83%이상 전망 화물사업 인수 규모
 
이에 업계에서는 이에 제주항공이 향후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를 염두에 두고 본격 이자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인수 규모가 제주항공의 총 자산 규모의 83%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업황이 좋을때 지출 비용을 줄여놔야 향후 인수 이후를 버틸 여유가 생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가는 50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이 인수에 참가할 경우 인수자금뿐 아니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부채까지 떠안아야한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부채는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소 1조5000억원의 인수 부담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이어져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총 자산은 1조8483억원으로 1조5000억원을 떠안기에는 다소 부담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향후 비용 지출, 현금흐름 등이 인수 소화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황이 올해 2019년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항공의 현금흐름도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은 4050억원, 올해는 4390억원, 2025년에는 4820억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한편 항공 화물에 대한 수요는 관련 업계에서는 항공 물류 산업의 성장도 제주항공의 인수 참가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라 보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의 불안함이 항공화물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기간동안 호황을 맞은 항공 화물 사업이 코로나19 종료 수순에 따라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예맨 후티반군의 홍해 운항 상선 공격하며 수에즈 운하 통행이 제한되고 있고 파나마운하도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이에 항공 화물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인천에서 출발하는 항공화물에 예약이 쏠리고 일부에서는 중국 등 해외 항공화물에도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항공 화물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도 화물사업을 시작하며 저렴한 운송 단가 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의 화물 실적도 성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화물 매출은 2021년 52억원, 2022년 206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248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화물 물량도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의 화물 운송 물량은 같은 기간 2만4005톤, 2만6600톤, 1만7091톤을 기록했다.
 
제주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가능성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현재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며 인수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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