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 충전소 시장도 각축전…스타트업까지 '삼파전'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2022년 6000억원에서 2030년 10배 성장 전망
국내 기업 현대차·해외 업체 BMW 두각…스타트업은 틈새 공략
공개 2023-11-03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1일 17:0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정부가 전기차 충전소 구축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국내 전기차 충전소 시장이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 대수가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충전 인프라 부족이 꼽히는 만큼 전기차 충전 시설에 대한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까지 삼파전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시장 규모 증가에 국내외 대기업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국내 전기차 충전기 지원 예산을 2023년 3050억원에서 내년 4635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2030년 전기차 420만대 보급 목표 발표를 한데 따라 국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대수는 123만기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전기차 성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충전 인프라 확충은 시급한 요소로 꼽힌다. 국민위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이용자의 70% 이상이 ‘충전소 부족과 장기간 충전시간 소요’를 불편한 점으로 선정했다. 지난 5월 환경부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45만대, 충전기는 약 24만기를 기록했다.
 
국내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기 보급 대수는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는 전년 대비 증가율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2022년 0.6조원에서 2030년 6.3조원까지 1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현대차(005380)가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충전서비스 업체 한국전기차충전비스를 지난 2021년 50.1%에 인수하고, 통합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론칭했다. 현재 이피트충전소는 서해안 고속도로 화성휴게소, 국립중앙과학관 등 도심 및 고속도로에 충전소 41개소, 충전기 214개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충전기를 2500기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LG(003550)그룹은 전기차 부품(전장) 사업에 이어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애플망고’의 지분 100%를 약 100억원에 인수했다. LG전자는 지분 60%로 1대 주주를 자처하고, GS칼텍스는 34%, GS네오텍이 6%로 공동 인수했다. 이미 주유소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GS(078930)와 협력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충전소 운영 사업은 LG유플러스(032640)에서 담당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각각 250억원을 투자한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SK(034730)그룹은 SK시그넷을 지난 2021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시그넷이브이’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SK시그넷의 경우 국내보다는 해외가 주 무대다. 지난해 매출 비중은 국내 18%, 해외는 82%를 차지했다. SK시그넷은 지난 6월 텍사스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충전 시간을 10분대로 줄인 급속충전기 V2를 선보였다. 통상 급속 충전기 충전 시간은 30분이 넘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의 충전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사진=현대자동차]
 
BMW, 내년까지 충전기 2100기 설치 목표

독일 완성차 업체인 BMW도 전기차 충전소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까지 국내에 누적 전기차 충전기 1100기를 설치할 예정인데, 내년에는 공공 전기차 충전기 1000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합치면 국내에만 2100기 규모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게 된다. 현대자동차가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2500기를 설치할 계획인 것을 고려하면, BMW는 내년에 단일 업체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 충전소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BMW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원사 중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충전기반시설보조금을 받고 있는 상태다. 또한 국내 업체들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와는 급속 충전기를 개발 및 생산하고, GS에너지와는 충전 인프라를 공급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초 발표한 글로벌 고출력 충전(HPC) 네트워크 구축 계획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에 고출력 충전기를 1만대 이상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국내에 있는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 급속 충전기와 완속 충전기 각각 100여개를 확보했다. 아우디는 국내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충전기 50기를 보유 중이다.
 
스타트업은 틈새시장 공략…기술력 등 차별화 전략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는 국내외 대기업 외에도 중소 스타트업들이 알짜배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급속 충전 네트워크 워터는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스루(DT) 전기차 급속 충전소인 ‘워터 양양 서피비치’를 열었다. 총 6대 차량을 동시 충전할 수 있는 양팔형 급속 충전기 3대가 설치됐다. 급속 충전을 이용한 뒤 정차한 방향 그대로 충전소를 빠져나갈 수 있게 사선 정차 방식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2025년까지 양양·보령·태안 등 전국 100개소에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만들 방침이다.
 
충전소로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충전 차량 배달 서비스도 있다. 티비유와 에바 등은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고 있다. 티비유(TBU)는 충전 플랫폼 일렉베리를 통해 충전 수요가 있는 곳에 배터리팩을 탑재한 차량을 보내준다. 에바(EVAR)는 롯데오토케어, SK렌트카 등과 협력한 서비스를 마련했다. 렌터카 사용자가 급히 충전이 필요할 때 전기차 충전기가 들어 있는 벤(VMC)을 제공한다.
 
국내 전기차 충전 업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최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대기업까지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에 들어서면서 과점 체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큰 충전소 사업의 경우 대기업들이 들어온 덕분에 시장 규모 확대가 더 빨라진 측면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대기업들이 최근 3년 새 유망한 전기차 충전 업체들을 인수했다”라며 “충전소 사업은 중소기업이 대규모로 하기에는 어렵다. 대기업이 들어와서 자본, 인력, 인프라가 많으니까 시장 규모도 커졌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충분한 자본을 받고 인수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 개념인 것으로 볼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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