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해외부동산 경고음)①미주·유럽의 무너지는 바벨탑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확산…오피스 가격 하락 이끌어
미국 오피스 시장 공실률 19%…추가 상승 우려도
시장의 뇌관 된 해외부동산 펀드 판매액 1조원 상회
공개 2023-10-16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14:5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유망한 대체 투자처로 평가받던 해외부동산이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증권업계에선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기대하며 미주와 유럽 지역 오피스와 호텔, 물류센터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재택근무 확산과 고금리 상황에서의 인프라 감축으로 해외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졌고, 이는 잠재적인 부실 리스크가 됐다. 이에 <IB토마토>는 근원적인 해외 부동산 시장의 침체 원인부터 각 증권사들의 리스크 요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2023년 국내 증권업계에선 해외부동산 투자가 새로운 바벨탑이 됐다. 고민할 필요 없이 오래도록 안정적인 수익이 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코로나19 이후 전혀 바뀐 세상에서 무너졌다. 재택 근무의 확산과 그로 인한 공실률 확대는 상업 부동산 시장의 역사상 유례없는 하락을 낳았다. 이런 와중 판매고를 기록한 해외부동산 펀드는 증권업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무너지는 바벨탑...금융권 마지막 리스크 해외부동산
 
(푸른 바벨탑, 피터르 브뤼헐, 1563년 작)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총 55조8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별 자산 보유액을 살펴보면 △보험 31조7000억원(56.8%) △은행 9조8000억원(17.5%) △증권 8조3000억원(15.0%) △상호금융 3조7000억원(6.7%) △캐피탈 2조1000억원(3.8%) △저축은행 1000억원(0.2%) 순이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5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전체 64.2%를 차지했고, 이어 유럽 지역이 11조원(19.6%), 아시아 지역이 4조2000억원(7.4%)으로 뒤를 따랐다.
 
금융감독원은 고금리 지속에 따른 해외 부동산 위축과 손실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는 총자산 대비 1% 미만으로 손실이 나도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금융당국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증권사의 부실률과 연체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외부동산 가격의 대세적인 하락이 부실채권비율 상승 등 증권업계 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9월19일 발행한 '국내 증권사/보험사의 해외 CRE(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및 대응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7개 증권사의 자본 규모 대비 해외 대체 투자 손실부담률은 평균 6.5%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규모 대비 손실 부담에선 대형사의 경우 평균 70.3%로 나타났고, 최대 225%에 달하는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평균 27.1%에 최대 150.9%로 대형사보다는 상대적으로 해외 부동산 리스크에선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재택근무 확산 등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유럽과 미국의 오피스의 공실률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미국의 경우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택근무 보편화로 인한 근본적으로 오피스 수요 감소가 이뤄졌고 유럽의 경우 경기 둔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미국와 유럽 지역의 공실률이 높아진 만큼 손실을 감당해낼 수 있는 수익성 확보가 중요해졌다"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인 바벨탑 붕괴 현상
 
최근 금융권 해외부동산 투자 자산의 부실화 우려는 코로나 이후 북미와 유럽 지역의 오피스 건물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하락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스티븐 칼리고르 BHI 부사장 (사진=BHI)
 
이스라엘계 미국 상업은행 BHI의 스티븐 칼리고르(Steven Caligor) 부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직장 내 업무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극적인 변화가 상업 오피스 부동산의 가격 변동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칼리고르 부사장은 "원격 근무 추세 확대로 1분기 미국에 500만 평방피트 이상의 오피스 공급이 시장에 있었다"라며 "이로 인한 전 미국 오피스 시장공실률은 19%로 5분기 연속 증가했고 오피스 영역에 이어 관련 소비자 지출 하락에 따른 지역 쇼핑센터를 비롯하 상업 부동산 공실률은 지난 4분기 동안 10%의 공실률을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사진=콜리어스 인터내셔널)
 
실제 캐나다 부동산 회사 콜리어스 인터내셔널(Colliers International)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오피스 시장 자산건전성 악화는 2023년 2분기에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오피스 시장 공실률은 16.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실적도 계속해서 둔화돼 현재 미국에서 건설이 진행 중인 면적은 8840만 평방피트로, 이전 최고치인 2020년 3분기 1억6400만 평방피트 대비 46% 감소했고, 신규 공급지수도 2021년 2분기와 2022년 2분기 기록한 75.2와 50.7에서 2023년 2분기 45.1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공실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임대요율은 대체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지급 임대료 계약에선 임대료 일부를 환불해주는 조건이 붙는 계약 조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뉴볼드(stephen newbold)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이사는 "오피스 시장 공급과 수요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대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공실률을 갱신해 추가 상승 압력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시장의 뇌관 된 해외부동산 펀드
 
공실률 증가에 따른 오피스를 중심으로 한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에선 해외부동산 펀드 만기가 시장의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까지 증권업계에선 안정적인 수익률로 해외부동산 펀드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판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개인 대상으로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판매액은 1조478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는 2만7187명에 이른다. 법인 판매(381개사·2279억원)까지 합친 규모는 1조2757억원이다.
 
해외부동산 펀드 운용 및 판매 실적 (사진=윤창현 의원실)
 
운용사별로 실적을 살펴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4963억원)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이지스자산운용(473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926억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925억원), 등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운용이 이뤄졌다.
 
펀드판매 금융 순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총 5087억원어치 펀드를 판매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KB국민은행이 2779억원 △하나증권 911억원 △하나은행 910억원 등의 순이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통 해외 부동산 투자 시 펀드 만기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가 많을 것"이라며 "해외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자산가치평가 및 엑시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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