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증권사 열국지)③현대차·한화증권, 막내 위상 '업'…성장전략 차별화
양사 대표 2023년 상반기 목표 완수
IB부문 실적 저하·건전성 지표 하락 '이중고'
현대차는 리테일·한화는 해외 진출로 수익성 강화
공개 2023-09-22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17:5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재계순위 3위와 6위의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에서 막내아들 격이다. 매출액은 모기업 대비 현대차증권(001500)이 5% 내외, 한화투자증권(003530)은 10% 내외에 그친다. 하지만 양사의 수장들은 지난 상반기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위상을 높였다. 부동산 리스크 등의 공통적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각각의 특색을 살려 성장성을 키우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소방수와 수문장 역할 뚜렷하게 나뉘는 양사 대표
 
(사진=현대차증권, 한화투자증권)
 
재계서열 3위와 6위 그룹사의 증권계열사 대표가 이번 상반기에서 각자 부여받은 목표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적자에 늪에 빠졌던 한화투자증권에 소방수로 투입된 한두희 대표이사는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수문장 역할을 부여받은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는 4년 연속 1000억원 영업흑자 기록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36억원, 순이익 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분기에 이은 2분기 연속 흑자로 상반기 전체 실적으론 영업이익 548억원, 순이익은 370억원에 이른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금리 인상과 증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연간 실적에서 매출 2조1143억원에 영업이익은 불과 438억원에 불과했다. 자산관리 부문과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 탓으로 같은 기간 순이익은 47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순손익 적자 전환은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었다.
 
이어진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한두희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소방수로 투입됐다. 적자의 늪에 빠진 한화투자증권을 구하기 위해 한 대표가 집중한 것은 수익성 강화였다. 지난 상반기 한화투자증권의 매매거래 수익은 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법인영업은 2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 이상 성장세를 나타났고, 기존 강점을 가진 자산관리(WM) 부분 수익에서도 7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9%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주가연계증권(ELS)과 채권 리스크는 줄여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이뤄냈다.
 
현대차그룹의 증권사인 현대차증권은 올해 3월 최병철 대표의 연임이 결정됐다. 최 대표의 역할을 실적 수문장이었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선제적인 채권 자산관리와 부동산 자산운용으로 실적방어에 성공했다. 2022년 실적방어의 공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한 최 대표는 올해에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22년 당기순이익 871억원을 기록해 중형증권사 중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순익 감소폭도 26.02%로 중형 증권사 중 가장 적었고, 영업이익은 1146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사수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30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지금 같은 실적이 유지될 경우 4년 연속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최 대표가 취임한 2020년부터 영업이익 1000억원을 상회하는 기록을 이어왔다. 올해에도 1000억원 영업이익 달성 시 4개년 연속 영업이익 1000억원 유지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부동산 리스크는 여전한 숙제
 
상반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두 회사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앞서 두 개 회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업망을 기업금융(IB) 부문 강화를 통한 실적으로 극복해왔다. 하지만 올해에도 이어진 고금리와 최근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 관리는 양사 모두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과 13일 현대차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마주한 리스크로 부동산 관련 자산 위험도 증가에 따른 건전성 저하를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2020년 이후 부동산 관련 자산의 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브릿지론으로 참여한 사업장의 공사 지연으로 만기 연장, 본PF에선 지방 광역시 소재 오피스텔, 상업시설의 분양률 저조에 따른 자산의 건전성 저하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대차증권의 2023년 6월 말 요주의이하자산 규모는 1947억원으로 요주의이하자산 중 고정이하자산은 10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증권은 현재 고정이하자산의 경우 공매, 미분양담보대출 전환 등을 통해 회수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평가에선 자기자본 대비 위험 익스포저 비율이 2023년 6월 말 226.0%로 2022년 말 기록한 186.5%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규모는 66.7%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우발부채 중 부동산 경기 변동에 노출된 PF관련 비중이 약 5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근 증권가의 화두가 되고 있는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우발부채에 대한 셀다운(Sell-down, 인수 후 재매각) 상황이 관리돼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재 증권업계는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영업실적에 변동성이 내재한다"라며 "향후 금리 수준과 부동산 경기에 따른 IB부문의 자산건전성 위험도 높아질 수 있어 향후 재무안정성 관리가 중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양사 모두 재벌집 막내지만…성장동력 찾기는 안과 밖으로 대조
 
재벌집 막내아들은 2022년 찾아온 위기를 드라마 주인공처럼 지혜롭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기존 증권업계 성장성을 책임졌던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한 IB가 부진한 지금, 양사의 사업 성장 계획은 안팎으로 방향이 나뉜다.
 
현대차증권의 성장성은 안으로 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임직원의 퇴직연금 운용을 기반으로 증권업계 퇴직연금 규모 2위를 기록한 만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확대에도 시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증권 강남프리미어PB센터 (사진=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은 중형 증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어라운지와 프리미어PB센터를 개장했다. 서울 강남과 경남 울산광역시에 개장된 해당 센터는 자산별 전문 PB서비스 제공과 문화행사를 비롯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성모 현대차증권 리테일본부장은 <IB토마토>에 "강남프리미어PB센터의 프리미어 자산케어 서비스를 통해 VIP 자산관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VIP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최적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왼쪽)와 캐서린 함발리 칩타다나캐피탈 커미셔너. (사진=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 4월 베트남 현지 온라인 증권사 인수를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2021년 싱가포르 법인 출범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 인수를 진행했다. 현지 영업망을 갖춘 회사 인수를 통해 초기 사업 구축 비용을 줄이고 사내 유보 현금을 인수에 활용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이자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전사적으로 동남아 디지털 금융 영토 확장을 위한 노력으로 동남아 지역 진출을 진행 중에 있다"라며 "성공적으로 진출에 성공한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디지털 종합금융회사로 성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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