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프세미, 적자사업 팔고 틈새시장 공략…성공 가능성 '미지수'
4년 누적적자 433억원…LED 사업 분할 후 매각 추진
LED 대신 LFP로…전기차 대신 산업용 납축전지 시장 눈독
매출발생 예정 시기 불분명…CB자금 납입 연기 불안 확산
공개 2023-09-04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4:3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알에프세미(096610)가 고착화된 적자 기조를 끊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부를 분할 후 매각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신사업으로 분류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노리고 있다. 다만, 배터리 매출 발생 시기가 불분명하고 사모 전환사채(CB) 납입이 수차례 연기되는 등 불안한 모습도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에프세미는 LED 조명 사업부의 물적분할 절차에 들어갔다. 물적분할을 통해 LED 사업부는 알에프엘이디라는 법인으로 신설된 후 알에프세미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알에프세미는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특히 LED 사업부의 누적 적자가 심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9~2022년 LED 사업부의 누적적자는 204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31억원 적자가 발생했다.
  
 
'영업손실 비중 60%' LED 사업 매각 추진…별도 흑자전환 최우선 과제
 
LED 사업부의 영업적자는 2019년 11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으로 약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반도체 사업 부진까지 겹치면서 알에프세미의 2019~2022년 연결 기준 누적 적자는 433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LED 사업부에서 31억원, 반도체 사업부에서 1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턴어라운드에 실패했다. 반도체 사업부의 경우 적자 폭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1.0% 줄었지만, LED 사업부는 오히려 84.4% 확대된 상황이다.
 
영업적자가 계속되자 알에프세미의 최우선 과제는 흑자전환으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LED 사업부의 영업손실 비중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어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LED 사업부는 알에프엘이디라는 법인으로 신설되고, 알에프세미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분할 기일은 10월24일로 예정되어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100%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연결 기준으로는 개선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회사 측은 알에프엘이디를 중단사업으로 분류해 더 이상의 투자를 막고, 별도 재무제표상 영업손익이라도 개선해보겠다는 의도다. 알에프세미는 알에프엘이디가 신설된 후 원가절감, 경쟁력 제고로 기업가치를 적정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지분 매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정환 최고재무책임자(CF)는 "흔히 유망사업을 통해 주가가 고평가됐을 때 분할해 매각하는 물적분할 형태와 정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라며 "존속회사는 반도체와 2차전지 사업에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에프세미의 LFP 배터리 타겟 시장 (사진=알에프세미)
 
LFP 배터리 사업, 전기차 아닌 산업용 납축전지 시장 겨냥
 
지난 6월 진평전자는 알에프세미에 3자 유상증자 형태로 200억원을 지원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시에 진평전자→알에프세미→홍콩진평→상해·산시란완진평의 LFP 배터리 사업 수직계열 구조를 완성했다. 계열사에서 셀을 만들면, 알에프세미가 공급하는 형태로 영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셀을 이용한 배터리 패킹 기술은 연구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알에프세미가 공략하는 시장은 전기차용이 아닌 산업용이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이미 중국 CATL이나 비야디(BYD)의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탓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알에프세미는 골프 카트와 같은 소형 전기차, 미니 트럭, 전기 스쿠터나 지게차 등의 산업용 소형 모빌리티 영역을 노리고 있다.
 
산업용 전지는 대부분 납축전지가 쓰이는데, 납축전지 업계와 알에프세미는 납축전지가 리튬 기반 배터리로 점점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에프세미는 산업용 전지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7조원, 국내 시장만 3133억원에 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알에프세미가 고착화된 적자 사업부 분할 후 매각, 27조원 규모의 배터리 시장을 노린다는 소식에 시장은 환호했다. 30일 기준 종가는 1만6120원으로 상한가를 달성했다.
 
매출 발생 예상 시기 불분명…CB 납입일 10월까지 연기로 불확실성 확대
 
다만, 배터리 사업의 매출 발생 예상 시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기존 사업과 배터리 사업에 큰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현덕수 리튬전지사업본부장은 "8월부터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제공해서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며 "테스트가 끝나는 시점에서 구체적인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구본진 대표이사는 "전 세방전지 CEO인 박광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롯해 배터리 관련 인력들이 합류했다"라며 "동남아시아와 유럽에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블랙펄1·2·3호로부터 받기로 한 CB 대금 납입이 수차례 연기된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알에프세미는 운영자금을 위해 블랙펄1·2·3호에 총 600억원 CB를 발행, 당초 납입 예정일은 6월 중순이었으나 10월31일까지 연기된 상황이다. CB 전환 청구시 진평전자 지분율 변동 등 향후 경영권 보장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기일을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알에프세미는 상반기 별도 기준 단기성차입금은 약 85억원이지만, 현금성자산은 25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기준 분할 후 신설법인이 가져가는 현금성자산이 약 10억원이고, 배터리 영업을 위한 비용을 고려하면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정환 CFO는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납입은 당연히 될 것이고 회사 차원에서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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