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임이랑 기자]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의 운용사 한국신용데이터(이하 KCD)가 대외적인 상황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KCD는 해외 투자자로부터 1000억원 상당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영상 목표인 '특화은행' 설립은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 파산을 지켜본 금융당국의 입장 선회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콘 기업 위상 높여가는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사진=한국신용데이터)
30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KCD는 최근 뉴욕 소재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 택티컬밸류(Morgan Stanley Tactical Value, MSTV)로부터 10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KCD의 기업가치는 약 10억달러(1조3000억원)로 껑충 뛰었다.
KCD는 설립 이후 다양한 투자사와 전략적투자자(SI)들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일례로 KB국민은행, KB증권, 케이클라비스, 유경PSG 등이 KCD에 투자했다. 지난해 진행된 시리즈D 투자 유치에서 KCD는 기업가치(EV) 9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한발 더 다가갔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KCD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KCD는 지난해 아임유, 한국결제네트웍스(구 파이서브코리아) 등을 인수하며 10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사용했다. 포스(POS) 전문기업인 아임유의 경우 지분 50%를 80억원에 인수했으며, 지불결제 솔루션 기업인 파이서브코리아에 대해서는 지분 100%를 94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KCD의 공격적인 M&A는 현금성자산에 큰 압박을 줬다. KCD의 2022년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38억원으로, 지난 21년말 486억원보다 51.05% 감소했다.
이 같은 현금성자산의 감소로 KCD는 한 번 더 투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고, 이번엔 해외 투자자인 MSTV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받는데 성공했다.
KCD가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캐시노트가 있다. 이번에 MSTV로부터 투자받은 투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캐시노트 고도화에 쓰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회사의 주력인 캐시노트는 전국 약 200만개 사업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사업자 맞춤 금융 및 장터(B2B 마켓) △소상공인 지원 정책 정보 △사장님 전용 커뮤니티 △장부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KCD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KCD의 연결 기준 매출은 지난 2021년 39억원, 2022년에는 5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KCD는 캐시노트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KCD는 올 초부터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KCD가 설립하고자 하는 특화은행이란 기존 대형 은행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는 소규모 은행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레볼루트 △몬조 △스탈링뱅크 △메트로뱅크 △아톰뱅크 등이 있다.
앞서 KCD가 특화은행 설립 의지를 드러냈을 때만 하더라도 외부적 요인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핀테크 기업 대표들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금융업의 실질적 경쟁 촉진과 혁신 방안' 간담회에서 해외의 특화은행 성공사례를 거론했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반응에 KCD는 특화은행 설립을 통해 130만개 사업장에 도입된 캐시노트를 바탕으로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들에게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VB 파산에 위기 맞은 특화은행 설립
하지만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소규모 특화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라는 큰 변수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SVB 파산을 지켜보며 특화은행 설립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입장을 선회했다.
실제 지난 5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특화은행의 경우 현재도 이미 다양한 특화된 은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라며 "미국 SVB 사태에서 보듯이 특화분야로의 쏠림에 따른 리스크 등도 감안해야 한다. 이들 특화은행 서비스 제공 업체의 경우 일반은행보다 완화된 인가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KCD는 특화은행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인터넷은행의 설립인가 기준은 자본금 요건이 250억원으로 시중은행(1000억원)보다 적지만 인건비 등의 추가 부담이 따른다.
문제는 KCD의 영업 손익이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D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304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말 236억7300만원보다 손실액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당기순손실도 전년 말보다 117억8600만원 증가한 369억3197만원이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투자를 확대하면서도 캐시노트를 제외하고서는 아직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다.
다만 매출은 559억원으로 전년말보다 165억원 증가했는데, 회사 측은 잇단 투자 유치와 사업 저변 확대가 이어지고 있어 영업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KCD가 특화은행에서 인터넷은행으로 설립 방향을 전환했다 하더라도 기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의 경쟁자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방향을 틀어 특화은행이라고 하더라도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KCD가 이들은행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도 특화은행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특화은행의 설립이 시중은행들의 모험투자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KCD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캐시노트 고도화에는 기존에 없었던 매출 추이, 날씨와 같이 해당 매장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상품 추천을 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 라운드에 산정된 기업 가치는 글로벌 투자자인 MSTV의 면밀한 검토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화은행 설립과 관련해 "KDC의 소상공인 관련 전문성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인 한국평가정보를 설립하고 인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인정받았다"라면서 "현행 제도 하에서는 소상공인 특화은행이라고 말씀드렸지만 형식면에서 인터넷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구현하는 건 금융당국이 안내해 주는 대로 저희가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여전히 투자 라운드를 닫지 않고 진행 중에 있다"라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연간 전체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정확한 매출 숫자는 회계 법인의 감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비공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임이랑 기자 iyr62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