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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영 포스코기술투자 전략투자실장
투자 혹한기 속 1300억원 이상 투자…벤처생태계 활성화
시장 어려울수록 옥석 가리기 기회…궁극적으로 성과는 나아질 수 있어
ESG 기준 명확하지 않으면 오히려 리스크 커…투자 기준의 핵심
공개 2023-08-28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포스코기술투자는 투자 혹한기로 불렸던 지난해 1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벤처생태계에 불어 넣었다. 바이오, 자율주행, 콘텐츠 기업 등 산업 영역을 가리지 않고 투자를 단행했다. 안구영 포스코기술투자 전략투자실장은 포스코그룹의 전략 하에서 포스코기술투자가 홀딩스 전용 밴처캐피탈(CVC), 고유계정 투자, 외부 유한책임투자자(LP) 연계 CVC를 병행해 투자 시장 변동성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분야는 다양하지만, 기준은 뚜렷하다. 안 실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ESG 경영기업에 대한 엑시트(자금회수) 우려도 존재하지만, 안구영 실장의 시선은 정 반대다. 오히려 ESG가 동반되지 않으면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상장기업들은 상장기업과 달리 공시 의무가 없고 감독 관리가 느슨하기 때문에 ESG가 바탕이 되어야 기업의 토대와 방향성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투자에 접목하고, 주요 대학 기술지주 등과 투자 경영 전략 협력을 이끌어냈다. 안 실장은 카이스트에서 교수 창업과 멘토링 자문위원으로 3년째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포스코는 22년 3월부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됐다. 포스코기술투자는 그룹 전략에 맞춘 투자와 성장을 추구하고 있어 강력한 투자 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 경쟁력을 더 확대해 그룹 전략 분야 투자와 미래성장 유망분야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안구영 포스코기술투자 전략투자실장 (사진=IB토마토)
 
다음은 안구영 포스코기술투자 전략투자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포스코기술투자에서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경영전략 기획과 전략 투자를 맡고 있다. 고유계정과 CVC 투자도 직접 맡고 있다.
예전에는 기업금융, VC, 고유계정 투자 파트가 있었는데 2021년부터 그룹 방침에 따라 기업금융은 엑시트을 했다. 그룹에서 추구하는 사업 방향에 맞는 투자를 우선하기 위해 CVC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작년 혹한기였던 벤처시장에서도 활발한 투자활동을 펼쳤다. 투자 동력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었나.
△외부 VC는 주로 재무적투자자(FI)에 많이 치중돼서 투자 섹터가 위축됐을 때 영향이 크게 나타났을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큰 전략 하에 연계성을 갖고 있고, 외부 VC와 구조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홀딩스 전용 CVC, 고유계정 투자, 외부LP 연계 CVC 가 있어 투자 시장 변동성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그룹 경영진이 포스코기술투자의 역할에 대해 많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크게 위축되더라도 충분히 동력을 이어갈 수 있었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었다.
 
-특히 산업 영역을 가리지 않고 투자가 진행됐다. 산업분야나 투자기업을 선정할 때의 기준이 궁금하다.
△ESG 기준에 의해 투자 섹터를 명확하게 나누고 있다. 외부LP 연계 CVC펀드가 개설되면 정부 모태펀드나, 상품펀드 형태로 섹터에 맞춰 투자가 이루어졌다. 홀딩스 전용 CVC의 경우 100% 그룹에서 LP 출자된 펀드이기 때문에 전략 연계 투자가 이루어진 부분이 있다. 고유계정도 유망분야, 첨단분야 섹터가 다 나누어져 있다.
여러 분야가 있기 때문에 산업 영역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ESG위원회와 내부 투심위원회를 통해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전략 투자 섹터는 철강,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Agri-bio(농업 바이오) 및 미래성장 유망분야까지 포함해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기업의 ESG 부합 기준을 강화하는 배경과 청사진은 무엇인가?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는 없는가?
△ESG가 가장 중요하다. 투자할 때에는 기술의 완성도, 회사의 시장 내 경쟁력, 포스코그룹과의 전략적 연계성을 고려해야 한다. 내재화나 기업공개(IPO) 형태로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기업경영의 투명성이나 환경적인 측면, 사회 윤리적 측면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앞단이 잘돼있다 하더라도 ESG 기준이 뚜렷하지 않으면 회사의 방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ESG가 동반되지 않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다 갖고 있더라도 비윤리적, 비환경적 기업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ESG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장기업들은 감독 기관이 있지만, 비상장기업들은 ESG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본적인 바탕이 흔들리게 된다. 성장을 믿고 투자했는데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우리가 투자는 하지만 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100% 끌고 갈 수는 없다. ESG는 회사의 토대와 방향이 되는 셈이다.
 
안구영 포스코기술투자 전략투자실장 (사진=IB토마토)
 
-소개할 만한 포트폴리오나 기억에 남는 투자 경험이 궁금하다.
△그동안 VC는 심사 업무에 치우치고, 딜을 발굴하고 심사하는 역할을 했지만 한 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투자에 접목하려고 했고 어느 정도 정착을 하고 있다. 국내의 우수 기관을 같이 오픈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바이오협회, 키스트, 주요 대학 기술지주 등과 투자 경영 전략 협력 MOU를 체결했다. 카이스트에서는 교수 창업, 멘토링 자문위원으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투자 발굴과 네트워크 구축을 개인이 아닌 조직에 내재화 시키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체제화를 시켰고 지금은 직원들도 잘 따라와 주고 있다.
CVC 사업부서와 투자한 기업 중에는 티이엠씨(425040)(TEMC)가 있다. 투자 대비해서 3~4배 성장한 상황이다. 리튬메탈 제조기술보유 니바코퍼레이션과 탄소나노튜브(CNT) 분산기술 기업에 CVC전략투자가 되었고,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에어레인이라는 기업에도 본 계정 투자가 이루어졌다. 대학교수 기술 창업 중 IPK랩과 다임리서치에 투자하여 전략 자문 및 스케일업 활동에 기여하고 있고 그 외 전략 투자로 호주 니켈 광산 개발 투자도 진행했다.
 
-현재 투자시장 상황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궁극적으로는 회복될 거라고 생각한다. 시장 악화 대비 밸류가 대폭 빠지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투자 시장이 악화됐을 때 창업자들의 니즈가 많을 것이고 검토할 수 있는 투자 건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옥석을 가려서 투자를 계속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성과는 더 잘 나올 수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투자자들이 찾아다니면서 투자를 했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골라내기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시장이 안 좋아지면 LP들이 위축되기 때문에 투자가 어려운데, CVC를 운영하는 대기업은 굳이 연연할 필요가 없고 본인들의 프레임이나 목표에 맞춰서 꾸준하게 투자를 이어가야 실질적으로 사업을 개발하고 창업하는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유지시킬 수 있다.
 
-CVC들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포스코기술투자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포스코는 22년 3월부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됐다. 철강뿐만 아니라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이라는 전략 방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그룹 전략에 맞춘 투자와 성장을 추구하고 있어서 동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포스코기술투자는 계열사 중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투자를 전담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실행력도 있다.
포스코기술투자는 25년 이상 업력을 기반으로 체계가 갖춰져 있고, 포스코그룹 이념을 바탕으로 투자가 실행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포스코기술투자의 기업 비전이 '인베스트먼트, 그리닝 퓨처(Investment, Greening Future)'다. 미래 친환경 사회 구현에 기여하는 투자 전문회사로 성장 발전하는 게 목표다. 그룹의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 목표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려면 자본 경쟁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확대된 자본 경쟁력을 기반으로 그룹 전략분야 투자에 더욱 집중하고 또한 AI기술, 로봇, 바이오 등 미래성장 유망분야의 투자 활동도 확대하려고 한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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