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과 인수·합병(M&A) 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은행이 신용도와 담보력을 더 깐깐하게 따지면서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들은 사모신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변동금리 차주는 늘어난 이자비용에 차환 부담까지 짊어지고, 사모펀드(PEF)는 인수금융 비용 상승으로 매도자와의 가격 간극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IB토마토>는 금리 재상승이 자본시장에 일으킨 변화를 사모신용 시장의 확대, 변동금리 차주의 부실 위험, 인수금융 부담에 따른 M&A 지연·무산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금리 상승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거래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저금리 시기 4% 안팎이던 인수금융 금리가 올해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6~7% 수준으로 올라섰고, 중순위 대출은 9%대까지 형성되고 있어서다. 이에 신규 딜에서는 차입 규모를 줄이거나 조기상환 조건을 붙이는 한편, 기존 딜에서는 원금을 먼저 갚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인수금융 시장은 지난해보다 위축된 분위기다. 신규 M&A 거래가 주춤한 데다 높은 조달금리가 이어지면서 기존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도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인수금융 금리는 불과 몇 년 사이 크게 뛰었다. 과거 인수금융 시장에서는 3% 후반~4% 초반대 금리가 주로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선순위 6% 이상 거래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CD 91일물은 2021년 말 1.29%에서 지난 29일 3.29%로 2%포인트 상승했고, 고정금리 산정에 활용되는 AAA급 은행채 3년물도 2021년 8월 1.71% 수준에서 최근 약 4.2%로 2.5%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거래별 신용위험과 레버리지 수준을 반영한 가산금리가 더해지면서 실제 바이아웃 인수금리는 선순위 5~6%대, 중순위는 7~9%대까지 높아지고 있다.
선순위 5%대·중순위 9%대…신규 딜도 금리 양극화
올해 신규 거래 가운데 금리 부담이 두드러진 사례는 거캐피탈의 코엔텍 인수가 꼽힌다. 거캐피탈은 코엔텍을 순수 지분가치 기준 6850억원에 인수하면서 52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인수금융은 선순위 3800억원과 중순위 14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금리는 각각 5%대 중반과 9%대 초반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순위 1400억원에 연 9%만 적용해도 연간 이자비용은 단순 계산으로 126억원에 달한다. 전체 5200억원의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추가 금융비용도 연간 52억원 늘어난다.
높은 레버리지에 대응해 상환 조건도 함께 붙었다. 거캐피탈은 인수 후 1년 시점에 자체자금이나 추가 펀딩을 활용해 약 400억원을 상환하고 LTV를 70% 수준으로 낮추는 구조를 마련했다. 배당을 통해 인수금융을 갚는 방식이 아니라, 4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인수금융 원금을 직접 줄이는 구조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우량 자산에는 여전히 낮은 금리가 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올해 에스에스피 인수를 위해 조달한 인수금융도 1100억원 규모에 금리는 4%대에 형성됐다. 코엔텍 중순위가 9%대 초반까지 올라간 것과 비교하면 자산의 현금창출력과 신용도에 따라 조달금리가 크게 갈리고 있는 셈이다.
차환 때 커진 고금리 부담…원금 상환·PIK로 대응
금리 상승의 충격은 기존 인수금융의 만기가 돌아오는 차환 과정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인수 당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렸더라도 만기 시점의 시장금리가 높아져 있으면 같은 규모의 차입을 연장하는 것만으로 이자비용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KKR의 LS오토모티브 투자가 대표적이다. KKR은 LS엠트론과 공동으로 LSA홀딩스를 통해 LS오토모티브에 투자했고, 2018년 말 LSA홀딩스와 LS오토모티브가 조달한 인수금융 금리는 각각 5.48%, 5.38%였다. 2019년 리파이낸싱 당시에는 4%대로 낮아졌지만, 2023년 8월 다시 차환하면서 각각 10.5%, 7.68%까지 뛰었다.
이에 금리가 높은 LSA홀딩스 차입금은 242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줄이고 LS오토모티브 차입금은 1230억원에서 2050억원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기존 2420억원의 차입금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간 금융비용 차이는 약 121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만기를 앞둔 약 360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을 선제 상환하고, 나머지 2100억원을 5%대 금리로 차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LS엠트론의 신용보강과 원금 상환을 통한 레버리지 축소가 금리 조건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샘은 담보가치 하락이 인수금융 부담으로 번진 경우다. IMM PE는 2022년 초 한샘 지분 27.7%를 약 1조 45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한도대출 950억원을 포함해 865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조달했다. 이후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LTV 약정 부담이 커졌고, LTV 약정 위반에 따른 1%포인트 가산금리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대주단과 만기를 약 1년5개월 연장하고 일부 이자를 PIK 방식으로 전환했다. PIK는 이자를 당장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원금에 더해 만기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의 현금 유출을 줄일 수 있다. 대신 만기에 갚아야 할 채무가 늘어나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 회복과 엑시트 성과가 더욱 중요해진다.
신규 거래에서는 차입 자체를 최소화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코스톤아시아는 지난 9월 우진기전을 3000억원대 초반에 인수하면서 인수금융을 250억원만 사용했고, CVC캐피탈은 지난 8월 실리콘투에 3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전액 에쿼티로 거래를 마쳤다.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SI플렉스를 대출 없이 전액 에쿼티로 인수한 뒤 약 1년 만인 올해 5000억원 규모의 리캡을 추진했다. 인수 시점과 차입 시점을 분리해 높은 금리의 인수금융을 거래 종결 단계에서 바로 부담하지 않고, 이후 금융시장 여건을 보며 레버리지를 활용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높은 금리는 M&A 가격뿐 아니라 차입 규모와 만기, 상환 방식까지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저금리 시기에는 얼마나 많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했다면, 고금리 국면에서는 조달금리를 낮추고 원금을 얼마나 빠르게 줄이느냐가 투자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규 딜보다 오히려 기존 인수금융의 만기가 돌아올 때 금리 부담이 더 크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가치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까지 높으면 매각보다는 차환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