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와 승계 셈법)④주가누르기 막는다지만…절세 유인 여전
PBR 0.8배 미만 기업 1291곳…전체의 47.5%
정부안 적용 대상은 200여곳…좁은 범위 지적
업종별 상대평가·과거 주가 활용에 실효성 논란
공개 2026-11-04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30일 18:1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계열사 가치가 커져도 이를 거느린 지배회사의 주가는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주주에게는 저평가 해소가 과제지만 지배주주에게는 낮은 주가가 상속·증여 비용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당정이 추진하는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이 같은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다. 주식 평가방식을 바꾸는 세제 개편과 저평가 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는 입법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제도 변화가 주요 그룹의 승계와 사업 재편, 자금 조달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정부안이 그대로 도입되면 기업과 투자자가 예상한 저평가 해소 효과에 미치지 못하고 과세 적용을 둘러싼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 저평가 기업을 선별해 주식 평가기간을 늘리더라도 낮은 주가를 활용한 절세 유인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순자산가치 반영 여부와 함께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판단 기준, 납세자의 입증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오는 11월 국회 논의에서도 제도의 실효성과 과세의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쟁점이 함께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낮은 주가에도 적용 제외 가능성…상대평가 한계 지적
 
30일 재계와 국회에 따르면 주가누르기 방지를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편은 11월 국회 조세소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정부안의 적용 범위와 평가방식에 대한 보완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과거 주가와 업종별 상대평가를 활용하는 방식의 실효성 확보가 우선적인 보완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재정경제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정부안은 최근 13개 반기 가운데 누적 12개 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경우 등을 주가누르기 추정 요건으로 제시했다. 장기 저평가 요건에 따른 주가누르기로 확정되면 현행 평가액의 1.3배와 최대 6년 6개월까지 기간별 평균주가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재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크게 낮더라도 과거 주가가 높았던 기간 때문에 장기 저평가 요건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종 내 상대평가를 적용하면 개별 기업의 자산과 실적에 변화가 없어도 다른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는 <IB토마토>에 "정부안은 업종 내에서 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기준만 벗어나면 적용되지 않는다"며 "여전히 시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최대주주는 기업가치를 낮게 유지할 유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당초 발의된 의원안은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 시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하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을 적용하고,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 하한으로 두는 내용이다. 주가가 낮아져도 과세 평가액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해 낮은 주가를 활용한 절세 유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심혜섭 변호사는 <IB토마토>에 "정부안은 자본시장의 현실보다 세무 논리에 치우쳐 낮은 주가를 유지할 유인을 남기고, 오히려 시장 왜곡을 유도할 수 있다"며 "장부상 PBR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도록 평가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라미드식 중복상장 구조도 함께 살펴야 한다"며 "형식적인 지표보다 기업의 실제 경영 상황과 지배구조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단순화하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했다.
 
심의 기준·자산 평가 구체화…납부재원 논의도 병행
 
과세 대상 선별 이후의 심의 절차도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안은 추정 요건에 해당하면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가 주가누르기 여부를 심의·확정하도록 했다. 납세자가 조세회피 목적이 없음을 입증하면 기존 평가방법을 유지하고 입증하지 못하면 새로운 평가방법을 적용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업황 악화와 투자 확대, 배당 축소 등이 주가에 미친 영향을 어떤 자료로 설명할 수 있을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납세자의 입증 범위와 위원회의 판단 항목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유사한 기업 상황에서도 해석이 달라지고 과세 결과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자산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부안이 보완되더라도 세부 평가방식은 남은 과제다. 상장·비상장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의 특성이 다르고, 중간 지주사가 있는 경우 사업회사의 가치가 상위 지배회사에 반영되는 과정도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 경영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나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장기간 저평가되어 있는 사례가 국내에 흔하고,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도 지속적으로 언급된 상황"이라며 "PBR이 0.2배인 기업은 당초 의원안의 0.8배 하한을 적용하면 평가액이 4배까지 높아질 수 있지만 정부안의 30% 할증만 적용하면 0.26배 수준에 그쳐, 정부안의 과세 평가액 상향 효과가 원안보다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적용 대상 축소도 한계로 꼽았다. 올 상반기(7월15일 기준)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2718개 가운데 PBR 0.8배 미만 기업은 1291개로 47.5%에 달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의 발표(5월 기준)에 따른 12개 반기 연속으로 PBR이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이 120개 내외에 그쳤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의 다른 추정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까지 포함해 추산한 적용 대상도 200여개 수준이다.
 
이에 정부 역시 보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만수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은 지난 28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안의 적용 대상이 좁고 추가 과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상속·증여세법 개정 외에 자본시장법상 규율을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정부안과 의원안의 간극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지적한 절세 유인을 얼마나 줄이고 기업별 평가 기준을 구체화할지가 최종안의 실효성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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