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와 승계 셈법)③낮은 주가에 가려진 계열사 가치…승계세 변수
LG·SK·삼성물산·현대모비스·한화 등 대기업집단
핵심 계열사 가치 상승에 지배 회사 상속·증여 부담
배당·자사주 소각으로 저평가 해소 추진 움직임
공개 2026-10-29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7일 16:4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계열사 가치가 커져도 이를 거느린 지배회사의 주가는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주주에게는 저평가 해소가 과제지만 지배주주에게는 낮은 주가가 상속·증여 비용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당정이 추진하는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이 같은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다. 주식 평가방식을 바꾸는 세제 개편과 저평가 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는 입법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제도 변화가 주요 그룹의 승계와 사업 재편, 자금 조달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일부 대기업집단에서 핵심 계열사의 가치 상승이 지배회사 지분의 상속·증여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누르기 방지법 논의에 따라 보유 자산가치를 과세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 지배회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계열사 지분가치가 낮은 주가와 별개로 지분 증여 과세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가격으로 예상한 것보다 과세 평가액이 높아지면 총수 일가가 마련해야 할 재원도 늘어날 수 있다.
 

(사진=LG)
 
시장가격에 묶였던 지분가치…순자산 반영하면 계산 달라져
 
27일 재계에 따르면 LG(003550)와 SK(003600), 삼성물산(000830), 현대모비스(012330), 한화(000880) 등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상속·증여 주식 평가방식에 따라 보유 계열사 지분가치가 과세에 반영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법률상 지주회사뿐 아니라 사업을 영위하면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회사도 논의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쟁점은 지배회사의 시장가격과 그 회사가 보유한 자산가치 사이의 차이다. 현행 상장주식 평가는 원칙적으로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적용한다. 계열사 가치가 높아지더라도 지배회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상속·증여재산 평가액 역시 시장가격을 중심으로 정해지는 구조다.
 
반면 의원안은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 시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을 적용하고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 하한으로 두도록 했다. 낮은 주가와 별개로 자산과 수익을 반영해 지분 이전에 적용할 가치를 산정하겠다는 취지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지배회사 주가보다 보유 계열사의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는 기업에서는 과세 평가액과 시장가격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
 
 
주요 그룹 지배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LG가 0.53배로 가장 낮았고, 현대모비스 0.60배, 한화 0.77배, 삼성물산 0.94배, SK 1.02배 순이었다. 비교 대상 5개사 가운데 SK를 제외한 4개사의 시장가격이 회계상 순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했다. PBR이란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가치 대비 어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회사의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회계상 순자산의 80%까지 평가액을 높인다고 단순 가정하면 LG는 현재 주가 대비 약 50.9%, 현대모비스는 33.3%, 한화는 3.9%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만 이는 회계상 PBR을 활용한 산술적 비교로 실제 상속·증여 주식 평가액의 증가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별 지배구조에 따라 평가 과정도 달라진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지분을 직접 보유한 반면 SK그룹은 SK(003600)㈜-SK스퀘어(402340)-SK하이닉스(000660)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를 평가할 때 직접 보유한 자산인 계열사 SK스퀘어의 지분가치를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핵심 사업회사의 가치가 상위 지배회사 평가에 반영되는 범위도 세부 평가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순자산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강화되면 이러한 지주사 할인에 따른 지분 이전 비용의 절감 효과도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주요 지배회사의 자산 평가방식과 적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는 <IB토마토>에 "순자산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의원안)으로 이번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강화될 경우 주요 재계(지주사)의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결국 국내 증시의 문제 해결로 시작된 코리안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순자산가치 절대 평가 기준안 도입, 0.8배 하한선 마련 등 기존의 논의 사안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주환원 늘려도 남는 할인…자산가치와 현금 유입은 별개
 
주요 그룹은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통해 저평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보유 계열사 가치가 더 크게 오르면 자산가치 대비 할인은 남을 수 있다.
 
이날 기준 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NAV)는 191조 4000억원이며 할인율은 46.6%다. 회사가 산정한 자산가치의 53.4%가 시장가격에 반영된 수준이다. NAV 가운데 SK하이닉스 지분가치는 186조 57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핵심 계열사의 가치가 지배회사 자산가치를 좌우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은 2026~2028년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를 환원하고 최소 주당 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이는 정책을 마련했다. SK는 2024~2026년 연간 주당 최소 배당금 5000원을 설정하고 자산매각 이익 등을 활용한 추가 환원을 추진하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또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합한 주주환원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지난해 현금배당은 5798억원, 자사주 취득액(4145억)과 기존 자사주 소각(2072억원)을 합산한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자체 사업에서 창출한 이익을 투자와 환원에 배분하면서 시장의 평가를 높이는 방식이다.
  
순자산가치를 반영하는 입법이 이뤄지면 이러한 차이는 더 중요해진다. 계열사 가치 상승으로 상속·증여 주식 평가액이 높아지더라도 세금을 납부할 개인의 현금은 충분히 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을 통한 재원 확보에는 회사의 투자 수요를 고려해야 하고 개인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하면 지배력과 금융비용 부담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동건 법무법인 세종 기업지배구조센터장 겸 대표변호사는 <IB토마토>에 "저PBR 현상은 단순한 주가 부진이 아니라 낮은 자본효율성과 부족한 주주환원, 불투명한 지배구조, 소극적 IR, 일반주주 보호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며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저PBR 상태의 장기화를 방지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적 유인을 마련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 통과 여부를 주시하면서 선제적으로 PBR과 ROE 수준을 관리하고 배당과 자기주식 정책, IR 활동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저PBR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최대주주의 승계 또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세무상 영향과 주주환원 정책, 공시전략, 행동주의 대응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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