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제약, CB로 갚던 빚 이젠 현금으로…줄어드는 곳간
전환가 하한 4305원 도달에도 주가는 3800원대
새 CB 없이 상반기 71억 상환…별도 현금 52억 감소
11월 풋옵션 앞두고 잔액 55억 상환 부담 '여전'
공개 2026-10-22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0일 17:2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유유제약(000220)의 전환사채(CB) 자금조달 공식에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상환 시기가 다가온 CB를 새로운 CB를 발행해 갚아왔지만, 올해부터 새 CB 없이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고 있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서 조기상환이 이어지고, 남은 CB도 언제든 상환 요구가 들어올 수 있어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졌다.
 
(사진=유유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리픽싱 바닥 찍은 CB…주식 전환 유인 '실종'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지난달 제31회 CB의 전환가액을 4470원에서 4305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조정가는 계약상 최저조정한도로, 앞으로 주가가 더 떨어져도 전환가액을 낮출 수 없다. 19일 기준 주가는 3800원대로 전환가보다 10%가량 낮아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 유인이 크지 않다. 전환가 하향으로 전환 가능 주식수는 124만 1610주에서 128만 9198주로 늘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주가 부진은 다소 의외다. 유유제약은 2023년 매출 1372억원에 영업이익 4억원, 당기순손실 55억원을 기록한 뒤 영업조직 축소와 연구개발비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구조조정 효과로 2024년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매출 1408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당기순이익 91억원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83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는 실적 개선을 따라가지 못했다. 2024년 이후 이번을 포함해 전환가액 조정 공시만 다섯 차례나 나왔을 정도로 CB 물량이 꾸준히 주가를 짓눌렀다. 한때 4개에 달했던 신약 파이프라인이 전립선비대증 개량신약 2건으로 줄면서 성장 기대감이 약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CB 잔액은 빠르게 줄고 있다. 미상환 잔액은 상반기 기준 78억 6000만원에서 9월 조정 시점 55억 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발행액 245억원 중 189억 5000만원이 만기 전 취득과 조기상환으로 사라졌고, 상반기에만 71억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갔다. 지난해 말 잔액(149억 6000만원)의 47%가 반년 만에 상환된 셈으로, 지난해 5월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해진 뒤부터 상환 속도가 빨라졌다.
 
 
10년 넘게 이어온 CB '돌려막기'…올해는 현금 상환으로
 
유유제약은 CB를 CB로 막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해왔다. 2013년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교환사채(EB), CB 등 표면이자율 0%의 메자닌 발행을 이어왔다. 2020년 4월 100억원 규모 제29회 CB를, 2021년 6월에는 300억원 규모 제30회 CB를 각각 발행했다. 주가가 받쳐주던 2020~2021년에는 제28회(전환가 1만 1700원)와 제29회(6040원) CB가 잇따라 주식으로 전환되며 자연스럽게 부채가 정리됐다. 
 
2023년 5월 발행한 제31회 CB(245억원)도 같은 구조다. 조달액 가운데 178억원은 제30회 CB를 사들여 소각하는 데 썼다. 제30회 CB의 나머지 물량도 정리되면서 반기보고서상 미상환 CB는 제31회 하나만 남았다. 지난해 4월에는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제31회 CB 73억 5000만원을 매입했다. 상환 부담이 생기면 새 CB로 기존 CB를 갚고, 이자 부담 없이 자금을 굴리는 방식이 10년 넘게 이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유유제약은 올해 상반기 새 CB를 발행하지 않고 보유 현금으로 CB 71억원을 상환했다. CB상환으로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223억원에서 상반기 기준 171억원으로 23.2%(52억원) 줄었다.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활동으로 87억원을 벌었지만, 투자활동(42억원)과 CB 상환·배당 등 재무활동(98억원)으로 더 많은 현금이 빠져나갔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이 새 CB 발행을 주저하게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그룹 차원에서는 이자를 내는 차입금이 늘었다.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유유헬스케어는 상반기 기업은행 중소기업 자금 대출 20억원(금리 1.67%)과 우리은행 시설자금대출 30억원(3.05%)을 새로 빌렸다. 추가 차입으로 유유헬스케어 부채총계는 지난해 말 108억원에서 상반기 기준 160억원으로 52억원 늘었다. 횡성 2공장 투자와 맞물린 차입으로, 무이자 CB에 기대던 그룹의 자금조달 구조가 유이자 차입 중심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남은 CB 또한 부담이다. 제31회 CB는 계약상 3개월마다 조기 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다음 지급일인 11월 23일에도 잔액 55억 5000만원에 대한 청구가 가능하다. 이는 보통주 시가총액(약 600억원)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가가 전환가를 밑도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남은 잔액 역시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풋옵션에 대응할 현금 여력은 줄고 있다.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상반기 기준 20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1억원 감소했다. 단기차입금 162억원도 만기마다 차환해야 하는 만큼 11월 풋옵션 대응 재원과 잔여 CB 처리 방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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