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코스닥 중소형 성장기업에 장기자금을 공급하려면 자산운용사의 기업 발굴 역량과 함께 출자기관의 성과평가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기업의 사업화와 실적 개선에는 수년이 걸리지만, 운용사는 성과평가와 자금 회수 부담으로 투자 전망이 긍정적인 종목도 조기에 매도할 수 있어서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운용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장기투자 주체 사라진 '코스닥 시장'
19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최근 조정을 거쳐 80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시장 관심이 쏠린 대형 반도체에 밀린 소외 국면과 금리 상승에 따른 수급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면서다.
코스닥 상장사 수는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기업당 평균 시가총액과 수익성은 위축되고 있는 추세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전체 코스닥 시장의 약 18.5~25%를 차지하며 양극화를 드러냈다.
코스닥 시장의 가장 큰 과제는 '장기투자' 주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실적 기반이 충분히 견고하지 않은 데다 테마에 따른 단기 매매가 두드러져 장기자금 유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에 이르는 반면, 기관 투자자 비중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장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액티브 운용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성장 기업의 실적 개선이 투자 성과로 이어질 때까지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운용 여건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을 비롯한 여러 연기금 및 공제회는 홈페이지에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을 공개해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의 경우 평가기준일 직전 2년 기간 중 설정액 100억원 이상으로서 1년 이상 운용한 펀드나 약관 또는 계약서상 펀드의 60% 이상이 주식으로 운용되는 펀드들의 수탁고가 2000억원 이상인 운용사가 대상이다.
선정 기준은 평가 항목에 따라 배점을 부여해 총점을 집계한다. 평가 항목은 ▲자기자본이나 자기자본이익률 등 '경영안정성' ▲담당 매니저의 전문성이나 운용조직의 안정성 등 '운용조직 및 인력' ▲BM 지수 대비 초과수익률, 위험조정수익률 등 '운용성과' ▲전략 및 투자 의사결정 체계, 리서치 체계 등 '운용전략 및 프로세스' ▲리스크 관리 체계, 컴플라이언스 체계 등 '위험관리' 등이다.
다만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여러 기관들은 선정 이후 위탁운용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세부 기준과 방식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LP사의 경우 자체 '주식운용지침'에 따라 의거 투자일 이후 6개월 이상된 펀드를 대상으로 분기 단위 평가와 유형별 수시 평가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위탁금 증액과 감액 및 회수 결정은 최소 6개월~1년 이상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해당 LP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문 평가기관의 자료와 평가위원회의 위원 평가 자료를 종합하여 평가대상 펀드 전체의 수익률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중·소형 성장기업 투자로 고수익을 창출한 경우도 간접적으로 참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장기업은 실적 개선까지 장기간 대기…종목 교체 부담도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중소형 성장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현재 실적뿐 아니라 2~3년 뒤 예상 실적을 적용해 EV/EBITDA나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기업의 향후 수익 창출 능력을 기업가치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EV/EBITDA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 등을 더한 기업가치(EV)를 이자·법인세·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지표다. 기업의 영업상 이익 창출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어느 수준인지 판단하는 데 활용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낸다. 현재 실적 대신 2~3년 뒤 예상 실적을 적용하는 이유는 성장기업의 향후 수익 창출 능력을 기업가치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해외의 경우 매출 대비 주가배수를 활용한다. 주가매출비율(PSR)은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지표로, 매출 대비 기업의 주식 가치가 얼마나 높게 평가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한 성장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비용이나 수익성을 직접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보통 자산운용사는 사업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중소형 성장기업의 경우 실적이 개선되고 이후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기까지 장기간 기다리게 된다. 다만 LP의 성과평가나 자금 회수 때문에 투자 전망이 긍정적으로 유지된 종목도 매도하거나 대형주 비중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술특례상장 또는 초기 투자로 인해 고정비 구간에서 수익화 시점까지 2년 정도 기다렸던 사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라도 BM에 포함되지 않는 알파소스 기업의 경우 주가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수익자 설명이 어렵기 때문에 성과 부진의 상황에서는 목표 투자 기간까지 보유하지 않고 종목 교체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형주 강세 장세 때 주로 발생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즉,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투자 시계와 출자자가 운용 성과를 평가하는 주기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셈이다. 중소형 성장기업에 대한 장기투자를 유도하려면 운용사의 기업 발굴 역량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출자자의 성과평가 체계와 자금 집행 방식도 함께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모든 출자기관이 단기 성과만을 기준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아니다. 운용 성과가 벤치마크를 밑돌더라도 회복할 시간을 부여하거나, 상대수익률과 누적수익률 등을 함께 살펴 자금 회수 여부를 판단하는 곳도 있다.
한 LP사 관계자는 "벤치마크 대비 성과가 하회할 때도 최소 6개월의 회복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감액 및 회수 결정 기준은 전문 평가기관의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정기 또는 수시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벤치마크 대비 상대 수익률과 누적수익률 등을 고려하여 감액이나 회수를 결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소형 성장기업에 대한 장기투자를 확대하려면 성과평가를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운용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자기관의 성과평가 주기와 자금 회수 기준이 성장기업의 실적 개선에 필요한 기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