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둔 기업 RCPS 담보로 이자 주고 30억 차입은행 금리 2배 규모인 '연 7%'…공장까지 담보 잡혀보유 현금 37억인데 1년 내 상환 차입금 130억 규모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레이저쎌(412350)이 보유하던 투자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금이 회계상으로는 매각대금이 아닌 빚으로 남아 있다. 주식을 사 간 쪽이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쥐고 있어서다. 영업에서 현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가운데 투자자산과 공장까지 담보로 돌려 비싼 이자를 내고 자금을 끌어온 셈이어서,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단기 상환 부담이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이저쏄 본사 내부 전경.(사진=레이저쎌)
팔았는데 빚…금리는 은행의 2배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이저쎌의 6월 말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 70억원 가운데 3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매각과 관련한 담보부 차입금으로 나타났다.
앞서 레이저쎌은 보유 중이던 비상장사 RCPS를 앰지코리아와
쏠리드(050890)에 각각 15억원에 넘겼다. 하지만 매입자에게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있어 금융자산 제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받은 돈을 차입금으로 처리했다. 풋옵션은 6월 말부터 12개월 안에 행사할 수 있어 전액이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됐다.
레이저쎌은 면(面) 레이저 기반 리플로우 장비를 만드는 업체로 2022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32억 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7% 늘었지만, 영업손실 27억 6000만원과 순손실 53억 2000만원을 기록했다. 부족한 운영자금은 그동안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로 메워왔다.
RCPS 거래 조건은 일반 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앰지코리아 차입분은 연 7% 이자에 만기가 내년 6월이고, 쏠리드 차입분은 만기가 내년 8월이며 이자율은 공시되지 않았다. 두 차입 모두 해당 RCPS 2만 5655주(장부가 30억원)가 담보로 잡혔고, 앰지코리아 차입분에는 회사 토지·건물에 대한 18억원의 근저당도 설정됐다.
금리도 높다. 특히 앰지코리아 차입 금리 연 7%는 금리가 공시된 레이저쎌 차입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같은 토지·건물을 담보로 잡힌 기업은행 차입금(연 3.61%)의 약 2배다.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상반기 레이저쎌이 실제로 현금으로 지급한 이자는 4억 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3억 5000만원) 대비 21.6% 늘었다. 상반기 매출의 12.9%가 이자로 나간 셈이다.
물론 매각대금이 실제로 들어온 만큼 회계상 분류의 차이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거래는 위험을 지는 주체가 통상적인 자산 매각과 다르다. 매입자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레이저쎌은 주식을 되사기 위해 현금을 내줘야 하고, 그 사이 RCPS 가치가 떨어져도 손실은 레이저쎌 몫이다. 두 매입자가 모두 풋옵션을 행사하면 6월 말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89%에 해당하는 30억원이 빠져 나간다. 주식을 넘겼다기보다 주식과 공장을 맡기고 이자를 내며 돈을 빌린 구조에 가깝다.
현금 37억으로 130억 감당해야
문제는 담보로 잡힌 RCPS의 값도 장부가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저쎌은 상반기 장부가 17억 1000만원어치의 RCPS를 15억 3000만원에 처분했다. 장부가보다 10.7% 낮은 가격에 판 셈으로 1억 8000만원의 처분손실이 났다. 남은 주식에도 평가손실 2억 3000만원이 반영되면서 RCPS 장부가는 지난해 말 78억 900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59억 5000만원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30억원은 이미 담보로 묶여 있어 회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RCPS는 29억 5000만원 수준이다.
이런 구조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현금 사정에 있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43억원)보다 유출 규모가 32% 커졌다.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3억 6000만원으로 단기금융상품을 더해도 37억원 수준이다. 반면 은행과 RCPS 담보 차입금 가운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거나 상환을 요구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단기차입금 70억원에 내년 3월 만기인 기업은행 차입금 60억원을 더해 130억원에 달한다.
결국 레이저쎌은 증자와 전환사채, 투자자산 담보 차입까지 동원해 자금을 메워왔지만 부채 만기는 1년 안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이후 유상증자로만 150억원을 조달하면서 발행주식 수는 2024년 말 873만주에서 올해 6월 말 1460만주로 67% 늘었다.
주주 지분을 희석해가며 끌어온 자금에도 1년 내 상환 부담은 130억원에 이르고, 그중 30억원은 상환 시점을 회사가 아닌 매입자가 정하는 돈인 상황이다.
레이저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당 RCPS는 현재 IPO(기업공개)가 진행 중인 회사의 지분으로 구체적인 기업명을 밝히긴 어렵지만 미래 사업성과 사업 협력을 기대하고 초기에 투자했다"라며 "IPO를 앞둔 만큼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만약 행사하더라도 올해와 내년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