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돈길을 묻다)①평가표 바꿨지만…연기금은 여전히 순매도
평가 기준에 코스닥150 반영…투자 효과 불투명
변동성·부실기업 부담에 연기금 보수적 운용
우량주 지수 넘어 시장 신뢰·장기 수요 확보해야
공개 2026-10-19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15일 09: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기업을 뒷받침할 장기자금 유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고자 기금 평가제도를 손질했지만, 정책적 유인이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기관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일부 대형주와 특정 업종에 쏠린다면 중소형 성장기업까지 온기가 퍼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연초 벤치마크 개편 이후 연기금의 자산배분과 위탁운용에 나타난 변화를 살피고, 코스닥 대형주와 중소형주 사이의 수급 격차를 들여다본다. 아울러 출자기관의 운용사 선정·평가 기준을 점검해 성장기업 발굴이 장기투자로 이어지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정부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평가 벤치마크를 개편했지만, 장기자금 유입 효과는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연기금 특성상 코스닥의 높은 변동성과 부실기업 문제가 적극적인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량기업을 선별하는 지수 개발과 함께 시장 신뢰를 높이고 장기 투자 수요를 확보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I 제작·IB토마토)
 
코스닥 경쟁률 확보의 키 '연기금 투자 확대'
 
15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은 올 한 해 반도체 중심의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과 단일 레버리지 상품 출시 등의 여파로 소외되는 양상을 보였다. 에프앤가이드와 하나증권 리포트 등에 따르면 대형주 이익 전망이 가파르게 상향됐음에도 코스닥 중소형으로의 낙수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금리 인상 및 환율 영향으로 인해 성장주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코스닥 중소형주의 할인율 확대에 기인했다.
 
다만 동시에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퇴출과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 등 다각도의 방안을 추진하며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지난 7월에는 시가총액 및 매출액 상장폐지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1000원 미만 ‘동전주’ 상장폐지 사유를 신설했다. 실질심사 단계를 축소하고 불성실공시 벌점도 강화했다.
 
내년 말엔 코스닥 기업의 특성과 경쟁력을 명확히 보일 수 있는 ‘코스닥 승강제(세그먼트)’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닥 기업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세그먼트 지수 및 금융상품 개발 등을 통해 시장 유입을 돕겠다는 취지다.
 
올 초에는 정부가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기 위해 ‘기금자산운용 기본방향’을 마련했다. 연기금 자산운용 평가에서 코스닥 기준을 벤치마크(BM, 평가기준수익률)에 반영해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코스피 100%'에서 '코스피 95%+코스닥150 5%'로 개편했다. 기금들은 자산을 운용하고 1년마다 성과를 평가받는데, 지난 기준 개편을 통해 운용사가 코스닥 편입 여부를 고려할 유인이 생겼다.
 
연기금이 코스닥 투자 비중을 높이면 코스닥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큰돈을 운용하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이 1% 확대되면 약 12조5000억원에서 13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특히 현재 개인투자자 중심의 거래 구조에서 연기금의 참여 확대는 기관투자자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방식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코스닥15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된 중대형주의 유동성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평가 기준 바꿨지만…코스닥 투자 확대 효과 불투명
 
그러나 시장에선 벤치마크 개편이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 등 4대 공적연금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코스닥 시장에서 연기금 등은 1491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연초부터 지난 2일까지 누적으로는 738억원 순매도했다. 동기간 기관 전체는 9조 8694억원, 외국인은 2조 7549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7조 7022억원을 순매도했다.
 
현재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공단 등 여러 연기금은 국내주식 벤치마크에 코스닥150 지수를 일부 반영해 운용하고 있다. 다만 투자 비중 및 향후 운용 방향은 기금의 운용 전략 노출 및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기금으로 분류돼 이번 벤치마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국민연금도 올해 2월 기준 코스닥 평가액은 10조 3105억원으로 지난해 말  7조 8000억원보다 늘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투자 비중은 3.01%에서 2.64%로 하락했다.
 
사실 연기금에서도 벤치마크가 변경됐어도 코스닥 투자 요인이 아직 크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연기금은 안정성과 공공성, 수익성을 중시하고, 손실이 나면 안 되기에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은 코스피 대비 변동성이 크고 소형주나 소위 좀비 기업도 많기 때문에 연기금의 본질적인 특성상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에 "최근에는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제도가 법원 제동에 걸리는 등 코스닥 시장의 건전화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투자도 미진한 상황"이라면서 "(연기금의 장기 투자가 이뤄지려면) 먼저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이 코스닥에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코스닥 시장이 제대로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제대로 된 지수를 빨리 개발해야 한다. 연기금은 코스닥 개별 종목보단 지수 기반 ETF에 많이 투자하는데 이를 위해선 코스닥 기술 개발 선행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 시장의 2중대로 있는 한 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에 코스피와의 분리도 이뤄져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지난달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윅스 2026' 코스닥시장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연기금이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 패시브 자금은 시가총액이 크거나 안정적인 기업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코스닥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액티브 자금이 발굴할 수 있도록 액티브 ETF가 액티브답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수 개발만으론 한계…장기 투자 수요 확보해야
 
다만 지수 개발이 곧바로 장기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량기업를 선별해 투자 대상을 제시하는 것과 해당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요를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발간된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20일 기준 코스닥150 추종 패시브 자금은 8조 7000억원으로 코스피200 추종 자금 61조 1000억원의 약 14%에 그쳤다. 지난 2022년 출시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의 추종 자금도 306억원에 머물렀다. 우량기업을 선별하는 지수 마련만으로는 충분한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연기금 평가 벤치마크 내 코스닥150 비중(5%) 신설 등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목표가 기존 5조 8000억원에서 최대 10조~2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자금 확충이 이뤄지면서 추종 대상이 기존 150개에서 70~100개 수준으로 압축되면 개별 편입 종목에 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시장 전반의 구조적인 상승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추종 자금 관점에서 코스닥의 실효 벤치마크는 코스닥150 하나이며 승강제 프리미엄 지수와 연계 ETF가 설정되면 단기적인 수급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면서 "다만 시장 참여자가 기대하는 코스닥 이익의 성격과 정책적 우량주 선별 유인 사이에 괴리가 있어, 단기 설정 효과와 장기 투자 지속 수요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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