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톺아보기
899억 채권 552억에 매각…공시에 담긴 거래 속사정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양도 내역 등록 의무
양도가액부터 담보자산까지…투자자 보호 정보 담겨
공개 2026-10-14 17:39:46
이 기사는 2026년 10월 14일 17: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기업의 재무제표나 유상증자 공시 외에도 '자산양도등의등록신청서'라는 다소 생소한 서류가 등장한다. 금융회사나 기업이 보유한 대출채권, 카드채권 등 자산을 다른 회사에 넘기는 과정에서 제출하는 서류다. 단순한 자산 매매 내역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기초자산이 실제로 이전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 (사진=신한은행)
 
14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에프에스육삼유동화전문유한회사는 자산양도등의등록신청서를 제출했다. 신한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 약 899억원을 유동화전문회사(SPC)에 약 552억원에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현금을 회수하기 위한 자산유동화 거래다.
 
자산양도등의등록신청서는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제6조에 근거한다. 해당 법률은 자산보유자나 유동화전문회사 등이 등록된 자산유동화계획에 따라 자산을 양도하거나 신탁하는 경우 해당 사실을 금융위원회에 지체 없이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동화자산의 소유권과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다.
 
자산유동화는 금융회사나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기초로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회사채가 기업 신용도를 바탕으로 자금을 빌리는 구조라면, ABS는 특정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주요 상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공시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9월28일 보유 중이던 부실채권 229건을 에이치에프에스육삼유동화전문유한회사에 552억원에 양도하고 이를 등록했다. 해당 채권의 원금은 871억원, 미수이자 등을 포함한 채권액은 899억원 정도다. 양도금액은 채권액의 61% 수준으로, 신한은행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었다.
 
거래 구조를 살펴보면 하나에프앤아이가 최초 매수자로 나선 뒤 자산양수도계약상 매수인 지위를 유동화전문회사에 이전했다. 유동화전문회사는 인수한 부실채권을 기초로 552억원의 사모 유동화사채를 발행했다. 선순위 331억원, 후순위 221억원으로 구성되며 하나에프앤아이가 전액 인수하는 구조다.
 
자산양도 등록은 단순히 거래 내용을 알리는 것 이상의 법적 의미도 있다. 자산유동화법 제7조에 따라 채권양도 사실을 등록하면 해당 채권이 신한은행에서 유동화전문회사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다른 채권자 등 제3자에게 법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동일한 채권의 권리자를 둘러싼 분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실제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통지나 승낙이 필요하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자산양도등의등록신청서에는 자산을 양도하는 회사와 양수인의 정보, 거래 목적, 양도 대상자산의 종류와 규모, 계약조건 등이 담긴다. 특히 채권의 경우 원금과 미수이자, 담보 종류, 평가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공시를 보면 양도 대상 채권은 일반채권 206건과 회생절차 관련 특별채권 23건으로 구성됐다. 부동산 담보물건은 총 149건으로, 소재 지역과 담보 유형별 평가금액도 공개됐다. 투자자는 이를 통해 어떤 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이 발행됐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자산의 평가금액과 실제 양도금액을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한은행이 넘긴 채권의 평가금액은 약 549억원으로, 대출채권의 회수 가능성과 회수기간 등을 고려해 최초 매수자가 자체적으로 산정했다. 실제 양도금액은 여기에 보증금 관련 이자 등을 반영한 약 552억원이다.
 
계약 취소요건이나 자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계약상 별도로 정한 사항을 제외하면 양도 이후 자산에 대한 위험과 책임을 유동화전문회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채권을 넘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누가 책임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등록신청서가 제출됐다는 사실만으로 기초자산의 건전성이나 ABS 원리금 상환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투자 위험을 판단하려면 채권 회수 가능성과 담보가치, 선순위·후순위 증권의 상환구조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자산양도등의등록신청서는 기업이 어떤 자산을 현금화했고, 그 과정에서 권리와 위험이 누구에게 이전됐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투자자는 양도금액뿐 아니라 자산의 구성과 계약조건, 유동화증권 발행구조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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