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중국산 열연도금 수입 급증…국내 도금업계 수익성 경고등
중국산 열연도금 가격에 냉연도금도 인하 압박
반덤핑 관세 제외된 열연도금 수입 증가 추산
우회덤핑 대응 검토 가능하나 품목 차이가 쟁점
공개 2026-10-12 06:5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07일 18: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저가 중국산 열연용융아연도금강판(열연도금강판) 수입이 늘면서 국내 냉연용융아연도금강판(냉연도금강판) 업계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수요처가 중국산 열연도금강판 가격을 기준으로 국산 냉연도금강판의 납품가를 낮춰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수요 부진을 겪는 국내 업체들은 가격 방어에도 어려움을 안게 됐다. 열연도금강판은 반덤핑 관세 대상에서도 빠져 있어 저가 수입에 대응할 무역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냉연도금강판(사진=한국철강협회)
 
중국산 철강 가격 영향력 확대…경쟁력 저하 우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 국산 냉연도금강판이 가격 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냉연도금강판 소비처에서 중국산 열연도금강판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요 업계는 1톤당 80만원대 후반 가격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국산 냉연도금강판은 1톤당 100만원 내외로 전해진다.
 
열연도금강판 표면을 한 단계 더 정밀하게 가공한 제품이 냉연도금강판이다. 국내에서 한차례 가공만 거치면 필요한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공정상 냉연도금강판은 열연도금강판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사실상 원가 이하 수준의 판매를 압박받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열연도금강판은 현재 반덤핑 관세 부과 품목이 아니라 수입에 제한이 없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산 열연도금강판 수입량은 4만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 수입량(1만7000톤 추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도금강판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향후 수입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가 가격 협상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도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일부 업체들이 중국산 냉연도금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에 나서 관세 부과를 이끌어내는 등 성과를 냈지만 국내 도금강판 산업은 수요 부진, 대체재 수입 등으로 불안정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등 고로사부터 동국씨엠(460850), KG스틸(016380), 포스코스틸리온(058430), 세아씨엠 등 국내 주요 냉연도금강판 제조사들의 실적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재 산업 특성상 호황기를 제외하고는 수요자 측의 가격 협상력이 강한 경향이 나타난다. 냉연도금강판은 건축, 가전, 자동차 등 폭넓은 산업군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무역 규제 필요성 고개 들지만…까다로운 요건
 
중국산 열연도금강판이 국산 냉연도금강판 가격 인하에 영향을 미치는 등 예상 밖의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열연강판, 후판, 냉연도금강판, 석도강판, 스테인리스강 후판 등 국내 철강산업 핵심 제품이 반덤핑 관세로 보호되고 있지만, 열연도금강판의 사례처럼 여전히 빈 구멍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관세 규정상 중국산 냉연도금강판에 적용되는 잠정관세를 열연도금강판으로 확대하려면 우회 덤핑 조사 신청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기존 부과 물품의 본질적 특성을 바꾸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미한 변화만 가한 후 관세를 회피한다면 우회 덤핑 조사가 가능하다.
 
우회 덤핑 적용 가능성의 핵심은 냉연 공정 생략이 두 도금강판 사이의 본질적 특성을 바꾸는 변화인지 여부다. 현행 규정은 물리적 특성과 화학 성분뿐 아니라 대체 가능성, 용도, 생산 설비 차이와 변경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따라서 특정 열연도금강판이 기존 냉연도금강판과 유사한 성능을 갖추고 동일 수요처에서 이를 대체하며, 관세 회피를 위한 공급 전환 사실까지 확인된다면 우회덤핑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행 규정상 냉간압연 공정이 두 제품 사이의 차이를 가르는 중요한 조건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은 난관이다. 재정경제부 고시에 따르면 냉연도금강판은 열간압연 제품을 냉간압연한 후 아연으로 표면 처리한 제품으로 정의된다. 열연도금강판은 냉간압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일한 제품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유사 사례에서의 선례가 없다는 점도 우회 덤핑이 어려운 근거로 꼽는다.
 
한편 중국산 열연도금강판의 수입이 국산 냉연도금강판의 가격과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경우 기존 반덤핑 조치의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국산 열연도금강판이 국내 인증을 받지 않는 등 품질 측면에서 우려가 있는 만큼, 산업 경쟁력 보호 등을 위해 위해 관세 결정 기관들의 면밀한 숙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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