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고용 확대 등 고용 안건이 중후장대 업계의 노사 협상을 장기화하는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기업은 인건비 증가와 조직 비대화를 우려한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문제인 탓에 협상은 길어지고 파업 등 갈등도 번지는 양상이다. <IB토마토>는 고용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현장을 짚고, 접점을 찾을 길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정년 연장 등 고용 안건이 중후장대 업계의 노사 협상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고용 문제는 노조의 생존 문제와 기업의 중장기적 손익이 충돌하는 이슈인 까닭에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업계 내 임단협이 추석 이후까지 연장되면서 파업 등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기업 경쟁력 저하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포스코 노동조합)
고용 안건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갈등 장기화 우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등 주요 중후장대 기업 내 노사 협상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금 인상 등 성과 배분을 둘러싼 핵심 안건이 접점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정년 연장과 채용 확대 등 고용 안정성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면서 협상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정년 연장 문제는 법제화 움직임과 맞물려 올해 주요 노사 협상 의제로 떠올랐다. 안건의 중요도가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노사 양측이 대립되는 입장이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폐지를 요구했다. HD현대중공업에서도 마찬가지로 회사 측에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퇴직 정년(60세)과 국민연금 수급 시점(65세) 사이의 소득공백을 줄이기 위해 고용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상 60세에 퇴직하면 연금을 받기 전까지 새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정년 연장은 기업 측의 중장기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경직된 국내 임금 체계상 정년 연장은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중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9월 현재 조선업계에서는 노사가 정년 연장 안건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사 양 측 모두 고용 문제를 두고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단협 협상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협상 타결이 난항을 겪으면서 향후 파업 재개 등 강대강 대치에 따른 공정 차질 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파업 재현 가능성…강대강 대치 시 경쟁력 약화 우려도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이전보다 파업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창사 이래 첫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어 16일부터 21일까지 120시간 동안 2차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노조 집행부 선거로 교섭과 쟁의행위를 일시 중단한 상태로, 10월 2일 선거 결과 이후 교섭 방향이 구체화할 전망이다.
조선업계에서도 작업 중단이 이어졌다. 한화오션 노조는 지난 14일 전 조합원 대상 7시간 파업을 진행하면서 일부 골리앗 크레인 가동이 멈췄다. 18일에는 사업장 내 골리앗 크레인 4대를 모두 세웠다.
생산 차질의 정도는 파업 참여 인원과 대상 공정, 지속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포스코의 앞선 부분파업은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실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파업이 제철소 전체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 안정성이 저하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조선업도 수주 물량을 예정된 일정에 맞춰 납품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 일부의 중단은 후속 공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블록 제작과 운반, 도크 탑재 등 공정이 연결돼 있어 특정 작업의 지연이 후속 공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사 갈등 장기화에 따라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이어질 교섭 과정에서 고용안정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이에 대해
현대차(005380) 사례처럼 절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향후 법정 정년 연장이 확정될 경우, 임금 피크제를 확대하지 않기도 합의하는 등 정년 연장과 관련된 합의에 성공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근로자의 소득공백을 줄이면서도 기업이 숙련인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