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
제조업 최대 난제는 수요 예측…선투자 옛말
현금흐름 우량 기업, 무리한 투자 경계
체질 개선 열쇠는 밸류체인 재편·재고 관리
공개 2026-09-14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9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제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피한 자본집약적 산업인 동시에 전기차 캐즘과 관세, 유가, 중국발 공급과잉 등 대외 변수에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업종이다. 수요를 낙관해 선제적으로 설비를 늘렸다가 시장이 꺾이면 막대한 고정비 부담이 남고 반대로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사에 시장을 내주는 딜레마가 반복된다.
 
이러한 딜레마를 넘어서려면 단순히 시장 수요를 좇는 방식이 아니라 본업의 기술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독점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무분별한 설비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 전문적인 경영전략 수립부터 투자 심사, 자금 집행까지 뒷받침하는 회계 자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제조업의 고충은 시장 수요 예측과 이를 둘러싼 투자·조달·영업 관련 고민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최근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유리한 기업은 매출 성장세가 우수한 기업이 아닌 현금흐름을 잘 관리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IB토마토>는 강대준 대표회계사를 만나 제조업 자문 현장에서 마주한 기업들의 고민과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이 중요해진 이유를 들어봤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사진=인사이트파트너스)
 
다음은 강대준 회계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인사이트파트너스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회계와 세무를 기본으로 기업가치평가, 인수·합병(M&A) 재무실사, 크로스보더 구조설계까지 기업의 경영 전반을 자문한다. 이 중 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도움을 요청하는 영역은 투자 관련 의사결정이다. 신사업 진출, M&A, 대규모 설비 집행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자문 파트너로 함께하는 일이 많다.
자금조달 구조를 설계하는 일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사업 성격에 따라 자금을 대는 주체는 은행이 될 수도 있고 벤처캐피탈(VC)이나 사모펀드(PEF), 전략적 투자자가 될 수도 있는데 각 조달 수단이 재무제표와 지분 구조에 남기는 흔적이 전혀 다르다. 조달 이후에는 실제 집행이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검토하고 M&A 국면에서는 의견을 제시하는 일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사회 차원에서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사외이사나 이사회 의장, 감사 등을 맡아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견제와 경영자 눈높이에서 자문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제조업체가 기업 전략 자문을 요청할 때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대기업 자문은 상당히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된다. 마케팅비 집행 효과, M&A의 타당성, 제품 가격 인상 후 효과 등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식이다. 반면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은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고민은 대부분 투자 자금과 관련돼 있다. 특히 제조업은 수요가 있으면 공장 설비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 예측이 틀리면 고정비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투자의 타당성과 자금 조달 방식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이 된다.
결국 제조업에서 가장 큰 고충은 시장 수요 예측이다. 국내 제조업은 1차 공급업체, 2차 공급업체 등 단계적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 속에서 공급 경쟁을 벌인다. 단순히 고객사의 물량과 단가에 맞춰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했는데 고객사가 해당 품목을 단종시켜버리면 그 전용설비는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해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여기서 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이 있다. 이미 집행된 투자는 매몰비용이라 되돌릴 수 없으므로 추가 투입 여부는 과거에 얼마를 넣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증분현금흐름만 놓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넣은 돈이 아까워서' 한 번 더 넣다가 무너지는 회사를 여럿 봤다. 손상은 회계 처리의 문제지만 매몰비용을 의사결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경영자의 훈련 문제다.
그래서 최근에는 선투자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시장 수요가 확실히 있거나 오더가 들어와야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선투자 프로젝트는 자금 조달 자체가 매우 어려워졌다.
 
-제조업에서는 설비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 현금흐름과 유동성 관리가 뛰어난 기업 사례가 있나?
△리노공업이 대표적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의 산업구조분석(Five Forces)에서 말하는 '구매자 교섭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거래처가 한 곳에 집중되면 그 거래처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리노공업은 고객사가 다변화돼 있고 수출 비중도 높아 이 교섭력에서 자유롭다.
제품 측면에서도 반도체 검사용 프로브핀과 테스트 소켓을 3만여 종 생산하고 맞춤 제작까지 가능해 쓰임새가 다양하다. 2025년 결산 기준 매출 3725억원에 영업이익 177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7.5%에 이른다. 무리한 투자를 지양하고 무차입 기조를 유지한 것이 이 수치의 배경이다.
외부 차입 없이 영업활동현금흐름(OCF)으로 창출한 자체 자금만으로 이 정도 마진을 낸다는 건 기술력과 함께 가격 결정권을 가졌다는 의미다. 가격 결정권이 있으니 현금흐름이 선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무리한 투자나 본업과 무관한 비영업자산 투자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기업을 본업을 바탕으로 현금흐름 관리에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이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가격 결정권을 가지려면 독점력이 있어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들어가면 애초에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창업이나 신사업을 시작할 때 독점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고민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특정 업황이 활발하다는 이유만으로 신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경쟁력에 밀려 무너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확장에 편승해 본업과 무관한 신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 전형적으로 레드오션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 경우 인프라를 구축할 시점에 이미 고정비가 상당히 발생한 상태에서 기술 변화가 오면 그대로 손실 처리될 위험이 크다. 결국 기업이 집중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시장 상황만을 따라가면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고객사의 단가와 물량 경쟁에만 매몰된다.
 

(사진=인사이트파트너스)
 
-대외환경 변화로 실적이 악화돼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기업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구조적으로 차입이 많고 계열사 간 상호 보증으로 얽혀 있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자문 범위가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문제가 된 업종들을 보면 애초에 시장 변동성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를 벌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애플이 자동차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했지만, 만약 사업을 지속했더라도 자체 공장을 세우기보다는 기존 완성차 제조사에 위탁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모든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려는 시도는 리스크가 크다. 모든 사업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려다 보면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업황이 꺾이는 순간 급격하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외 환경 변화로 사업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에는 회사의 밸류체인을 잘게 쪼개보고 역량이 충분한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과감하게 외주화해야 한다.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꾸는 작업이다. 다만 국내에는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 요건 등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제약 요인이 많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다른 문제가 되는 건 재고다. 흔히 재고를 회계상 자산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재고자산은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하도록 돼 있다. 회계가 재고를 자산으로 인정해준 게 아니라 팔릴 것을 전제로 잠시 원가에 얹어둔 것뿐이다. 팔리지 않으면 언젠가 평가손실로 매출원가에 반영된다.
세법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파손이나 부패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재고 평가손실을 손금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회계상 손실은 이미 났는데 세금은 그대로 내야 하는 구간이 생긴다. 재고를 늦게 털수록 손실과 세금을 동시에 맞는 셈이다. 그런데 경영자들은 이를 손실로 인식하는 데 거부감이 크다.
애플의 팀 쿡은 공급망 전문가로서 "재고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표현했다. 재고를 신선식품처럼 취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가진 경영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임원이나 회계 담당자들도 기계적으로 숫자만 다루다 보면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 '많이 만들면 팔리겠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체제로 가려면 결국 고객사와의 관계나 독점력 확보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본업의 업황이 둔화하거나 경쟁력이 약화하면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다. 신사업 진출이 체질 개선의 핵심이 될 수 있나?
△신사업에 대한 경쟁력 입증이 충분히 된 후 추진하는 경우라면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도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시작해 AI 반도체로 넘어간 사례다. 주목할 점은 엔비디아가 팹리스, 즉 자체 생산설비 없이 설계에 집중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전환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공장을 짊어지고 있었다면 그 속도로 방향을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앞서 말한 내재화 리스크와 정확히 같은 이야기다.
다만 관건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주된 사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다. 시장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인지, 혹은 활발한 시장 상황 덕분에 투자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어서 결정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는 후자의 경우가 많아 보여 우려스럽다. 결국 핵심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동안 진행한 자문 가운데 재무적 위기나 사업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가 있나?
△업력이 오래된 한 프랜차이즈 기업 사례가 있다. 전국에 수백 개 가맹점을 둔 회사였는데 어느 순간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해야만 하는 시점이 왔다. 이때 기존 인력에게 새로운 플랫폼을 맡기면 사업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시장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성공한 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인수해도 잘 안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제조사, 브랜드사, 유통사 영역도 모두 마찬가지다. 제조를 대행해주던 회사가 자체 브랜드를 내거나, 반대로 브랜드 회사가 직접 제조 설비에 투자하는 경우 대부분 성과가 좋지 않다. 각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새로운 영역으로 넘어가고 싶다면 어설프게 겸업하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기업을 인수해 전문가에게 주도권을 확실히 넘겨주는 방식이 유효했다. 앞서 언급한 프랜차이즈 기업도 온라인 전환 시 별도 회사를 인수해 전적으로 맡긴 뒤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다.
 
-최근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이 있다면?
△2022년까지는 투자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매출이 커지기만 해도 후속 투자가 들어왔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이후 유동성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건 결국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다.
다만 '현금흐름이 좋다'를 감으로 말하면 안 된다. 재고가 도는 데 걸리는 날 수에 매출채권 회수기간을 더하고 매입채무 지급기간을 뺀 현금전환주기(CCC)를 보면 된다. 코스트코는 이 값이 마이너스다. 물건을 팔아 현금을 받은 뒤에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한다는 뜻이고 그래서 성장할수록 현금이 쌓인다. 반대로 CCC가 90일인 제조사는 매출이 늘수록 현금이 마른다. 같은 성장인데 방향이 정반대다.
세탁 서비스 스타트업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가 좋은 예다. 기존에는 서비스 이용 후 결제하는 구조였지만 연초에 연간 이용권을 할인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삼성전자의 가전 구독 모델도 마찬가지다. 제품 판매 시점에 현금이 한 번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시점에 구독료가 꾸준히 들어오는 구조로 바뀌었다.
여기서 회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하다. 선불로 받은 돈은 수익이 아니라 계약부채로 잡힌다. 손익계산서는 그대로인데 재무상태표에서 현금과 부채가 동시에 늘어난다. 지표만 보면 부채비율이 나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이자 없이 고객에게서 조달한 운전자금이다. 요즘 투자자들이 보는 건 매출 성장률이 아니라 바로 이 마이너스 운전자본 구조다. 이런 구조를 갖춘 회사가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재고 회전과 매출채권 회수 등 현금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오해를 하나 짚고 싶다. 현금이 부족하면 협력사 대금을 늦게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관행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다. 하도급법은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넘기면 지연이자가 붙는다. 즉 매입채무를 늘려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에는 법적 상한이 있다.
결국 현금흐름 관리는 사업 초기부터 유입 구조를 설계하는 문제다. 코스트코의 연회비 모델이 대표적이다. 한때 연회비가 영업이익의 70% 안팎을 차지했고 지금도 절반 수준인데 무엇보다 회비를 먼저 내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시장에 만들어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미 사업이 돌아가고 있다면 손댈 수 있는 지점은 세 군데다. 첫째, 계약 조건이다. 선수금 비율과 검수·지급 시점을 계약서에서 다시 설계하는 것이 회수 독촉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둘째, 매출채권 자체를 유동화하거나 매출채권보험으로 회수 리스크를 비용으로 치환하는 방법이 있다. 셋째, 재고는 품목별로 회전 속도를 나눠보면 대개 소수 품목이 재고의 대부분을 붙잡고 있다. 그 품목을 정리하는 것이 전체 회전율을 올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런 구조를 만들려면 사업 초기부터 고객사와 협력사 간의 조율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고와 채권이 쌓이다가 회사가 무너지거나 연명만 하는 경우로 이어진다.
 
-인사이트파트너스가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회계와 세무, 경영자문을 기본으로 하되 AI 시대에 맞게 여러 업무를 효율화하고 있다. 특히 경영자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조력하는 역할을 최선으로 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한발 앞서 보고 한발 앞서 고민하려 한다.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네트워크다. 정부 네트워크, 기업 네트워크, 인적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자문에 그치지 않고 실행까지 이어갈 수 있는 자문사로 나아가고자 한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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