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의 조건)②M&A '가격 전쟁'…매도자 눈높이 낮춰야 완주
가격 낮추고 언아웃 붙이고…성사 딜은 '간극 축소'
애큐온·테일러도 몸값 낮춰…연내 완주 위한 '조정'
공개 2026-09-01 06:4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7일 18: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F)의 미집행 약정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투입할 실탄도 어느 때보다 두둑해졌다. 하지만 조 단위 대형 거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잇따라 좌초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가격 눈높이부터 인수금융, 규제, 세부 계약조건까지 거래를 최종 종결하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한층 높아진 탓이다. <IB토마토>는 최근 무산된 대형 거래를 통해 올해 하반기 주요 매물의 성사 가능성과 사상 최대 규모로 쌓인 드라이파우더가 실제 M&A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올해 상반기 조 단위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좌절된 가운데 하반기 시장에서는 매도자의 '눈높이 조정'이 거래 성사를 가르는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올해 계약까지 이어진 주요 거래를 보면 매도자가 희망가격을 낮추거나 거래구조를 바꿔 원매자와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힌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몸값을 유지한 매물은 실적 개선이나 자산가치 상승을 통해 기존 가격을 정당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거래 종결을 앞둔 롯데렌탈(089860)을 비롯해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테일러메이드, 맘스터치, 골프존카운티 등이 하반기 주요 조 단위 M&A 매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애큐온캐피탈과 테일러메이드 등은 기존 기대가격보다 몸값을 낮추며 원매자와의 간극을 좁히고 있는 반면, 맘스터치와 골프존카운티는 실적과 자산가치를 앞세워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결국은 몸값…매각 성사된 딜은 가격부터 낮췄다
 
올해 성사된 SK실트론 매각 등을 비롯해 애경산업(018250), 코엔텍 등 중형급 딜 또한 가격 조정을 거쳐 사실상 클로징을 마쳤다. 최근 클로징을 앞둔 롯데렌탈의 경우에도 결국 가격 조정을 거치면서 딜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매도자 측에서 높은 몸값을 고수하면서 매각이 최종 무산된 HS효성첨단소재(298050), 롯데손해보험(000400)과 달리, 올해 성사된 거래에서는 매수자가 요구한 가격에 맞춰 딜이 성사되는 분위기다.
 
SK실트론의 경우, 실사 과정에서 산정된 SK실트론 지분 70.6%의 적정 가치 범위는 2조 3000억원~2조 7000억원 수준이었다. 반도체 경기 호조를 이유로 SK(003600)그룹 내부에선 매각 재검토 목소리가 나오며 이사회가 연기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론 삼정KPMG가 산정한 적정 가치의 가장 아랫단인 2조 3000억원 수준에서 계약이 체결됐다.
 
애경산업도 막판에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서 최종 매각이 성사됐다. 태광산업(003240)·T2PE·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애경산업 지분 63.13%를 4699억9997만원에 사기로 SPA를 체결했지만, 올해 2080 치약 리콜 문제가 발생하자 태광 측이 요구한 기업가치 재조정을 받아들여 최종 매매대금은 4442억원으로 최초 SPA 대비 약 258억원, 5.5% 낮아진 가격에 딜이 성사됐다.
 
현재 진행 중인 거래 가운데 종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롯데렌탈도 결국 가격 조정을 거치면서 최종 딜이 성사되는 흐름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1일 미국계 사모펀드 TPG와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61.2%를 1조 3105억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과거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신주 발행을 포함해 약 1조 7848억원을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눈높이를 크게 낮춘 셈이다.
 
애큐온·테일러도 협상가 하향…연내 완주 시험대
 
올해 남은 매물 가운데 성사 가능성이 큰 거래로는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테일러메이드, 롯데카드, 맘스터치 등이 꼽힌다. 원매자 측에서 요구하는 가격 조정을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연내 체결 의지를 보이는 매물로 꼽힌다.
 
EQT파트너스는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매각을 위해 지난 6월 한화생명(088350)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와 애큐온캐피탈이 지분 100%를 가진 애큐온저축은행으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약 1조원이다.
 
EQT파트너스는 올해 초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당시 최소 1조 2000억원대 이상의 기업가치를 원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애큐온캐피탈의 자본총계 규모만 1조 2000억원에 달한 데다, 자회사인 저축은행의 라이선스라는 프리미엄를 얹어 받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EQT파트너스 측이 눈높이를 2000억원가량 낮추면서 한화생명과의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센트로이드PE가 매각을 타진 중인 테일러메이드의 경우에도 파격적인 가격 조정을 통해 올해 딜을 성사시키려는 분위기다. 기존 우협이었던 올드톰캐피탈은 31억달러를 제시했지만, 이번 협상을 진행 중인 엔트라다파트너스 컨소시엄 측에선 약 25억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가격 대비 약 20% 낮아진 수준이다.
 
 
몸값 지키는 맘스터치·골프존…실적·자산가치가 버팀목
 
맘스터치도 매각 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투자설명서 배포를 마치고, 다가오는 9월 본입찰을 목표로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매도자 측인 KL&파트너스는 1조원의 몸값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가격을 대폭 양보했던 롯데렌탈이나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과 달리, 맘스터치의 대주주인 KL&파트너스는 가격 협상에서 비교적 느긋한 우위의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KL&파트너스는 총 3차례의 리파이낸싱과 리캡, 배당 등을 통해 이미 기관투자자(LP)들에 원금의 약 2배에 달하는 자금을 선제적으로 돌려준 상황이다.
 
KL&파트너스는 인수 3년 만인 지난 2022년 한차례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에도 희망 매각가는 1조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기준 약 20배에 달하는 멀티플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원매자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맘스터치의 연결 매출은 4790억원, 영업이익은 897억원, EBITDA는 1031억원으로 집계됐다. 1조원의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단순 EV/EBITDA는 10배 안팎이다. 2022년 당시 매각을 추진했다가 가격차로 실패했지만, 당시보다 현금창출력이 크게 늘면서 같은 가격에 대한 부담은 낮아진 셈이다.
 
약 2조원의 몸값을 고수하고 있는 골프존카운티도 가격 조정에 대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 5월 예비입찰을 마친 뒤 복수 숏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매자들의 자금 부담을 고려해 전체 통매각 대신 알짜 골프장 자산 일부만을 떼어 파는 '분할 매각' 카드도 테이블에 올렸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골프존카운티가 매년 약 1500억원의 EBITDA를 안정적으로 벌어들이는 데다, 보유 자산의 대부분이 장부가치 1조 3750억원에 달하는 토지로 구성되어 있어 몸값 조정을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매도자가 처음 생각했던 가격을 끝까지 고수해서 성사된 대형 딜은 많지 않다"며 "가격을 직접 낮추거나 언아웃 같은 조건을 붙이고, 반대로 실적이 개선돼 기존 몸값을 정당화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매도자와 매수자의 간극을 좁힌 거래가 결국 클로징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매물도 원매자가 몇 곳 들어오느냐보다 본입찰 이후 실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가격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거래 성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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