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이노베이션, 적자 속 적자 자회사 인수…계열사 위험 떠안았나
인수대금 362억원 중 350억원 단기차입 조달
HLB셀 실적·현금흐름 악화…자산가치 변동성 확대
HLB생명과학 유동성 확보…계열사 위험 이전 지적
공개 2026-08-28 06:5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7일 18:4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HLB이노베이션(024850)이 영업적자 상태에서 350억원의 단기차입까지 일으켜 HLB셀 인수에 나섰다. 인수 대상인 HLB셀 역시 매출과 현금창출력이 크게 약화된 데다 자산 대부분이 HLB(028300) 주식 등 금융자산으로 구성돼 주가 변동 위험도 안고 있다. HLB그룹은 세포치료제 사업 재편과 중장기 시너지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HLB생명과학(067630)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HLB셀을 매각한 구조여서 계열사 간 재무 부담이 HLB이노베이션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사진=HLB이노베이션 홈페이지)
 
'영업적자' HLB이노베이션, 350억 차입해 HLB셀 인수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지난 26일 자회사 HLB셀 주식 전량(3422만 7742주)을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자기자본 대비 12.17%에 달하는 금액이다. 처분 목적은 자산 효율성 제고다. HLB셀의 경영권은 다른 그룹 계열사인 반도체 부품 제조기업 HLB이노베이션에 넘어갔다. HLB생명과학이 보유했던 HLB셀 지분 99.3%가 대상이다.
 
먼저 계열사별 재무구조를 뜯어보면, 이번 인수는 단순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윈윈' 거래라기엔 양사의 유동성이 다소 악화된 상태다. 먼저 HLB셀을 인수하는 HLB이노베이션은 바이오 자회사 편입 이후 연결 기준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도 196억원 적자를 냈다. 매출은 계속 늘었지만 막대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가 수익성을 저해했다. 적자가 누적되며 이익잉여금은 21억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며 10억원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했다.
 
이번 HLB셀 인수 역시 외부에 손을 벌렸다. HLB이노베이션은 인수 자금의 96.7%인 350억원을 유안타증권(003470)으로부터 단기차입키로 했다. 기업의 상반기 말 현금성자산은 554억원으로 인수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보유 현금 대부분이 본업에서 창출한 게 아닌 지난 5월 발행한 전환사채(CB) 405억원이었기에 추가 외부차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HLB이노베이션이 이처럼 무리하게 HLB셀을 인수하는 목적은 고형암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 개발기업이자 미국 자회사인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와의 바이오 사업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다. 전체 매출에서 바이오 사업 비중은 0.49% 수준으로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회사는 베리스모의 CAR-T 기술과 HLB셀의 세포·재생의학 연구역량을 결합해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매출 급감한 HLB셀…주식담보대출·자산가치 변동 부담
 
다만 HLB셀이 실적 효자로 거듭나기엔 재무상태가 양호하진 않다. HLB셀의 지난해 매출은 1107만원으로 전년(12억원) 대비 99%가량 줄었다. 2024년 매출의 97.7%(11억 7444만원)를 차지했던 최대 고객이자 모회사였던 HLB생명과학과의 관련 매출이 사라진 영향이다.
 
 
지난 2024년까지 HLB셀은 플라스틱 사출 사업인 MP사업부를 운영하며 관련 제품을 HLB생명과학에 공급해 왔다. 다만 이후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월 해당 사업을 HLB셀에서 종료하고 HLB생명과학이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구조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HLB셀의 주요 품목 중 하나였던 메디컬 플라스틱 매출도 11억 8832만원에서 '0'원으로 완전히 빠졌다.
 
여기에 영업손실은 31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8억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차입금을 한 해에만 3억498만원 끌어오며 총부채도 9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46억원으로 5배 넘게 불어났다.
 
이와 함께 HLB셀이 보유한 HLB 주식 일부가 70억원 규모 차입금의 담보로 제공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HLB셀은 현재 한국투자증권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담보주식 29만 2398주)과 IBK캐피탈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담보주식 38만 9864주) 두 건이 잡혀 있다. 각 계약의 만기는 올해 12월 30일과 내년 3월 30일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LB셀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총자산 464억원 중 416억원은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지주사인 HLB의 지분증권이 전체의 91.3%(38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HLB셀의 자산가치가 HLB의 주가 등락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KRX데이터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HLB 종가는 지난해 12월 30일 5만 800원에서 지난 26일 3만 6500원으로 28.1% 하락했다. HLB이노베이션이 HLB셀을 종속회사로 편입하면 향후 HLB 주가 등락에 따른 금융자산 평가손익도 연결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 HLB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HLB셀의 자산가치 감소와 함께 HLB이노베이션의 손익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HLB셀 인수가격이 362억원으로 결정된 데에도 HLB 주가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이 반영됐다. HLB셀이 보유한 HLB 주식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380억원에서 가치평가 시점 289억원으로 약 91억원 감소했다. HLB테라퓨틱스(115450) 주식과 전환사채 등을 합한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이 약 324억원이며, 관계기업 투자자산까지 포함한 금융·투자자산 장부가액은 약 355억원이라는 게 HLB 측 설명이다.
 
즉, HLB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인수가격을 뒷받침하는 자산가치가 축소되고, 그에 따른 평가손실은 HLB이노베이션의 연결실적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HLB생명과학, HLB셀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
 
HLB생명과학이 HLB셀 주식을 처분한 데에는 플라스틱 사출 사업을 자체 운영하면서 HLB셀을 자회사로 둘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점과 지분 매각 대금을 확보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
 
HLB생명과학은 오는 9월 최대주주로 있는 HLB제약(047920)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HLB제약은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주가 하락으로 608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HLB생명과학은 배정받은 173만주 중 절반인 87만주만 청약에 참여하는데, 1차 발행가액을 고려하면 청약 대금은 49억원으로 추정된다.
 
HLB생명과학은 HLB제약 주가 급락 이후 담보로 제공한 HLB제약 주식이 크게 늘어난 데다 기존 전환사채 상환과 계열사 투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자금 여력이 약화됐다. 수년간 영업적자가 이어지며 결손금은 1000억원에 가까워졌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7억원 마이너스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HLB생명과학이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아직 취약한 HLB셀을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대신, 관련 바이오 투자부담과 HLB 주가 변동 위험은 HLB이노베이션으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계열사끼리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한 계열사에만 자금 부담이 집중되면서다.
 
HLB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이번 HLB셀 인수는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룹 내 세포치료제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중장기 사업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면서 "현재 손익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HLB셀이 보유한 세포 관련 기술과 연구 인프라, 베리스모와의 연계 가능성 등 사업 효율성과 중장기 기업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수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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