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앞둔 주식 90% 폭락…최대주주엔 '헐값 지분확대' 기회
동전주·시총 미달 36곳 관리종목 지정…소액주주 피해 우려
상폐 10곳 정리매매 첫날 90% 이상 급락…환금 기회 '한계'
헐값 주식 사들이는 최대주주…정리매매 제도 개선 목소리
공개 2026-08-25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1일 10:2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가 붙으면서 소액주주 보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동전주와 시가총액 기준 미달로 36개 종목이 무더기 관리종목에 지정된 가운데, 올해 상장폐지된 코스닥 기업들은 정리매매 첫날 주가가 직전 종가 대비 90% 이상 급락했다.
 
특히 가격제한폭 없이 7거래일간 진행되는 정리매매가 사실상 충분한 환금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반면, 일부 최대주주에게는 폭락한 주식을 사들여 지배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퇴출 속도를 높이는 정책 기조에 맞춰 소액주주의 마지막 보호장치인 정리매매 제도 역시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동전주·저시총 36곳 첫 관리종목…상폐 현실화 우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최근 30거래일간 주가가 1000원 미만에 머물거나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한 36개 종목에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신규 지정은 30곳, 기존 관리종목에 지정 사유가 추가된 경우가 6곳이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출처=한국거래소)
 
이는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상장규정 개정안에 따른 조치다. 조치에 따르면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거나,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이후 90거래일 중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금융당국이 기준을 강화한 것은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하는 이른바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신규 상장은 지속되는 반면 부실기업 퇴출은 더디다는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에서 벗어나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선 상폐 요건 및 절차 강화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상폐 위기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에겐 막대한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적잖은 반발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시장에서 주식을 팔 수 있는 환금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번에 관리종목에 지정된 36곳 중 소액주주 수가 많은 상위 기업 10곳의 총 소액주주 수만 24만 6579명에 달한다. 소액주주 소유 주식 합계는 5억 5497만주에 이른다.
 
이번에 관리종목에 지정된 36곳의 최신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대부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이 30~40% 이상이었다. 시가총액 미달 등에 따른 '강제 상폐'는 일반 기업 청산과 달리 법인과 최대주주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즉,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최대주주의 경영권은 물론 회사가 보유한 자산가치도 변함이 없으나, 소액주주만 주식 가치가 하락하고 환금성 낮은 주식만 떠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상장폐지' 코스닥 기업 10곳, 정리매매 첫날 종가 '90%' 급락
 
기업이 상장폐지가 될 때 해당 종목을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마지막 보호장치는 '정리매매'다. 거래소가 주주들에게 마지막 환금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7일간(매매 거래일 기준) 매매 거래를 허용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30분 단위 단일가 방식으로 매매가 이뤄진다.
 
그러나 주주들은 상장폐지 기준 강화로 인한 시장 퇴출 기업은 점점 늘어나는데 비해, 현행 정리매매 제도는 주주 환금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행 정리매매는 가격제한폭이 없기 때문에 단일가 매매 특성상 단기간에 큰 폭의 폭락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 손실 위험이 크다. 이 기간에 매도를 실패하면 해당 종목은 더 이상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으로 전환된다. 이 주식은 유동성이 매우 낮아 매수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회수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출처=한국거래소 KRX 통계 사이트)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 개시로 주권 매매거래 정지가 해제됐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기업 10곳(상장폐지 보류 기업·코넥스 기업·KRX 사이트 내 거래 현황 확인이 어려운 기업 제외)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모두 정리매매 직전 종가 대비 첫날 하락률이 90% 이상이었다. 예로, 인트로메딕은 정리매매 직전 종가 5850원에서 첫날 93원까지 98.4% 급락했으며, 푸른소나무 역시 8790원에서 150원으로 98.3% 줄어들었다.
 
물론 정리매매 기간이 지나도 장외주식시장(K-OTC)에서 거래는 할 수 있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KOFIA)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8월 투자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K-OTC 시장 내에 상장폐지지정기업부를 신설하고 상장폐지된 기업 주주들의 거래를 6개월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K-OTC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한 소액주주는 <IB토마토>에 "비상장주식은 정보가 제한적이라 믿고 거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정규장에 비해 거래량이 상당히 적다. 사실상 정리매매 기간에 매도하나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하나 손해 입는 건 매한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에 시장에선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향후 동전주와 시총 미달로만 100건 안팎의 상장폐지 사례가 점쳐지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마지막 보호장치인 정리매매 제도도 기간 연장이나 매매방식 개편 등을 통해 주주 친화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거래소 측은 <IB토마토>에 "상장폐지 종목의 정리매매에서 기준가격(최종거래일의 종가)에 따른 가격제한폭을 둘 경우, 보통 매수세가 더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도 기회를 더 크게 훼손할 수 있다. 가격제한폭 내 매수하려는 수요가 없어서 체결 기회가 적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리매매 가격제한폭이 없는 것은 상장폐지 종목에 대한 이러한 특이 수요를 충족하여 오히려 투자자에게 환금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헐값에 지분 늘리는 최대주주…주주 보호 장치 필요성
 
이처럼 정리매매 기간에는 보통 주가가 급락하다 보니 대주주에겐 저렴하게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대주주가 스스로 회사를 비상장사로 돌리는 '자진 상폐'의 경우 대주주가 소액주주 지분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전량 사들여야 하는 공개매수 절차가 적용되지만, 강제 상장폐지는 대주주가 소액주주 지분을 사들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코스피 상장사였던 일정실업은 지난 16일 시가총액 요건을 맞추지 못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 매도에 나서는 동안,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지난 5월15일 65.2%에서 정리매매 종료 후인 6월30일 75.44%로 상승했다. 최대주주의 자녀들이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코스닥 상장사였던 이화전기공업 역시 지난해 8월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지난해 9월 1일부터 7일간 정리매매를 시행했다. 6월 말 기준 최대주주 이트론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5.24%였다. 그러나 정리매매 기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수한 뒤 정리매매 기간이 끝난 직후인 9월10일 최대주주 측의 지분은 50.09%까지 상승했다.
 
상장폐지가 소액주주의 유동성을 훼손하는 반면 기존 지배주주가 낮아진 주가를 활용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정리매매 7거래일 동안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장내에서 해당 회사 주식을 사지 못하도록 매수에 제한을 걸거나 가치평가 등을 거친 가격으로 공개매수하는 방법도 논의해볼 수 있다"라면서 "다만 현재는 기업이 상장폐지 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때 예의주시하여 매도 시기를 결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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