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엠, 자본잠식 자회사에 1134억 수혈…손상차손은 '0'
미국법인 수년째 적자·자본잠식인데…손상 인식 전무
손익 방어 의도 가능성에 향후 대규모 손상차손 우려도
모회사 재무구조 악화 속 적자 자회사 수혈까지 부담
공개 2026-08-25 06:2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0일 18: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전자기기 부품 제조사 솔루엠(248070)이 수년째 적자와 자본잠식에 빠진 미국 자회사에 1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지분투자 손상차손은 한 차례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회사 순자산은 182억원 수준인데 솔루엠이 장부에 반영한 투자자산은 890억원에 달한다. 다른 관계기업에는 손상차손을 인식한 전례가 있어 SUI에만 손상 인식을 미룬 배경과 회수가능액 산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모회사 역시 잉여현금흐름 적자와 단기차입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손상차손이 현실화될 경우 재무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
 

(사진=솔루엠 홈페이지)
 
누적된 순손실에 자본잠식까지…손상차손 인식은 '전무'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솔루엠이 자회사 SoluM USA Inc.(SUI)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후방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UI가 수년째 적자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모회사의 자금 수혈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SUI의 재무구조가 수년간 악화된 상태임에도 솔루엠이 이 자회사에 대한 지분투자 손상차손을 단 한차례도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프=AI 제작·IB토마토)
 
실제로 SUI는 수년째 실적 악화를 이어왔다. 연간 기준 당기순손실은 2022년 40억원, 2023년 206억원, 2024년 209억원, 2025년 135억원으로 4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6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렇게 손실이 누적되며 자본을 갉아먹은 결과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년에는 유상증자로 자본총계가 늘면서 자본잠식률이 38.1%까지 완화됐지만 이후 대규모 순손실이 이어지며 올해 상반기 79.5%로 재차 악화된 상태다. 증자가 있었던 해에만 일시적으로 완화됐을 뿐 최근 몇 년 간 자본잠식 상태를 완전히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처럼 뚜렷한 손상 징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솔루엠은 SUI 지분투자에 대한 손상차손을 지금까지 한 차례도 인식하지 않았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기업은 보유 자산에 손상 징후가 있는지 매 보고기간 말 검토해야 하고 징후가 확인되면 회수가능액을 추정해 장부금액과 비교한 뒤 그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해야 한다. 손상차손을 인식하면 솔루엠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이 함께 줄어들고 이는 배당가능이익이나 재무비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솔루엠이 실적과 재무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SUI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러한 의문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손상차손 인식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솔루엠은 다른 관계기업인 Epitone, Inc.에 대해서는 지난해 119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 유독 SUI에 대해서만 손상차손이 없다는 점은 그 배경에 의문을 더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SUI에 대한 투자자산 장부금액은 890억원으로 솔루엠의 별도 기준 자산총계 9436억원의 9.4%, 자기자본 3735억원의 23.8%에 달한다. 지분투자 규모 자체가 상당한 만큼 손상차손을 인식할 경우 돌아오는 재무적 부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어 인식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손상 징후가 이토록 뚜렷한데도 선제적으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향후 한꺼번에 대규모 손상차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회계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외 자회사가 지속적으로 순손실을 내고 있고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라면 회계처리 기준상 선제적으로 손상차손을 반영해 향후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막는 게 이상적인 회계처리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자회사에 모회사가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자회사에 손상까지 반영하면 대외적으로 해외투자 전략이 실패했다거나 경영을 무책임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손상차손 반영을 회피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회계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솔루엠의 SUI에 대한 투자주식 장부가액 890억원에 비해 피투자회사의 순자산이 182억원 정도라는 점, 그리고 상당한 규모의 손실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K-IFRS상 손상징후는 상당히 강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회사가 향후 현금흐름이나 사업전망 등을 통해 890억원 이상의 가치를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할 충분한 근거가 있었는지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며 회사별 회수가능액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회계처리가 잘못됐다고 볼 수 없지만, Epitone에는 손상을 반영한 것을 고려했을 때 SUI와 Epitone 두 자산에 적용한 손상검사 가정과 판단기준이 일관적이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자 자회사 수혈 계속되는데…모회사 재무구조도 '흔들'
 
SUI가 실적 부진을 이어가자 솔루엠의 후방지원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솔루엠이 2023년 SUI의 시설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19억원을 출자한데 이어 지난해 291억원을 추가로 출자했고, 이번 달에는 SUI의 유상증자로 발생한 신주 30만주 전량을 인수하며 424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3년간 세 차례에 걸친 출자 규모만 총 110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별도로 360억원 규모의 자금을 대여한 뒤 만기를 계속 연장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모회사인 솔루엠의 재무상태도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35억원으로 전년 동기 237억원 대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 살펴보면 수익성이 크게 꺾인 상태다. 2023년 154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65억원으로 70% 급감했다. 최근 관세와 미중갈등 등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전방 고객사의 수요가 줄어든데다 판관비 등 영업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하방 압력이 거세진 탓이다.
 
올해 들어 현금창출력 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25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393억원의 자본적지출(CAPEX)까지 집행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646억원을 기록했다. FCF는 2024년 -1290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지난해에도 -422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까지 3년째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체 자금 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유동성 압박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포함)은 3956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현금성자산(기타유동자산 포함)은 1540억원에 그쳐 단기성차입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통상 현금성자산이 단기성차입금을 밑돌면 단기 지급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된다.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적자를 이어가는 자회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확장을 위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향후 손상차손까지 반영된다면 솔루엠의 재무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솔루엠 IR팀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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