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루키 없는 '루키리그'
신생·소형 GP 지원 확대에도 진입장벽 여전
조성액보다 신규 GP 발굴·성장 기반이 관건
공개 2026-08-12 09:21:15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2일 09: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어린이집 아이들 중에서 유능한 직원을 찾는 격이죠"
 
전화성 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 초기기업 투자의 어려움을 빗대어 한 말이다. 문패를 단 지 3년도 안 된 기업에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은커녕 본전도 못 건지기 일쑤다. 위험 부담을 지고 투자하는 게 '엑셀러레이터(AC)'가 하는 일이다.
 

모태펀드-국민성장펀드 간담회(사진=연합)
 
정부도 올해 모태펀드의 창업초기 분야를 확대하면서 힘을 보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창업초기 분야에 3562억원 규모의 펀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신생·소형 벤처캐피털(VC)과 AC를 대상으로 한 '루키리그'가 10개 펀드, 1684억원이다. 11개, 548억원 규모의 '창업초기 소형' 분야도 별도로 뒀다. 초기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운용사에 문을 넓히겠다는 의도는 분명하다.
 
하지만 올해 5월 기준 존속 중인 모태 출자 펀드 전체 결성액 41조 3340억원 가운데 AC 펀드는 2조 3284억원, 5.6%에 불과하다. 등록 AC 508곳 가운데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펀드를 결성한 곳도 83곳뿐이다. 초기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AC 역할에 비해 정책자금 접근 기회가 좁다는 불만이 나올 법도 하다.
 
AC 몫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정부의 의도도 맞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루키리그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제 새로운 위탁운용사(GP)가 등장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공공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과거 실적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 돈인 만큼 운용 경험과 회수 실적, 민간 출자금 조달 능력을 따져야 한다. 하지만 평가가 과거의 운용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역설이 생긴다. 이미 펀드를 운용해 본 곳이 다음 경쟁에서도 유리해진다. 반면 한 번도 운용하지 못한 곳은 첫 실적을 만들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기회를 만드는 구조다.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올해 루키리그에는 등록 5년 이내 신생 운용사들의 재도전이 적지 않았다. JKP파트너스와 KH벤처파트너스처럼 여러 차례 도전 끝에 올해 운용권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이는 '루키리그'가 필요하다는 방증인 동시에, 루키에게 첫 기회를 만드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운용사에 공공자금을 나눠주자는 얘기는 아니다. 필요한 것은 'GP 성장 사다리'다. 이를테면 신생 GP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펀드를 맡겨 운용 능력을 먼저 검증하고, 성과가 확인되면 다음 출자사업에서 운용 규모를 단계적으로 키울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기회를 주면서도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
 
모태펀드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펀드 조성 여부만 보여줄 게 아니라 처음 선정된 GP가 몇 곳인지, 반복 선정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해야 한다.
 
스타트업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주문한다. 기업을 발굴하는 투자시장에도 새로운 도전자가 계속 등장해야 한다. 익숙한 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것이 당장은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모험자본까지 안전한 선택만 반복한다면 새로운 기업을 찾아낼 눈이 좁아지고, '루키리그'는 주요 플레이어들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모태펀드의 역할은 덩치를 키우는 것만이 아니다. 다음 세대 투자자도 배출해야 한다. '루키리그'의 성패는 조성 규모보다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에서 찾아야 한다.
 
유창선 금융투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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