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BBB)①공모채서 밀려난 BBB…연말 차환 앞두고 '양극화'
고금리·신용사건에 BBB 공모채 급감…미매각은 증권사 부담
연내 4448억원 만기…우량 BBB로 수요 쏠리며 차환 양극화
공개 2026-08-13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1일 16:2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BBB급 회사채 금리가 급등한 데 이어 중앙그룹 계열사의 신용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비우량채를 향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공모채 시장의 문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사모채와 은행대출 등 대체 조달 수단을 찾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미매각 물량은 증권사가 떠안은 뒤 기관과 리테일 시장에 다시 매각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BBB급이라도 재무구조와 상환능력에 따라 투자수요가 엇갈리면서 기업별 자금조달 여건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IB토마토>는 BBB급 회사채의 조달 경로 변화와 미매각 위험의 이전, 신용도에 따라 재편되는 시장 구조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BBB급 회사채가 공모채 시장에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고금리 부담에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와 중앙그룹 계열사의 신용사건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어렵게 발행에 나선 기업마저 미매각을 피하지 못하면서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BBB급 기업의 차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8~12월 BBB+~BBB- 회사채 만기도래액은 4448억원에 달한다. 같은 BBB급이라도 재무구조와 상환능력에 따라 수요가 갈리면서 공모채 시장에서 차환에 성공하는 기업과 밀려나는 기업 간 격차도 한층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고금리·신용사건에 BBB 공모채 '급랭'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7월 공모채 발행액은 23조 5497억원으로 전년 동기(40조 8100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정 신용 집중 현상도 심화됐다. 동기간 비우량 기업 진입 등급인 BBB+ 등급의 발행액은 3000억원가량이다. 시장 내 비중은 전년(약 3%)보다 하락한 1.3%에 그쳤다.
 
지난 7월만 봐도 공모채를 발행한 9개 기업 중 한진(002320)(BBB+)을 제외하면 모두 A-~AAA였다. 7월이 전통적인 채권시장 비수기인 점을 고려해도 크레디트 단층 현상이 심각하다.
 
비우량채 발행 규모가 눈에 띄게 축소된 이유는 높은 조달 금리가 자리한다. 지난 7일 기준 BBB+의 조달 금리는 7.81%로 반년 전(7.14%)보다 67bp(1bp=0.01%p) 상승했다. BBB-는 전년보다 69bp 늘어 10%를 돌파했고, BB- 역시 가파르게 상승해 15.17%에 달했다. 반년 만에 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하며 이에 부담을 느낀 발행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신청에 이어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연쇄 부도가 잇따르며 비우량채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됐다. 두 건 모두 신용등급 A-~BBB급의 기업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우량 기업채의 신용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한층 커진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조달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CP와 단기사채, 은행대출 등 대체 조달시장 규모는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실적'에 따르면 1272조 8483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CP는 282조 7547억원으로 45조 774억원(19.0%) 늘었고 단기사채는 990조 936억원으로 470조 295억원(90.4%) 증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77조 7084억원으로 지난해 말(844조 7254억원)보다 3.9%(32조 9830억원)증가했다. 다만 증가분 대부분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대기업들 중심인 점을 고려하면 비우량 기업의 조달 수단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동화기업 전액 미매각…주관사 재고 부담으로
 
일부 BBB 회사채는 발행 후에도 미매각으로 마무리되며 주관사 부담으로 남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동화기업(025900)은 400억원 규모의 1.6년 단일물 공모채(금리 5.364%)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단독 대표주관사였던 KB증권은 미매각 물량을 전량 인수해야 했다.
 
보통 증권사가 미매각 물량을 인수하게 되면 기관투자자나 리테일 투자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셀다운(sell-down) 절차로 이어진다. 셀다운되지 않은 물량은 자기계정으로 보유해야 한다. 특히 BBB급처럼 투자 수요가 약한 채권은 원하는 가격에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 증권사가 재고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증권사는 신용위험뿐만 아니라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을 부담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땐 일정 기간 후엔 재매각이 가능하나, 시장 위축이 이어지면 만기까지 보유할 수도 있다.
 
KB증권 측은 <IB토마토>에 "(자기계정 보유 물량과 셀다운한 금액은)발행사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한진은 지난 7월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44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1년물 200억원 모집에 190억원이 들어와 10억원이 미매각됐다. 1.5년물은 200억원 모집에 2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전체 주문액은 440억원으로 모집액(400억원)을 넘었으나, 만기별 수요예측을 별도로 진행하기 때문에 1년물에서 일부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표주관을 맡았던 KB증권·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039490) 4곳은 미매각 물량을 각각 나눠 인수하게 됐다.
 
동화기업과 마찬가지로 미매각 물량을 다시 셀다운하는 과정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계열사 사태 이후 리테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연기금,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수요마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공모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BBB급 회사채가 증권사 재고로 장기간 묶이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내 4448억원 만기…같은 BBB도 차환 격차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내 사채 만기를 앞둔 BBB 기업들의 차환 계획에 시장의 이목이 몰린다. 올해 8~12월 전체 등급 회사채의 만기 금액(발행 잔액) 합계는 8조 9365억원이다. 이 중 BBB+~BBB-의 발행 잔액 합계는 4448억원 규모다.
 
 
가장 만기 금액이 많은 이랜드월드는 시장 위축 속에서도 최근 2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공모 희망 금리밴드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 평가금리 대비 -30~+30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로 제시했다. 단독 대표주관은 교보증권(030610)이 맡았다. 발행 목적은 역시 기존 회사채 상환이다. 스파오 등 패션 브랜드와 애슐리를 중심으로 한 외식 사업의 성장세를 앞세워 투자 수요를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만기 도래한 금액 대비 수 백억원 대의 차입이 필요해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추정된다. 
 
한 BBB 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회사채나 CP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현재 재무가 좋지 않아 얼마나 회사채 수요를 끌어올지 미지수다. 발행하더라도 사모 방식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심스레 입장을 전했다.
 
다른 BBB 기업 관계자는 "모험자본은 BBB 회사채를 의무적으로 담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재무가 좋고 차환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별적으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BBB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춘 일부 기업은 회사채를 통한 차환을 이어가는 반면, 취약 기업은 공모채 시장에서 밀려나는 등 등급 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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