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철강 청구서)①탈탄소 빨라지는데…철강사는 비용 못 받는다
전기로 확산 지속 전망에 철스크랩 등 원가 압박 가속
전기요금도 1년 사이 20% 상승…저탄소 생산 비용 증가
규제 강화 속 저탄소 철강 수요는 특정 산업군에 몰려
공개 2026-08-12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10일 17: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빨라지고 있지만 정작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뚜렷하지 않다. 전환 과정의 중간 단계인 전기로는 철스크랩 확보 경쟁과 높은 전기요금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탄소 철강의 가격 경쟁력도 아직 기존 고로 생산 방식에 미치지 못한다. 철강업계가 늘어난 원가를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에 충분히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수요업계 역시 저탄소 철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추가 비용 부담에는 소극적이다. 탈탄소 규제는 빨라지는 반면 비용 분담 논의는 더디다. 이에 <IB토마토>는 탈탄소 비용을 공급망 전체의 과제로 보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 방안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강산업이 저탄소 철강 생산 확대에 따른 원가 압박을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에 충분히 이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철강 수요가 둔화하면서 철강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특히 전기로에 기반한 저탄소 철강의 경제성은 원료인 철스크랩과 전기요금의 영향이 커 고로 대비 경제성이 불안하다는 한계가 있다. 저탄소 철강 전환 작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 가운데, 지속적으로 저탄소 철강에 대한 비용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탈탄소 전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우려가 나온다.
 
(사진=한국철강협회)
 
높아진 저탄소 비용…원가압박으로 나타나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부터 탄소 감축 기조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전기로 가동을 확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 내에 연간 생산량 250만톤 수준의 전기로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제철(004020)은 올해 초 전기로와 고로를 동시에 활용한 판재 생산을 시작해 기존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난해 31% 수준이었던 국내 전기로 철강재 생산 비중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철스크랩은 전기로의 필수 원료로 꼽힌다. 철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할 경우 철광석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75%가량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철강산업에서 전기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글로벌 전기로 생산 비중은 현재 29%에서 2040년 48%까지 상승할 것이라 내다봤다.
 
전기로 생산 확대에 따라 향후 철강산업의 원가 압박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로 생산 확대에 따라 철스크랩 가격이 높아지는 추세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톤당 30만원대 수준이었던 철스크랩 가격은 올해 상반기 톤당 가격이 40만원을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지속적인 전기로 생산 확대에 따라 철스크랩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또한 전기로 생산 확대에 따라 전기요금 부담도 한층 가중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은 철강산업의 원가 구조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는 2023년 1kWh(킬로와트시)당 153원 수준에서 지난해 181원으로 19%가량 높아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 국내 철강업계의 전체 비용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5~10%였지만, 전기요금 인상 이후 10%를 넘는 경우가 다수로 나타났다.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은 점차 현실이 되는 중이다. 대부분 원재료가 철스크랩으로 이뤄진 철근업계는 지난해까지 대부분 업체들이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사업 다각화가 이뤄진 소수 업체들만 간산히 영업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기로 생산이 판재 등 여러 품목에 적용되면서 철근업계에서 나타났던 원가 압박 현상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무거워진 비용 부담…비용 전가 어려워
 
철강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이를 제품가격으로 전가할 여력은 반대로 약해지고 있다. 철강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점, 수입산 철강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E-나라지표 등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액은 2023년 300조원에서 지난해 261조 6000억원으로 13%가량 감소했으며,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424만 4000대에서 410만 2000대로 감소했다. 조선 건조량만 같은 시기 910만CGT(환산톤수)에서 1220만CGT로 증가했을 뿐이다.
 
철스크랩과 전기요금은 철강 생산 단계에서 즉시 원가에 반영되고, 철강 판매 가격은 건설·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의 수요 등에 따라 생산 이후 결정된다. 원가가 먼저 오르고 판매 가격은 나중에 일부만 조정되는 구조다. 이에 제품 가격 상승 효과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철스크랩 등 원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라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비용에 먼저 반영되며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저탄소 철강에 대한 선호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수요가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국한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조선 등은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따르기 때문에 재료 선택권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그럼에도 철강산업은 저탄소 철강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서다. 올해부터 유럽연합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른 비용 부과를 시작했다. 탄소 규제가 사실상 철강 무역에 적용된 셈이다.
 
철강산업은 규제 대응을 위해 저탄소 설비에 투자하고 철스크랩과 전기요금 등을 먼저 부담하면서도 이를 제품가격으로 회수하지 못하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늘어난 생산비용을 적절히 보전하지 못하는 동안에는 원가 상승분이 철강사의 이익 둔화로 이어진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탄소 철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원가 경쟁력 중심의 철강 수요도 상당하다. 이에 저탄소 전기로 생산 확대에 대한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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