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2.3조+α 매각…외부평가선 추가대금 가치 '0원'
투자효과 실적에 미반영…조건도 까다로워
2.3조 투자 부담은 SK…증설 과실은 두산 몫
공개 2026-08-10 06:4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06일 11: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SK가 SK실트론을 2조3000억원에 매각하면서 8년간 실적에 따라 추가 대금을 받는 조건까지 붙였지만 실제 '+α'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평가기관이 전망한 SK실트론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언아웃(성과연동) 지급 기준을 밑도는 데다 과거 미달분을 먼저 차감하는 구조까지 적용돼 추가 대금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SK가 언아웃 조항에 따른 추가 수익을 얻으려면 기본 전망을 뛰어넘는 웨이퍼 가격 상승과 수요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SK실트론 구미 3공장 (사진=SK실트론)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003600)두산(000150)을 상대로 직접 보유한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지분 19.6%를 약 2조 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거래 종결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다. 두산이 SK실트론 경영권을 확보하는 대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 29.4%는 이번 계약에서 제외됐다.
 
'8년 실적 연동' 이례적…대규모 증설에 아쉬움 남은 SK
 
이번 계약에는 2027년부터 2034년까지 8년간 SK실트론의 EBITDA를 기준으로 추가 대금을 지급하는 언아웃 조항이 포함됐다.
 
언아웃은 통상 인수 이후 2~3년 동안 실적을 연동하는 사례가 많지만, 이번처럼 8년 동안 성과를 반영하는 구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SK실트론이 최근 수년간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 아직 투자 효과가 실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건도 단순하지 않다. 특정 연도에 EBITDA가 기준금액을 초과하더라도 과거 연도에서 발생한 미달액을 먼저 차감해야 한다. 차감 이후 남은 초과분의 40%에 매각 지분율 70.6%를 적용하기 때문에 SK가 받는 금액은 실질적으로 순초과 EBITDA의 약 28.2%다.
 
SK실트론은 2022년부터 구미 300㎜ 웨이퍼 신공장 건설과 생산설비 확대에 약 2조 3000억원을 투입했다. 신공장은 지난달부터 고객사향 제품 양산을 시작했으며, 업계에서는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10% 중반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신공장 가동과 투자 마무리를 바탕으로 2027년부터 외형 성장세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실트론은 주요 고객사와 2028년까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주력인 300㎜ 웨이퍼 판매량의 80% 이상이 장기계약을 통해 판매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실트론은 SK하이닉스(000660) 웨이퍼 매입액의 약 50%, 삼성전자(005930) 매입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업체다. 두산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더라도 당장 공급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재무부담 악화인데, 추가 회수 쉽지 않아
 
문제는 투자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SK가 막대한 재무 부담을 감수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실트론의 EBITDA는 2022년 9794억원에서 지난해 4782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구미 신공장과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 등에 투입된 CAPEX는 2022년 7737억원, 2023년 8768억원, 2024년 9627억원, 지난해 6315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잉여현금흐름도 빠르게 악화됐다. 2023년 -3584억원, 2024년 -5684억원, 지난해 -7378억원, 올해 1분기 -117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여 동안 발생한 누적 현금 유출만 1조 7816억원에 달한다. 순차입금도 2022년 말 1조 3106억원에서 올해 3월 말 2조 6234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신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은 두산이 경영권을 넘겨받는 시기와 맞물린다. 투자 부담은 SK가 대부분 떠안았지만,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는 두산이 누리게 되는 셈이다.
 
SK 측이 두산과의 매각 협상 과정에서 언아웃 8년 조항을 추가한 이유도 이 같은 미래가치를 매각가격에 일부 남겨두기 위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부평가 전망대로라면 SK가 실적 연동에 따른 대금을 받기 위해선 단순히 신공장 가동률 상승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두산의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한 외부평가를 통해 언아웃에 따른 조건부 대가의 현재가치를 0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평가 시점 기준으로 추가 대금 발생 가능성을 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SK가 추가 대금을 받기 위해선 장기공급계약 물량 확대와 웨이퍼 판매가격 반등, 평가기관의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호황이 동시에 나타나야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언아웃 조항 자체는 M&A 거래에서 종종 활용되지만, 이번 SK실트론 매각처럼 무려 8년간의 실적을 연동하는 구조는 이례적"이라며 "대대적인 웨이퍼 공장 증설 이후 신규 설비의 가동률이 정상 수준에 도달해 투자 효과가 실적으로 확인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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