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2030조·지역 625조…전 계열사 총동원삼성전자, 이익 견조해도 국내외 투자 병행 부담삼성SDI, FCF 적자 속 25조 투자 여력 주목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고 해서 곧바로 투자 재원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설비투자를 차질 없이 이어가려면 영업현금흐름과 차입, 계열사 지원 등 기업별 자금조달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AI 메모리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투자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재원 조달 방안과 재무 부담을 짚어보고, 장기 투자 계획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한다.(편집자주)
(사진=삼성전자)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삼성그룹이 26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계열사별 재무 체력의 격차가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을 바탕으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와 미국 생산시설 투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반면 삼성SDI는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 25조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전 계열사가 투자 부담을 나눠 맡는 구조지만 업황과 현금창출력이 엇갈려 계열사별 자금조달 여력이 장기 투자 계획의 지속성을 가를 전망이다.
2655조 메가투자에 계열사 분담 구조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발표한 26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 가운데 2030조원은 평택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반도체 분야에 집중될 예정이다. 여기에 호남과 충청, 영남권 등 지역 단위에 625조원을 추가 투자해 AI 반도체와 차세대 배터리, 디스플레이, AI 데이터센터,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등 미래 산업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77조원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삼성전자(005930)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와 용인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2030조원을 투입하는 동시에 호남 광주에 신규 반도체 팹을 짓는 데 400조원을 배정했다. 충청권에서는 천안·온양에 HBM 팹을 구축하는 데 56조원을 투자하고 전북 고창에는 물류센터를 건설한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계열사도 투자 주체로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67조원을 투자해 폴더블 등 차세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삼성SDI(006400)는 충남 천안에 9조원, 경남 울산에 16조원 등 총 25조원을 투입해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나트륨 배터리 양산 거점을 마련한다.
삼성전자 측은 <IB토마토>에 "AI시대, 상상을 초월한 속도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기흥?화성, 평택, 용인 이후 차기 반도체 클러스터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조성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부터 삼성SDI까지…계열사별 재무 체력 변수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발표한 26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 가운데 2030조원은 평택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반도체 분야에 집중될 예정이다. 여기에 호남과 충청, 영남권 등 지역 단위에 625조원을 추가 투자해 AI 반도체와 차세대 배터리, 디스플레이, AI 데이터센터,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등 미래 산업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77조원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투자를 맡은 계열사들의 사업 재원 마련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 금액 대부분을 집행할 삼성전자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용인과 평택에 이어 광주 신규 Fab 구축까지 추진하는 동시에 HBM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공정 전환에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미국 정부가 현지 메모리 생산시설 건설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추가 투자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외에서 수천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삼성전자가 미국 내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까지 추가할 경우 투자 우선순위와 자금 배분 전략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440억달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HBM 수요가 당분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영업활동에서 창출하는 현금만으로도 상당 부분의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분기 매출은 133조 8734억원, 영업이익은 57조 232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에도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원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5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설비투자(CAPEX) 집행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지만 당분간 수요가 많은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에도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해소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견조한 만큼 장기공급계약(LTA)을 위한 가격 협상도 다수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SDI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실적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북미 생산기지 투자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 천안 마더라인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부담으로 꼽힌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필요성은 크지만 단기간에는 현금창출력보다 투자 집행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삼성SDI는 1분기 매출 3조 5764억원, 영업손실 1556억원을 기록해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잉여현금흐름(FCF) 또한 2024년 마이너스(-) 6조 4089억원, 지난해 -2조 2745억원에서 올해 또한 조단위 손실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돈만으로는 CAPEX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던 회사는 올해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15.2%)을 매각해 10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적자와 대규모 지분 매각, 유상증자가 겹친 상황에서 천안·울산에 25조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대투자 계획을 계열사별로 부담을 분산하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업황이 부진한 계열사가 늘어날 경우 그룹 전체의 투자 효율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향후 AI 반도체와 HBM, 차세대 배터리, AI 부품 사업이 계획대로 성장해 계열사들의 현금창출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가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중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