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 기획: 생산적금융의 명암)③선택받은 산업, 커진 자금격차
정책자금, AI·반도체·바이오·방산에 집중
반도체·AI 신용도 상승…석화·건설은 하락
건설사 자체 유동성 확보…조달 여건 온도차
공개 2026-07-30 10:3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30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저성장과 산업 경쟁력 약화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경제·금융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은행과 초대형 투자은행(IB), 보험사·연기금에는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치우친 자금 운용에서 벗어나 기업의 설비투자와 사업재편을 뒷받침하고 장기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기존 대출에 이름만 바꿔 단 것인지, 실제 지분투자와 장기자금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생산적 금융의 설계와 집행부터 금융회사의 자산 배분, 산업별 수혜 격차, 투자 성과와 회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생산적 금융의 자금줄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산업별 조달 격차도 선명해지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를 비롯한 정책자금에 민간 자본까지 같은 방향으로 몰리며 우량 첨단기업은 낮은 비용으로 장기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과 건설, 철강 등 업황 부진 산업은 신용등급 하락과 조달비용 상승이 겹치며 자금 사정이 한층 팍팍해졌다. 생산적 금융이 특정 산업과 우량기업에 집중될수록 기업 간 자금조달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국민성장펀드 홈페이지)
 
국민성장펀드, AI·반도체 중심으로 흐르는 자금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올 상반기 기준 총 21건, 14조 6000억원의 투자와 대출을 승인하거나 펀드 결성을 완료했다. 지원 방식별로 △직접투자 2조 5000억원, △간접투자 1조 2200억원, △인프라 투·융자 6조 8700억원, △저리대출 4조 100억원이다. 연간 목표액 30조원의 48.7%를 상반기에 달성한 상태다.
 
국민성장펀드의 실제 집행 내역을 보면 정책자금은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에 집중됐다. 직접투자 대상으로는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와 리가켐바이오(141080)가 선정됐다. 저리대출은 삼성전자와 네이버, 이수스페셜티케미컬, SK바이오사이언스, 엘앤에프플러스, 샘씨엔에스, 후성, 심텍 등에 배정됐다. 인프라 자금도 국가 AI컴퓨팅센터와 스마일게이트 데이터센터, 신안우이 해상풍력 등에 투입됐다.
 
1차 메가프로젝트 7건 역시 AI와 반도체 생태계에 무게가 실렸다. △K-엔비디아 육성에 1조원 이상, △국가 AI컴퓨팅센터 2조원, △첨단 AI반도체 파운드리 8조 8000억원, △반도체 에너지인프라 3조 3000억원 등 전체 20조1200억원 이상 가운데 15조원 이상이 AI·반도체 관련 사업에 배정됐다. 
 
2차 프로젝트에는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등에 집중됐다. △OLED 초격차 확보 5조 9000억원, △소버린 AI 생태계 4조 1600억원, △차세대 바이오·백신 5000억원 △미래모빌리티·방산 5000억원을 공급하는 구조다. 새만금 첨단벨트에도 9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전통산업의 설비 효율화나 구조조정보다 미래 성장산업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에 정책금융이 우선 배분된 상황이다.
 

(그래픽=AI제작·IB토마토)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 담당부서는 <IB토마토>에 "산업별 배분은 한도 개념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특히 중소·중견기업 지원 규모도 50조원 이상으로 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국민성장펀드 투입 금액 기준으로도 지방 비중을 50% 이상으로 가져가는 등 그동안 민간이 섣불리 투자하지 못했던 고위험, 장기투자, 대규모 투자의 영역에 집중적으로 자금지원을 하면서 더 많은 민간자금이 우리나라 첨단전략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분야로 유입되는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건설업, 신종자본증권으로 자체 조달…석화·이차전지는 등급 하락 직격탄
 
정부 정책금융이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향하는 가운데 민간 자본시장에서도 신용도에 따른 자금조달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신용도가 개선된 기업들은 회사채와 생산적 금융을 통한 저리대출 발행을 통해 자금을 손쉽게 확보하는 반면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등 업황 부진 업종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조달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상향된 기업에는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두산(000150), HD현대일렉트릭(267260), 효성중공업(298040) 등이 포함됐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기기, 방산, 조선 업황 개선이 신용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에코프로(086520)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향됐고, 롯데케미칼(011170)LG화학(051910), 엘앤에프(066970) 등도 등급 또는 등급전망이 낮아졌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동시에 약화된 영향이다.
 
공모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해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와 부채비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3500억원씩 총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5.8%로 한국투자증권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전량 인수했다. 동시에 회사 신용보다 자산 신용을 앞세운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활용해 자금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이어 이달에도 공사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30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다. GS건설(006360)도 지난해 말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중견 건설사 사정도 비슷하다. 금호건설(002990)은 지난달 연 7.0% 금리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포스코이앤씨도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으로 일반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영구채를 재무구조 방어 수단으로 택한 셈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대우건설(047040)을 비롯해 롯데물산, 포스코이앤씨, 홍화 등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반면 국민성장펀드는 반도체와 바이오를 중심으로 저리대출을 지원하면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원 대상은 삼성전자(005930)(반도체)와 NAVER(035420)(AI)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바이오), LS전선(인프라), 이수스페셜티케미컬(457190)(이차전지), 엘앤에프플러스(이차전지), 퓨처그라프(이차전지), 샘씨엔에스(252990)(반도체), 후성(093370)(반도체), 심텍(222800)(반도체) 등이다. AI와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첨단 인프라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확충에 필요한 장기 저리자금을 공급한 것이다.
 
이외에도 국민성장펀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LG디스플레이(034220)에 1조원 규모의 저리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중소형 OLED 생산기술 고도화와 설비 투자에 활용될 예정이다.
 
생산적 금융과 민간자본이 첨단산업과 우량기업으로 집중되면서 기업 간 자금조달 격차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은 정책금융과 장기 회사채를 통해 낮은 비용으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반면 재무 여건이 악화된 기업은 신종자본증권과 단기성 차입 등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조달수단에 의존하며 재무구조를 방어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정책자금이 집중되는 산업은 정부의 중장기 육성 의지가 확인된 만큼 민간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의 자금도 함께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신용등급까지 낮아진 기업은 공모채 시장에서 투자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워 고금리 영구채나 단기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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