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주택의 현실)③모듈러의 한계…GS·포스코도 전략 수정
포스코A&C·GS건설 전략 수정…시장 한계에 사업 재편
공공 의존·낮은 가동률에 수익성 확보 난항
기술력 갖췄지만 물량 부족…규모의 경제가 관건
공개 2026-07-2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24일 17:5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공기 단축과 품질 균일화, 인력난 대응의 해법으로 주목받아 온 모듈러(OSC) 주택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며 차세대 건설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 검증이 상당 부분 이뤄졌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공공 발주에 의존한 채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선도 기업들마저 사업 전략을 재조정하면서 시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공공 중심의 시장 구조와 민간 확산의 한계, 원가와 생산성, 대형 건설사의 사업 전략 변화, 전문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모듈러가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국내 모듈러 건축은 기술 검증과 공장 투자, 자동화까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시장 성장 한계로 선도 기업들이 잇달아 전략을 수정 중이다. 공공 모듈러 대표 실적을 쌓아온 기업은 관련 사업을 매각했고, 해외 시장을 겨냥했던 기업도 사업을 축소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이라기보다 기술력만으로는 산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내 모듈러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본다.
 
세종 6-3생활권 (UR-1,2BL) 모듈러 주택 투시도. (사진=포스코에이앤씨)
 
공공 의존 넘지 못한 모듈러…포스코A&C 사업 재편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을 이끌었던 선도 사업자들의 사업 전략 수정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 모듈러 시장을 선도했던 포스코(005490)A&C는 지난해 모듈러 사업을 유창E&C에 양도했다.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섰던 GS건설(006360) 또한 영국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Elements Europe)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사업 전략을 조정했다. 개별 기업의 경영 판단을 넘어 국내외 모듈러 시장의 사업 환경 변화를 보여주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포스코A&C는 국내 모듈러 건축을 대표하는 선도 사업자로 평가받았다. 세종 6-3 생활권 통합 공공임대주택(416가구)을 비롯해 광양 '기가타운' 기숙사, 평창 미디어 레지던스 호텔, 인천 강화 공공임대주택, 포항 인재창조원 숙소동 등 공공주택과 기숙사, 숙박시설 분야의 주요 모듈러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행하며 국내 시장을 이끌었다. 군산공장을 중심으로 모듈러 제작·시공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 실증사업을 수행하며 기술력과 시공 경험을 축적해 왔다.
 
모회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포스코A&C의 모듈러 제작·설치 사업 부문을 모듈러 전문 기업인 유창E&C에 일괄 양도했다. 양도 대상에는 관련 자산과 생산설비, 특허, 인력 등 모듈러 사업 전반이 포함됐다. 이미 계약된 세종 6-3 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과 크래프톤 교육연구시설, 인천 강화 공공임대주택, 포항 인재창조원 숙소동 등 기존 프로젝트는 마무리한 뒤 제작·시공 사업에서는 손을 떼기로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당시 양도 목적에 대해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산 효율화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 정책과 공공 지원에도 불구하고 민간 시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면서 제작·설치 사업은 이관하고 설계와 CM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며 "모듈러 사업은 자회사인 포스코A&C의 주요 사업이었던 만큼, 이를 포스코이앤씨의 기술이나 사업으로 직접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콘크리트를 활용한 조립식(모듈러) 주택 시제품. (사진=GS건설)
 
유럽 공략 나섰지만…GS건설, 해외 모듈러 전략 수정 
 
GS건설은 국내보다 해외 모듈러 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곳이다. 2020년 영국 철골 모듈러 전문기업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 지분 75%를 약 342억원에 인수하며 유럽 모듈러 주택과 호텔, 학생기숙사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당시 친환경·탈 현장 건설(OSC) 확대와 공장 생산 기반의 모듈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냈다.
 
엘리먼츠는 영국 현지 공장을 기반으로 호텔과 학생기숙사, 공동주택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외형을 빠르게 키웠다.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시기는 코로나19부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금융비용이 급등했다. 유럽 부동산 경기 둔화로 프로젝트 지연과 취소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역시 악화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며 외형 성장만으로는 공장 운영에 따른 고정비와 원가 부담을 감당하지 못했다. GS건설은 결국 엘리먼츠를 청산하며 해외 철골 모듈러 사업 전략을 재조정했다. 
 
회사는 매각 대신 청산을 선택했지만 모듈러 사업 자체에서 철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엘리먼츠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제조 경쟁력이 약화한 데다 안정적인 수주 물량과 공장 가동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 변동과 공사비 상승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청산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는 스틸 모듈러 사업 자체에서 철수한 것이 아니라 사업 수행 방식과 지역별 전략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GS건설은 이미 스틸 모듈러 제작 프로세스와 모듈 접합 기술, 설계·생산·시공 경험을 확보했으며 이를 국내 프로젝트 수행과 기술 내재화에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시장성과 수익성이 검증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 중동과 유럽 등에서도 사업 기회를 검토하고, 사업 여건에 따라 자체 생산 역량과 제조 경쟁력을 갖춘 지역 파트너를 활용해 스틸 모듈러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속 발주가 답, 규모의 경제가 산업화 좌우
 
포스코A&C가 공공 중심의 국내 시장에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면, GS건설은 해외 시장에서 비용 부담과 수요 둔화, 프로젝트 리스크를 경험하며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두 사례 모두 개별 기업의 실패라기보다 국내외 모듈러 산업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모듈러는 공장 설비와 자동화에 대한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제조업 성격을 띠는만큼 안정적인 물량과 높은 공장 가동률이 확보돼야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기술 경쟁력은 상당 부분 검증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연속적인 발주와 민간 수요가 부족한 만큼 공장 기반 생산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모듈러 산업의 과제는 기술 개발보다 시장 확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 실증 사업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산업 확산의 걸림돌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술력은 이미 상당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발주와 민간 수요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공 실증 사업을 넘어 민간 공동주택은 물론 데이터센터와 기숙사,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물량이 나와야 공장 가동률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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