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그먼트(등급 구분) 제도가 오는 9~10월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량기업군인 셀렉트(가칭)에 기관 수급이 집중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중간 성장 구간인 스탠다드 기업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중소형 기업의 상장 유지 부담도 커진 만큼, 스탠다드 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한국거래소)
이르면 9~10월 세그먼트 도입…상폐 기준도 강화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을 성격별로 구분하는 세그먼트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 내 기업군을 셀렉트(가칭)·스탠다드(일반)·관리군으로 나눠 투자자에게 선택 기준을 제공하고, 시장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게 골자다. 이르면 오는 9~10월, 늦어도 4분기 중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목표로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코스닥 상장사 퇴출 요건은 강화됐다. 상장 유지에 필요한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 1일 200억원으로 올랐고, 내년 1월1일 300억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시총이 30거래일 연속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도 해당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된다.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부터 심사가 이뤄진다.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도 최근 1년간 누적 벌점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졌다. 상장 문을 넓히고 부실기업도 신속히 걸러내는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요건 강화의 여파는 수치로도 감지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은 2023년 8곳에서 지난해 38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최소 50곳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그래픽=AI제작·IB토마토)
셀렉트 수급 쏠림 우려…스탠다드 ETF 대안
코스닥 시장 세그먼트에서 스탠다드와 관리군으로 분류될 기업은 상위 구간인 셀렉트(가칭) 구간에 비해 자금조달과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 구간을 함께 끌어올리는 지원책이 병행돼야 시장 전반의 역동성과 활력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매출과 손익은 탄탄하지만 시장 관심 부족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스탠다드 구간에 다수 포진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반도체·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성장 잠재력을 갖췄지만 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총 기준만으로 기업을 줄 세울 경우,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기업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급 쏠림은 중소형주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자금이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형주로 집중되면서, 코스닥 중소형주의 거래가 더뎌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별개로 시총이 밀리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실적이 견조한 기업까지 퇴출 요건에 다가서면서 상장 유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스탠다드 구간의 유망 기업들을 상장지수펀드(ETF)로 묶어 기관 자금을 연결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개별 종목 단위로는 소외되기 쉬운 기업도 지수나 펀드 형태로 편입되면 안정적인 수급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성장 구간으로 자금이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활성화의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코스닥 스탠다드 기업들을 방치하지 않으면서 시장 신뢰도 함께 지키는 균형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과제로 지목된다. 세그먼트가 투자자 보호와 옥석 가리기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까지 좁히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 가지를 함께 충족해야 제도가 시장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코스닥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스닥 세그먼트에서 스탠다드 구간의 기업을 묶어 자금이 유입되도록 해야 전반적인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유망한 스탠다드 기업들을 묶어 ETF를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