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가
테크윙(089030) 교환사채(EB) 투자에서 회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테스트 장비 성장성에 베팅해 400억원을 투입했지만, 테크윙 주가가 교환가액을 크게 밑돌면서 주식 교환을 통한 차익 실현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EB는 표면이자와 만기이자가 모두 0%인 데다 시가 하락에 따른 교환가액 조정, 이른바 리픽싱도 없는 구조로, 회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테크윙 사업장 (사진=테크윙)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신PE는 지난해 10월 테크윙이 발행한 933억원 규모 EB 가운데 400억원을 인수했다. 투자금은 20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인 '대신그로쓰캡2024'에서 집행됐다. 400억원은 해당 펀드 결성액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단일 투자 한도를 채운 베팅이다. 나머지 물량은
대신증권(003540)과 '2024 대신-킹고 Growth Capital 신기술투자조합'이 나눠 인수했다.
'리픽싱 제로·무이자' 조건…교환가까지 80% 폭등해야 본전
문제는 투자 조건이다. 테크윙 10회차 EB의 교환가액은 주당 7만1060원, 교환대상은 테크윙 자기주식 131만3171주다. 교환청구기간은 올해 1월20일부터 2030년 9월20일까지다. 대신PE 입장에서는 이미 주식 교환이 가능한 구간에 들어섰지만, 교환가액을 높게 설정한 탓에 투자원금 이상의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테크윙 주가는 9일 장 마감 기준 3만9450원으로, 교환가액 7만1060원보다 약 3만1610원(44.48%) 낮다. 대신PE가 주식 교환을 통해 이익을 내려면, 현재 주가에서 최소 80.13% 이상 폭등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테크윙의 주가는 최근 1개월간 약 31.51%가 하락하는 등 투자 당시 기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신PE의 400억원 투자분을 교환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56만주 수준으로, 현 주가 기준 주식가치는 220억원 안팎에 그친다.
이번 투자가 대신PE에 더욱 뼈아픈 이유는 계약 구조 자체에 하방 안전장치가 결여돼 있어서다. 통상 사모펀드가 메자닌(CB·BW)에 투자할 때는 주가 하락 시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리픽싱 조항을 삽입해 손실 리스크를 방어한다. 그러나 테크윙 EB에는 리픽싱 조항이 없어, 주가가 아무리 내려앉아도 행사가격은 7만1060원에 고정되어 있다.
여기에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마저 모두 0%로 묶여 있어, 주가가 교환가액을 밑도는 현재 구간에서는 최소한의 이자 수익조차 챙기지 못하는 기회비용 손실이 고스란히 누적되고 있다. 투자 당시 테크윙의 HBM 전용 검사장비인 '큐브 프로버'가 시장의 주목을 받자, 발행사 우위 조건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가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초도 물량' 환상 걷히자 주가 반토막…HBM4 양산 기대는 유효
테크윙의 주가가 이처럼 주저앉은 배경에는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과 실제 장비 양산 타임라인 사이의 시간 차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테크윙이 큐브 프로버 개발을 완료하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글로벌 메모리 빅3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주가는 단숨에 7만4000원선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대형 양산 물량이 터져야 할 시점에 대기업들의 차세대 6세대 HBM(HBM4) 공정 전환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수개월 지연되면서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실적 공백기가 발생하자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현재의 3만원대까지 반토막이 난 것이다.
한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테크윙이 삼성전자에 납품한 물량은 11대에 불과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최종 품질 인증을 위한 테스트성 초도 물량 위주였다"라며 "실적을 극적으로 견인하기엔 부족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실제 테크윙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4억원, 영업이익 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개선세를 보였지만, 금융원가와 기타비용 부담으로 당기순손실 61억원을 냈다. 성장 기대는 남아 있지만, 아직 주가를 다시 교환가액 수준으로 끌어올릴 만큼의 실적 모멘텀은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대신PE의 투자 성과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크윙은 최근 SK하이닉스의 퀄 테스트를 최종 통과해 첫 본격 양산 수주(PO)를 받기 시작했으며, 마이크론과의 연내 데모 장비 평가도 막바지 단계다.
특히 HBM4 공정부터는 테크윙의 전수 검사 장비가 필수로 자리 잡기 때문에 테크윙 측에서도 HBM4 투자가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에는 큐브 프로버만 연간 200대 이상 대량 공급이 가능해 매출이 퀀텀 점프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유지하고 있다.
테크윙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삼성전자엔 지난해 초도 물량이 납품됐고, SK하이닉스에는 본격적으로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본격적인 납품을 예상하고 있다"며 "HBM4 투자가 본격화되면 큐브 프로버 공급도 확대될 것"이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