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2차전지 밸류체인에 가장 공격적으로 베팅해 온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이하 한투PE)가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포트폴리오사 중 하나인
제일엠앤에스(412540)가 감사의견 거절 여파로 법원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등 변수를 맞은 데 이어, 또 다른 2차전지 투자처인
탑머티리얼(360070)도 주가 부진과 실적 악화가 겹치고 있어서다. 관건은 올해 4분기 예정된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양산이다. 탑머티리얼이 시스템엔지니어링 중심 기업에서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을 입증해야 한투PE의 투자 회수 시나리오도 가능한 상황이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탑머티리얼 본사 및 연구소 (사진=탑머티리얼)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투PE는 지난 2023년 탑머티리얼 전환사채(CB)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발행 규모는 600억원, 이자율 0%라는 메자닌 투자로 탑머티리얼 성장세에 베팅했다. 한투PE가 주도한 한국투자2022사모투자합자회사가 핵심 투자자로 참여했고 동원신성장2호조합, 하나증권 등이 공동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주가·실적 동반 부진…CB 전환가액과 괴리 커져
현재까진 한투PE가 투자한 CB의 보통주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탑머티리얼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당시 CB 전환가액은 6만4488원으로, 현재 최저 조정가액인 4만5142원으로 리픽싱됐다. 최근 탑머티리얼 주가는 4일 종가 기준 1만2710원까지 밀렸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약 18%, 1년 기준으로는 51% 하락한 수준이다.
탑머티리얼 실적도 아직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5년 연결 매출은 231억원으로 전년 1061억원 대비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352억원으로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82억원에서 307억원으로 커지면서 이익잉여금은 105억원 흑자에서 204억원 결손금으로 돌아섰다.
손실 확대로 인해 자본도 깎이고 있다. 자본총계는 2024년 말 1412억원에서 2025년 말 1093억원으로 약 319억원 감소했다. 2026년 1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1084억원 수준이고, 자본금은 41억원 수준이다. 순부채비율도 2025년 말 67.88%에서 2026년 1분기 말 71.18%로 상승했다.
한투PE가 투자 당시 기대했던 소재기업 전환도 아직 숫자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탑머티리얼의 1분기 매출은 80억67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의 35%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사업 구조는 여전히 시스템엔지니어링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매출 중 시스템엔지니어링 비중은 80.2%, 전극은 15.0%에 그쳤다.
반전 카드는 평택 LFP 공장…대형사보다 빠른 양산으로 승부
한투PE가 탑머티리얼에 500억원을 투자한 까닭은 장비(시스템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닌 LFP 양극재 소재 기업으로의 밸류에이션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LFP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높아 ESS와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채택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LFP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양극재 사용량에서 LFP 양극재 비중은 중량 기준 60%에 달했다. 같은 기간 LFP 양극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58.4% 증가하는 동안 삼원계 양극재 성장률은 12.5%에 그쳤다.
나아가 글로벌 LFP 양극재 공급의 90% 이상은 중국 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중국산이 아닌 LFP 양극재를 찾고 있다. 최근 중국산 배터리 및 소재를 배제하는 무역 규제(IRA 등)를 강화하면서 비중국계 LFP 양극재 공급망 확보는 배터리·완성차 업계의 주요 과제가 됐다.
탑머티리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025년 12월 평택 브레인시티에 연산 약 3000톤 규모 LFP 양극재 생산 마더라인을 구축했고, 현재는 시생산과 품질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2026년 4분기 내 양산 검증을 거쳐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초기 가동률과 고객사 확보다. 소재 사업은 공장 완공만으로 실적이 개선되기 어렵고, 고객사 인증과 양산 수율, 원재료 조달 안정성, 장기공급계약 확보가 맞물려야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된다. 탑머티리얼이 LFP 양극재를 외부에 직접 판매할지, 자체 전극 사업과 연계해 소재 부가가치를 높일지도 향후 수익성의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탑머티리얼은 시스템엔지니어링 사업에서 쌓은 2차전지 공정 이해도를 소재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기업"이라며 "소재기업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공장을 지었다는 사실보다 고객사 인증과 반복 매출이 확인돼야 한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