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양극화에 경험률 둔화…유류할증료 부담까지 가중설 연휴 낀 2월에도 출국자 전월 대비 15% 감소여행 지출 줄인 소비자들…수도권 중심 단기 수요 확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뒤 여행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거치며 여행사 간 브랜드 경쟁력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업황 불확실성은 다시 커지고 있다. 유류비와 각종 물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이 여행 수요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토마토>는 패키지여행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여행업계의 현황과 대응 방안을 짚어봤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해외여행 수요가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다. 출국자수는 전년 대비 늘었지만 이는 일부 여행객의 출국이 잦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환율과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장기간 체류가 필요한 원거리 여행은 비용 부담에 밀려 위축되는 흐름이다. 이에 여기어때와 NOL(놀·구 야놀자) 등 여행 플랫폼 업체들은 해외여행 확대보다 국내 여행 수요를 붙잡는 방식으로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수도권 중심 여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지방 관광 수요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 구역 모습.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환율·고물가에 여행심리 위축 '지속'
28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2월 해외여행객수는 603만 7283명으로 직전년도 동기간(559만 855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년도 대비 7.84%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전월 대비 해외여행객 감소율로 보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326만 7988명에 이르던 해외여행객 수는 2월 276만 9295명으로 15.26% 감소했다. 이는 2025년 11.68%, 2024년 9.34% 감소하던 것 보다도 큰 감소폭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설날연휴는 2월14일부터 2월18일까지로 일반적으로 여행업계 성수기로 꼽히는 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월 대비 약 5.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여행 수요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 이후 빠르게 회복했으나 지난 2024년부터 경기 침체로 인해 여행 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부담과 글로벌 물가 상승이 겹치며 원거리·고비용 여행지의 관심도가 일제히 감소했다. 이와 함께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 여행 계획률, 여행비 지출 의향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 여행 경험률도 코로나 전의 80% 수준에 그쳤다.
이는 해외여행 시장의 회복이 전체 소비층의 확산이라기보다 여력이 있는 일부 여행객의 반복 출국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출국자수 증가만으로 여행 수요가 전반적으로 견조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장기간·원거리·고비용 여행은 향후에도 관련 수요가 감소세를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환율과 고물가에 더해 국제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항공권과 현지 체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류할증료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여행 심리 위축 압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컨슈머인사이트)
국내 경쟁력 확대…정부·지자체 역할 '관건'
이에 여기어때와 NOL(놀·구 야놀자)는 국내 여행 수요 확보에 주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들 업체는 여전히 국내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어때는 최근 일본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류할증료가 다른 해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여름 방문객이 적다는 계절적 특수성까지 맞물려 있어, 해외보다는 국내 수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어때는 지난해에도 지난해 총 21곳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협업한 바 있다. 각 기관이 관장하는 지역의 여행 수요를 늘리기 위해 맞춤형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여행 콘텐츠를 제작해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 여기어때 앱을 통한 해당 지역들의 총 숙소 예약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경쟁사인 놀유니버스는 향후 항공사와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항공·숙박·투어·액티비티를 연계한 할인 구조를 강화해 고객이 체감하는 전체 여행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여행 부문에서는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숙박세일 페스타에 참여하고 이외에도 국내 숙소 할인 쿠폰팩 지급 등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대만 등 주요 지역의 황금연휴 시점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교통, 주요 관광지, K-뷰티, 로컬 체험까지 망라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해외여행 일정 3개월 이전까지 예약을 완료하는 관광객이 많은 만큼, 4월부터 이어진 유류할증료 인상이 성수기 예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여행사들이 국내 관광객을 활성화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관광업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구조로, 이런 시기에는 관광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이 병행돼야 한다"라며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국내 여행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서 지방으로도 여행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인력 확보를 통해 여행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