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2)'최강 한파' 덮친 회사채시장…자금경색 최악 넘었다
급격한 금리상승에 회사채 발행 위축…벌어진 신용스프레드
투자수요 흡수한 한전채, 레고랜드 이어 흥국생명 사태까지
정부, 긴급지원 대응책 마련…11월 들어 진정된 모습 나타나
공개 2022-12-29 1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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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올해 회사채 시장은 대내외적 요인에 한파가 찾아오며 몸살을 앓았다. 가파르게 오른 금리 환경만으로도 부담이 커졌는데 한국전력(015760)이 한전채를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일반 회사채 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이에 더해 레고랜드에 흥국생명 사태까지 몰려오며 초유의 유동성 위기가 나타났고 기업들에 부도설이 불거졌다. 정부가 긴급히 내놓은 안정책으로 11월 들어서는 경색된 시장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금리상승에 흔들린 회사채 시장 (사진=연합뉴스)
 
금리상승에 위축된 회사채 발행…신용스프레드 확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회사채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코로나 사태로 풀렸던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시장금리도 상승했는데, 회사채 시장은 무위험 금리 상승 영향으로 발행 자체가 둔화됐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대폭 감소했으며 4분기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들어 AA등급 공모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시장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추가적인 금리 상승에 대비해 기업들이 장기 자금조달을 확대한 결과다. 특히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와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발전자회사 등이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회사채 시장 진입이 힘들어졌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아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졌다. 추가적인 금리 상승 요인이 발생한 셈인데, 채권 전반의 투자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무위험 금리가 다시 상승했고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신용스프레드는 확대되는 추세를 나타냈다.
 
한국전력 (사진=연합뉴스)
 
투자수요 흡수한 최우량 한전채…회사채 시장 경색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전력이 대규모 한전채를 발행함에 따라 회사채 시장도 악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한전채는 최우량 신용등급(AAA)임에도 높은 금리를 제시해 시장의 투자수요를 대거 흡수했다. 대규모 적자가 쌓인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으로 보전받지 못하는 부분을 채권으로 메운다. 올해 예상 적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던 만큼 이를 충당하기 위한 채권 발행의 필요성도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과도한 한전채 발행이 회사채 시장을 위축시켜 국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자금난에 빠뜨린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의 채권 발행 누적액은 지난달 기준 약 66조원으로 지난해 누적액의 2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채 물량이 늘어나 시장 수요가 계속 쏠리게 되면 일반 회사채 발행은 경색될 수밖에 없다.
 
춘천시 레고랜드 (사진=연합뉴스)
 
김진태發 레고랜드 사태, 유례없는 금융위기 촉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 9월 춘천시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의 시행자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GJC는 유동화회사로부터 20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차입했는데 강원도는 이에 신용보강으로 지원했다. GJC가 만기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강원도는 지급금 채무를 이행해야 했던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유동화회사는 대출만기일에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대출채권과 담보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했던 유동화기업어음(ABCP) 역시 상환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채무불이행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신용보강했음에도 불이행이 나타나자 신용도 기반 자본시장의 근간인 신뢰 부분이 타격을 받았다.
 
자본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는데 회사채 시장은 고금리 환경에 레고랜드 여파까지 더해져 발행 여건이 얼어붙었다. 지난 9월 6568억원이었던 회사채 순발행액은 10월 –4조8429억원으로 돌아섰다. 순발행액 마이너스는 11월에도 이어졌다. 회사채(무보증 3년, AA- 기준) 금리는 지난 10월21일 5.736%로 최고점을 찍었고, 당시 신용 스프레드는 1.241%p까지 벌어졌다.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번복 (사진=흥국생명)
 
콜옵션 번복한 흥국생명, 암묵적 관행 어긋나 ‘화들짝’
 
흥국생명은 2017년 발행한 5571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지난 11월 발표했다가 며칠 뒤 다시 행사하겠다고 번복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 성격으로 만기가 30년 이상이며 지속적인 차환도 가능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콜옵션 행사 시점에서 조기상환하는 것이 관례로 알려졌다. 투자자들 역시 콜옵션 행사를 전제로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한다는 설명이다.
 
흥국생명 콜옵션 번복으로 자본시장에서는 다시금 신뢰라는 단어가 거론됐다. 특히 외화채권 시장에서 외화표시채권 거래량이 크게 떨어졌고 가격도 급락했다. 신뢰도가 하락한 만큼 시장 불안정성이 가격과 거래량으로 반영돼 나타난 것이다.
 
정부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 (사진=연합뉴스)
 
연말 진정된 회사채 시장…추세 전환 가능성
 
회사채 시장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레고랜드 사태에 놀란 정부가 50조원을 넘어서는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 점점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미국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긴축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등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금리가 내년 상반기쯤 고점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도 주요했다.
 
11월 이후 회사채는 금리 상승세가 소폭 꺾이면서 다소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였고 12월 들어서는 순발행으로 전환했다. 신용 스프레드 역시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동안 거래가 끊겼던 5년물 이상의 장기물에서도 거래량이 늘면서 투자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내년에는 추가적인 금리상승 수준과 조정 시점, 한전채 발행 규모, 부동산경기 흐름 등이 주요한 요소로 꼽힌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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