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박학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올해 말 첫 번째 임기만료를 맞으며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표는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된 만큼 세대교체 분위기가 거세진다면 박 대표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22~2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벤처투자 등 대표 임기가 만료되는 3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추천 후보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NH농협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지닌 완전자회사다.
NH농협금융지주 본사. (사진=NH농협금융지주)
반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임원추천위원회는 23일 이후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NH농협금융지주가 지분 70%(의결권 배제 종류주식 포함), 아문디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개최해 최고경영자 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박 대표는 2020년 1월부터 NH아문디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데 올해 말 첫 번째 임기가 만료된다. 실적으로만 본다면 박 사장의 연임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취임 첫 해 순이익 250억원을 거두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취임 전인 2020년 NH아문디자산운용은 순이익 205억원을 기록하면서 2019년(217억원)에 비해 역성장을 보였는데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올해도 순항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3분기 누적 순이익 218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186억원) 대비 17.2% 늘어난 수치로 올해 역시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자산운용사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자산운용 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서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펀드 운용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증가한 492억원을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이끌었다. 전체 수탁고(펀드+투자일임) 규모는 3분기 말 기준 53조4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이상 증가했다.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수도 1년 전보다 11개 늘었지만 전체 순자산총액은 대형사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다소 감소했다.
다만 NH아문디자산운용이 NH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가 아니지만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를, 다시 NH농협금융지주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구조인 만큼 사실상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NH농협금융 내에서 대표적 영남권 인물로 꼽히는 박 대표와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020년 대표이사로 선임될 당시에도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역적 안배를 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NH농협금융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박 대표도 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병환 회장은 취임 이후 2년 연속 NH농협금융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지만 연임에 실패하면서 수장이 교체됐다. 농협중앙회가 새 판 짜기를 본격화한다면 계열사 수장들의 연임 여부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NH농협금융은 아문디와 2003년 합작사인 농협CA투자신탁운용을 출범시켰고 2007년 NH-CA자산운용으로, 2016년에는 NH아문디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NH농협금융과 아문디가 공동대표이사를 지명해왔는데 2015년 하반기부터 NH농협금융이 단독대표이사, 아문디가 부사장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역대 대표들의 재임기간을 살펴보면 조우봉 4년, 송진환 2년, 최상국 3년, 이종환 1년, 이태재 2년, 한동주 3년 등이었으며 이들 모두 공동대표를 지냈다. 한동주 대표 재임 중간에 단독대표체제가 도입됐고 이후 박규희 전 대표가 2018년 1월 선임됐지만 2019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으로 선임되며 1년 반만에 대표직을 떠났다. 2019년 8월 대표직에 오른 배영훈 전 대표는 이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2020년 말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2년을 채우지 못했다. 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 단독대표체제 도입 이후 가장 오래 대표직을 유지하게 된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언제 열릴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