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다시 꺼내든 퇴직연금…수익성·건전성 '업그레이드'
사업 영역 넓히며 운용재원 확보…부채 듀레이션 관리도
공개 2022-11-02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31일 18: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메리츠화재(000060)가 신규 영업을 중단했던 퇴직연금 카드를 10년 만에 다시 꺼내면서 이익창출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산운용 부문에서 이익률이 높게 나오고 있는 만큼 영역을 넓혀 파이 자체를 키워보겠다는 계산이다. 퇴직연금 사업은 자산·부채 만기 관리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모양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퇴직연금 사업을 재개함에 따라 원수보험료 구성에 특별계정 항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보험 본연의 업무를 반영하는 일반계정과 달리 퇴직연금이나 변액보험은 특별계정으로 따로 나눠서 처리한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 기준 원수보험료가 5조7174억원으로 나타나는데 주요 사업인 장기보험이 78.5%를 차지하고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이 각각 7.6%, 6.4%로 그 뒤를 따른다. 퇴직연금이 속한 특별계정의 비중은 7.6%로 집계된다. 보험료수익 상으로는 자동차보험과 같은 수준인 셈이다.
 
 
그간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 시장이 삼성화재(000810)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 중심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나타내면서 차보험 비중을 줄이고 장기보험에 집중해 왔다. 원수보험료 내 장기보험 비중은 최근 3년 기준 85.5~86.3% 정도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번에 퇴직연금 사업이 반영되면서 장기보험 비중은 70%대로 줄었는데 보험영업 포트폴리오가 그만큼 다각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별계정의 자산 규모는 상반기 기준 4498억원으로 확인되며, 변액보험 없이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으로 이뤄졌다.
 
해당 보험사가 자산운용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 사업으로 운용재원 규모를 키워 이익창출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리츠화재는 운용자산이익률이 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으로 나타나는데 올 상반기 기준 4.0%로 업계 평균인 3.2%보다 0.8%p가량 높다.
 
수익률이 높은 배경에는 회사의 자산운용 전략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현금과 예치금, 국공채와 특수채, 보험약관대출 등으로 구성된 안전자산 비중을 42.3% 수준으로 높게 가져가면서 동시에 투자수익률이 높은 PF대출도 많은 비중(25.4%)을 차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퇴직연금 사업은 직접 판매하지 않고 관련 상품을 제공 및 운영만 하고 있다”라면서 “금리상승 시기에 투자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품 수요 감소와 자본력 부담 등으로 생명보험사 이탈이 발생하는 가운데 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메리츠화재는 새로운 제도 도입 후 자본여력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점진적인 퇴직연금 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사진=메리츠화재)
 
퇴직연금 사업 재개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은 부채 듀레이션이 일반 장기보험보다 짧은 만큼 이를 활용하면 듀레이션 관리에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상품은 가입 기간이 길어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게 나타나는데 이에 대한 관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RBC) 듀레이션은 자산보다 부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메리츠화재의 자산 듀레이션은 △2020년 11.05 △2021년 11.42 △2022년 상반기 11.00으로 나타나는 반면 부채 듀레이션은 △2020년 11.13 △2021년 12.84 △2022년 상반기 15.32로 집계된다. 해당 기간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매칭율은 99.3%에서 88.9%, 71.8%로 줄었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퇴직연금 사업 재개는 수입보험료를 더 확보해 운용재원으로 사용하려는 목표가 있는 것 같다”라면서 “일반 건강보험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고 이제 퇴직연금 부문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LM 개선을 위한 목표도 일부 있을 것”이라며 “부채가 짧은 것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긴 부채를 희석하려는 효과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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