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화폐가치 측정과 회계
공개 2022-10-28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5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집 1채’만 소유한 A와 ‘집 1채와 자동차 1대’를 소유한 B 중 누가 부자일까? 선뜻 답하기 곤란하다. 자동차 없이 집 1채만 소유한 A의 집값이 훨씬 비싸다면 A가 B보다 더 부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 1채(10억 원)’를 소유한 A가 ‘집 1채(5억 원)와 자동차 1대(1억 원)’를 소유한 B보다 더 부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는 집과 자동차의 단위가 다르므로 단순히 ‘1채’와 ‘1대’를 합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집과 자동차를 공통의 단위인 ‘화폐’로 환산하여 A의 자산은 10억 원이고, B의 자산은 6억 원이므로 A가 더 부자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동일한 단위로 환산하는 문제는 꼭 회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핫한 이슈인 ‘온실가스배출량’에서도 단위 환산의 문제가 존재한다. 감축대상인 온실가스는 교토의정서에서 제시한 7가지의 물질(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을 말한다. 이 7가지 물질은 단위가 다르므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7가지 물질의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이산화탄소환산량(CO2e)’으로 측정하여 온실가스 감축량을 얘기한다. 회계에서 모든 것을 ‘화폐’로 측정하는 것처럼 7가지 온실가스를 모두 ‘이산화탄소환산량’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회계는 ‘특정 경제적 실체의 이해관계자가 합리적인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거래를 식별, 측정, 기록해서 보고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회계에서는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측정은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회계에서는 모든 것을 화폐가치로 측정하므로 일반인이 ’회계‘하면 ‘숫자(화폐)’를 떠올리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에서는 단순히 숫자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숫자를 더할 것인가, 뺄 것인가, 곱할 것인가, 나눌 것인가를 논하는 것이다. 즉, 회계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논리적 산물의 결과를 ‘숫자(화폐)로 표현’할 뿐이다. 
 
회계에서 모든 것을 화폐로 측정하다 보니 다소 무리가 따르기도 하고,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누락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은 건물과 토지 등이 별로 없으므로 자산이 많지 않다. 그 기업의 진정한 자산은 우수한 인력이다. 그러나 재무제표에는 우수한 인력 정보가 없다. 한때 ‘인적자원회계’가 논의된 적은 있었으나 측정의 문제 때문에 지금은 논의되지 않는다. 또한 기업에서 중요한 자산인 ‘무형자산’의 가치가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기업이 주된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창출한 공익적 결과’인 ‘사회적 가치’도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들이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폐가치 측정’의 문제 때문이다. 우수한 인력이나 무형자산, 사회적 가치 등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화폐가치로 측정할 것인가의 문제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주관적인 판단으로 자의적으로 측정하여 보고하면 보고하지 않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회계의 가장 큰 특징인 ‘화폐가치 측정’이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는 시대다. 따라서 “회계는 필요없다”라는 책까지 나온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레브(Lev) 교수와 구(Gu) 교수도 현행 회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무형자산 측정 및 보고와 비재무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화폐가치 측정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맞지만 회계에서 화폐가치 측정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단지 보완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고, 화폐가치로 측정되지 않는 비재무보고의 중요성도 더욱 강조될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하듯 회계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변화하여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로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회계를 공부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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