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레버리지 배율에 적정성 우려에도…KB캐피탈, 왜 조용할까
총자산 10조 이상 6개사 중 열악한 자본적정성
위험부담 큰 기업·투자금융 자산 2배 가까이 증가
공개 2022-05-18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6일 19: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배율 규제에 캐피탈사들이 너도나도 자본확충에 힘쓰고 있지만 KB캐피탈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작년 말 기준 KB캐피탈은 상위권 캐피탈사 중 가장 높은 레버리지 배율을 보여 자본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자동차금융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큰 기업·투자금융 자산이 확대되는 것도 우려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KB캐피탈의 총자산레버리지 배율은 7.9배로 전년 8.9배와 비교해 1배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B캐피탈은 작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레버리지 배율을 낮췄다. 이는 내년부터 캐피탈사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올해 2월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추가 발행했다.
 
(사진=KB금융)
 
레버리지 배율은 기업이 타인 자본에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자기자본 대비 자산 비율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캐피탈사 레버리지 한도를 올해 기존 10배에서 9배로 조정하고, 2025년 이후에는 8배로 조정하도록 정했다.
 
금융당국 규제로 인해 작년부터 캐피탈사는 적극적으로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지난 10일 기준 올해 캐피탈사의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총 6000억원으로 2018~2020년 평균 자본확충 규모인 6000억원을 올해 상반기가 되기 전에 넘어섰다. 작년 한 해에만 진행된 자본확충은 총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수한 재무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은행계 캐피탈사들의 대규모 자본확충도 눈에 띈다. 은행계 캐피탈사들은 △KB캐피탈 △하나캐피탈 △신한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NH농협캐피탈 등이 포함된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은행계 캐피탈사의 평균 자본 규모는 1조원, 레버리지 배율은 8.2배였으나, 작년 약 1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을 통해 지난달 말 기준 평균 자본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늘었고, 레버리지 배율은 7.2배로 개선됐다.
 
이러한 자본확충 흐름 속에서 KB캐피탈은 상위권사 캐피탈사의 레버리비 배율과 비교해도 다소 더딘 모습이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규모가 10조 이상인 곳은 △현대캐피탈(34조4122억원) △KB캐피탈(14조3999억원) △하나캐피탈(13조6666억원) △신한캐피탈(10조8785억원) △우리금융캐피탈(10조2598억원) △현대커머셜(10조11억원) 등이다.
 
이들의 레버리지 배율을 보면 △현대캐피탈 7.1배 △KB캐피탈 7.9배 △현대커머셜 7.7배 △하나캐피탈 7.5배 △신한캐피탈 6.3배 △우리금융캐피탈 8.6배다. 우리금융캐피피탈은 지난 3월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추가로 자본확충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레버리지 배율은 1배 이상 개선될 전망이다. 결국, 상위권 캐피탈사 중 KB캐피탈이 가장 높은 레버리지 배율을 보인다.
 
 
 
여기에 캐피탈사들의 주요 영업 영역이었던 자동차금융시장에 카드사들이 참가함에 따라 수익성 증대를 위해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기업·투자금융을 확대하는 모습은 자본적정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작년 말 기준 KB캐피탈의 영업자산 구성을 보면, 자동차금융이 9조504억원으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이어 소비자금융 2조2734억원, 기업금융 2조1414억원, 투자금융 1951억원으로 나타났다.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동차금융은 전년 대비 0.4% 소폭 하락하고, 소비자금융은 전년 대비 27.4% 증가했다. 반대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신용위험이 높은 기업금융은 전년 대비 110.6%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투자금융도 전년 대비 82.5% 자산 규모가 늘었다.
 
캐피탈사들이 기업·투자금융 자산을 늘리는 모습에 대해 신용평가사는 우려의 시선을 보였다. 한국신용평가는 “레버리지 규제 강화로 과거와 비교해 영업자산 확대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위험 수준이 높은 자산 비중이 확대될 경우 레버리지 지표 대비 실질적인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KB캐피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레버리지 배율은 7.73배로 연말까지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투자금융 확대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신용위험 부담이 적은 곳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KB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기업·투자금융 자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관련 영업자산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증가 폭이 더 커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기업·투자금융은 KB금융(105560) 계열사가 진행하는 딜이나 우량한 대형 운용사에서 참여하는 펀드 등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곳을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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