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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의 판매는 매출인가? 부채인가?
공개 2022-04-15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2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올해 주총 시즌에는 ㈜위메이드의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가 논란이 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처음에는 2021년 매출액 5607억원과 영업이익 3258억원을 공시했다가 회계감사 과정에서 수정이 발생하여 매출액은 3350억원으로 감소(40.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974억원으로 감소(70.1% 감소)한 것으로 공시했다. 위메이드(112040)는 자사 발행 토큰인 위믹스(Wemix) 판매 금액을 처음에는 ‘매출’로 기록했다가 회계감사 과정에서 ‘부채(선수수익)’로 회계처리함으로써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가상자산(위믹스)을 판매하면 매출로 인식해야 하는가,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가? 가능한 회계처리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첫째, 위메이드가 가상자산의 판매 후 고객과의 관계가 종결된다면 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을 제3자에게 판매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고객이 위메이드로부터 가상자산을 구입한다면 위메이드는 가상자산의 판매시점에 수익을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매출(영업수익)’로 인식할 것인가,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는 남아 있다. 매출은 기업의 본래 영업활동과 관련된 수익이므로 위메이드가 가상자산의 판매를 본래의 영업활동으로 본다면 매출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다. 
 
둘째, 위메이드가 판매하는 서비스와 재화(게임 아이템 등)를 가상자산으로 구매하기 위하여 고객이 위메이드로부터 가상자산을 구입한다면 가상자산의 판매시점에서는 ‘부채(선수수익)’로 처리하고, 나중에 고객이 가상자산을 이용해서 위메이드의 서비스와 재화를 구매하는 시점에서 매출로 처리하는 것이 회계이론적으로 적절하다. 이는 백화점이 ‘상품권’을 판매하는 시점에서는 매출이 아닌 부채(선수금)로 기록하고, 고객이 상품권을 이용하여 상품을 구매할 때(즉, 상품권이 회수될 때) 매출로 인식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다. 
 
논란이 된 위메이드의 경우에는 위메이드가 판매하는 서비스와 재화를 구매하기 위하여 가상자산(위믹스)을 구입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므로 위메이드가 가상자산을 판매할 때는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한 이유는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IFRS)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국내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위의 논의도 회계이론적 관점에서 필자가 판단한 것이며, 실제 회계기준이 제정된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자산이나 새로운 거래가 출현하면 여러 회계 이슈가 발생한다. 국제회계기준에서 이를 신속하게 반영하여 회계기준을 제정하면 문제가 없으나, 빠른 시일 내에 회계기준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기존의 회계기준 관점에서는 새로운 자산이나 거래에 대한 회계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는 측면도 있으므로 국제회계기준을 성급하게 제정할 수도 없다. 새롭게 출현한 자산이나 거래 등을 국제회계기준에서 모두 포괄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이 제정되더라도 일부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일부 문제는 미해결 상태가 되고, 새로운 회계 이슈가 또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방안은 공시를 활용하는 것이다. 여러 가능한 대안 중에서 기업이 선택한 대안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선택하지 않은 대안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공시하여 이해관계자(주주나 채권자 등)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위메이드의 경우에도 가상자산의 판매를 부채로 인식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되, 회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가상자산을 매출로 인식하는 경우에 재무제표의 주요 계정과목(매출, 영업이익 등)에 미치는 영향을 따로 공시하여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방법이다. 
 
앞으로 가상자산 회계처리 외에 또 다른 회계 이슈가 발생하고, 빠른 시일 내에 회계기준이 제정되지 않는 경우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때마다 회계처리가 논란이 되고, 주주나 채권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회계이론에 충실하게 기록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공시를 통해 이를 알림으로써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어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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