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속도 내는 농협생명…재무건전성 불안 잠재울까
후순위채 발행·유상증자…총 8000억원 규모 신규 자본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익 하락 방어·IFRS17 선제 대응
공개 2022-04-08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6일 19: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농협생명이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내년 시행되는 새 자본규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진행한 수요예측에 흥행한 농협생명은 기존 금액보다 두 배 키운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하고, 25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결정했다. 여기에 최근 상승한 채권금리에 따른 보유 채권 평가이익 하락 방어에도 나서 재무건전성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실린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지난달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총 8000억원의 자본 확충을 결의했다.
 
(사진=농협생명)
 
먼저, 지난달 30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주주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농협생명은 지난 2020년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이전보다 규모를 키운 2250억원 수준이다.
 
다음날 진행된 정기주주총회에서는 후순위채 발행을 결의했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5년 만이다. 지난달 진행한 수요예측에 모집금액 대비 3배 이상의 금액이 모이면서 기존 3000억원에서 두 배 늘린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자율은 4.35%다.
 
올해 들어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DGB생명과 흥국생명이 각각 950억원, 4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했다. 이달 1일에는 메리츠화재(000060)가 신종자본증권 7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한화손해보험(000370)은 지난달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고, 한화생명(088350)은 지난달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여러 보험사가 자본 확충에 집중하는 데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IFRS17(새 국제회계제도)과 K-ICS(신 지급여력제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는 기존 회계방식이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새 회계제도가 도입될 경우, 현재 적용 중인 RBC(지급여력) 비율 역시 기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모습 속 농협생명의 움직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대형 생·손보사들이 진행한 자본확충 규모와 비교했을 때, 유상증자까지 더하면 그 크기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농협생명의 RBC 비율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210.5%로 전분기 대비 12.1%p 떨어졌다. 대규모 신규 자본이 투입될 경우 RBC 비율은 200%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생명 RBC 비율이 크게 떨어진 데는 유가증권 계정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영향 때문이다. 지급여력금액의 금리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며 지난 2020년 말 1조2000억원이었던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은 작년 말 100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가용자본의 높은 금리 민감도와 금리 상승 전망을 고려하면 RBC 비율이 추가 하락할 우려가 크다”라며 “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후순위채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농협생명이 대규모 자본을 후순위채 발행으로 조달한다는 것은 우려할 부분이다.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 어려운 경우,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을 선택한다.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과 비교해 발행이 쉽지만, 잔존 만기가 5년 이내에 도래할 경우 자본인정 비율이 20%씩 차감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신종자본증권은 발행금리가 후순위채와 비교해 높지만, 만기까지 발행금액이 100% 자본으로 인정된다.
 
이를 고려할 때, 농협생명은 유상증자를 받은 금액 2550억원을 제외하면 후순위채 발행 금액은 온전히 자본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셈이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은 자본확충 방법으로 후순위채를 선택한 이유로 신종자본증권 대비 낮은 발행금리, 발행비용, 수요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상승한 채권금리 상승은 자본확충에 불을 지피는 원인 중 하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오전 장 마감 기준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전장 대비 0.095%p 상승한 2.974%를 기록했다. 오전 9시 30분경에는 장중 3.0%를 돌파하기도 했다. 국채 3년 물 금리가 3%를 넘은 것은 8년 3개월 만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보험사 입장에서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익이 감소해 자본건전성 하락에 대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는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선제적인 자본 확충 차원”이라며 “새롭게 확보된 자본은 대출과 국내 유가증권, 단기금융상품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