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경쟁' NPL시장 복귀한 우리금융, 판 흔들 수 있을까
대출 만기연장·상환 유예 정상화 '호재'…내년 1월 출범 목표
유암코·하나·대신·키움F&I 경쟁 심화…부실채권 회수·관리 '관건'
공개 2021-12-24 09:10: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2일 10: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8년여 만에 부실채권(NPL) 시장으로 귀환했다. 올해 들어 ‘완전 민영화’라는 숙원을 달성한 만큼,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고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부실채권 투자 전문회사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최동수 부사장을 우리금융F&I 대표로 낙점하고, 최 대표를 중심으로 과거 NPL 자회사를 경영했던 경험을 되살려 주요 플레이어(Major Player)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년 3월 정부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장조치’ 정상화를 앞두고 금융사들의 NPL 시장 참전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프앤아이가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내년 1월 부실채권(NPL) 투자 전문회사인 ‘우리금융F&I(에프앤아이)’ 출범을 위해 관련 인력 채용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금융이 부실채권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지난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비은행 계열사를 매각한 이후 8년여 만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 승인 획득으로 본격적인 인수·합병(M&A) 기반을 마련한 만큼 중소형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적당한 매물이 없는 까닭에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부실채권투자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금융이 가진 무기는 과거 NPL 자회사를 운영한 경험과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로 요약된다. 지난 2014년 민영화정책에 따라 대신증권(003540)에 넘겨준 대신에프앤아이(구 우리에프앤아이)를 2001년부터 14년간 자회사로 경영한데다 그룹사인 우리종금도 NPL 투자를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우리에프앤아이를 통해 그룹의 취급자산 커버리지 확대와 자회사 간 시너지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과거 우리에프앤아이는 매년 4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우리에프앤아이를 재설립해 그룹내 쇠퇴·구조조정기업과 부동산 등 기초자산 분석 전문역량을 보유한 자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수장을 맡은 최동수 신임 대표는 우리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과 중앙기업영업본부장,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본점영업본부장을 지내며 기업금융 핵심 보직을 거친 인물로 2017년 미래전략단 상무에 이어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을 역임하며 안살림을 도맡았다. 최 대표는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설 회사의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NPL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NPL투자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해 왔다”면서 “내년 공식 출범을 앞두고 관련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NPL과 CR(기업구조조정)까지 취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사진/백아란기자
 
그러나 우리에프앤아이 앞날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감소한 가운데 전업사로 전환한 하나에프앤아이의 적극적인 NPL 입찰 참여와 키움에프앤아이·아시아에프앤아이 등 신규 부실채권 전문투자사 설립,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의 참여 등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더욱이 부실채권 투자관리 시장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대신에프앤아이 등 일부 대형사들이 시장점유율의 60~8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심화는 시장점유율과 수익률에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1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14조1000억원) 보다 2조2000억원 감소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작년 3분기 0.65%에서 0.51%로 0.14%포인트 하락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1분기(0.78%) 이후 7분기 연속 내림세다. 같은 기간 총여신은 2333조6000억원으로 8.6% 늘었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30.6%에서 156.7%로 올랐다.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10월말 기준 0.25%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연체 발생액은 9000억원으로 작년 10월(1조3000억원)보다 줄었지만,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6000억원으로 1년 전과 같았다.
 
물론 코로나19 관련 지원책을 고려하면 착시효과가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 이후 3차례 연장했던 26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상 대출 만기·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부터 정상화하기로 하면서 NPL 시장의 양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지만, 경쟁사들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에 따라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걸림돌이 많은 실정이다.
 
업계 1위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경우 올해 3분기말 현재 부실채권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80개와 부실채권 정리지원을 위한 대부회사, 임대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신에프앤아이는 본업인 NPL투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개발 등 신사업에서 새로운 기회 모색하는 한편 자산관리와 업무수탁 기능을 수행하는 대신에이엠씨를 100% 자회사로 두고 투자자 직접 관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밖에 하나에프앤아이의 경우 2016년 9월부터 자산관리(AM) 업무를 개시하며 일부 NPL투자자산에 대한 자체관리를 통해 회수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NPL 담보자산 매각정보 안내시스템(H.N.I.S)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하나에프앤아이는 51개의 유동화회사 와 3개 주식회사, 1개 금전신탁 등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부실채권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부실채권의 회수와 관리 성과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실채권 투자관리업의 경쟁력은 자산을 얼마나 적절한 가격으로 매입하고 효율적으로 처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내년 NPL시장은 정부의 대출지원 프로그램 종료와 이로 인한 은행권 부실채권 잔액, 매각물량 규모 등이 영향을 줄 것”이라며 “원금상환유예가 종료되는 경우 이연된 부실채권 매각이 집행됨에 따라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물량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 연구원은 다만 “금리 인상 기조 등 경기 불확실성이 상존함에 따라 투자한 부실채권의 회수와 관리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경기저하 등으로 국내은행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증가할 경우 NPL시장 규모 확대로 영업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기존에 투자한 NPL자산의 회수가액 하락으로 수익성은 저하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부실채권 투자사업의 경우, 적정수준의 매입가격을 통한 양질의 자산 확보 여부와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회수가액과 회수기간 등에 대한 관리능력도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해서다. 그는 이어 “신규 부실채권 전문투자사 설립 등으로 입찰 경쟁은 과거 대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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