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5년 만에 생산직 채용…노조개입으로 불똥튀나
내달 100여 명 규모로 신규 채용…완성차 조립라인 투입
노조 일부 '자녀 우선채용' 요구 논란
공개 2021-11-30 08:55:0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6일 20:1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기아(000270)가 생산직 신규 채용을 검토하면서 생산 활력이 더해질 것이란 기대감은 잠시, 노조 개입으로 불똥이 튀어 새로운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간 기아는 전기·수소차 등의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위해 연구직 등은 지속적으로 채용해 왔지만 생산직을 모집하는 건 지난 2016년 말 이후 약 5년 만이다. 다만 노조 일부가 정년퇴직자 또는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한 우선 채용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어 기아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기아 양재동 사옥. 사진/뉴시스
 
2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내달 초 생산직 신규 채용으로 100여 명을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아 생산직 근로자 2만3000여 명의 0.43% 수준이지만, 지난 2017년 이후 첫 생산직 정규직 채용이라는 점에서 취업을 준비중인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관심이 높다.
 
실제 2019년에는 기아 취업을 미끼로 A씨가 구직자 616명으로부터 기아 취업보증금 명목으로 135억원을 가로채는 등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반면 기아 입장에서는 친환경차 전환에 따른 인력 축소 필요성 때문에 생산직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면서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분을 제외하면 매년 인력이 줄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라인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기존 내연기관 대비 부품 수가 적어 조립 라인이 단순화되고 이에 따른 인력도 약 25~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아의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근로자 수는 3만5258명으로 같은 기간 2020년 3만5347명, 2019년 3만5671명으로 소폭 감소 추세에 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규직 인원 감소 폭이 큰데 2019년 366명에 그친 기간제 근로자는 2020년 453명, 올해 748명으로 전체 근로자 수가 감소함에도 기간제 근로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기아의 정규직 근로자 감소에 따른 장기종업원급여충당부채도 올해 상반기 3137억원으로 전년 동기(3275억원) 대비 4.2% 줄어들면서 인원 감소에 따른 부채도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기간제 근로자가 증가한 이유는 기아가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베테랑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기아와 마찬가지로 현대차(005380) 역시 노사 합의를 통해 ‘시니어 촉탁제도’를 통해 퇴직자에 한해 결격 사유가 없으면 6개월 단위로 계약직 근로자로 재고용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이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들의 정규직 전환까지 겹치면서 생산직 신규 인력 증원이 어려웠다. 당시 기아 노사 특별합의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총 2387명의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친환경차 전환에 따라 생산직 근로자들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지만, 무작정 생산직 근로자를 줄일 수도 없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기아 노조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정년퇴직자의 예상 인원이 7266명에 달하는 만큼 라인 안정화를 위해선 생산직 인원의 충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의 경우 도장이나 일반 부품 조립 라인의 경우 자동화로 이뤄지지만, 메인인 완성차 조립 라인은 사람이 투입돼야 한다. 이에 기아 노조 측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아의 정년퇴직자 등은 1300명에 달하지만, 신규 생산직 직원이 없었던 만큼 신규 채용을 요구해 왔고 사측에서 이를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노조에서는 꾸준히 정년 연장을 요구해 왔지만, 친환경차 전환되는 시점에 생산직 충원이란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지 않았고, 대신 장기 근속자 등에 한해 기간 근로 연장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인 안정화를 위해 필수인원에 대한 채용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EV6 GT 라인. 사진/기아
 
다만 기아 노조 가운데 소하지회에서 신입 사원 채용시 단체협약 제 27에 의거한 ‘우선 및 특별 채용’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며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들에 대한 우선 채용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원론적인 얘기일 뿐 공식적으로 우선 채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3년 노사합의를 통해 직원 자녀에 대한 가산점을 제공하기로 한 이 제도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이번 채용에서 100명을 고용한다고 가정하면 면접자의 25%는 직원 자녀들로 채워야 하고, 채용 조건 가운데 인적성 검사 30%, 면접 70%의 비율 중 면접에서 직원의 자녀는 5%의 가점을 적용받는다.
 
노조 관계자는 “장기근속자의 자녀가 가점을 배정받는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 채용된 인원을 보면 100명 가운데 실제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원은 3% 수준에 그친다”라며 “회사에서도 능력 있는 유능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더욱 꼼꼼한 채용절차를 거치고 있어 근로자 자녀라고 해도 쉽게 들어올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기아가 친환경차 전환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신규 채용에 나서는 점은 자연감소분을 제외하더라도 전기차 조립 라인에 젊은 인재를 투입해 생산 공백을 메우고 라인 안정화를 챙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으로 부품 수요가 감소해 생산직 인원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기존 인원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라며 “전기차 조립에 전문 생산직 인원을 늘리기 위해서도 일정 부분 채용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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