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파이 커지는데…뒷걸음질 치는 삼성자산운용, 지위 '흔들'
시장점유율 44.8%…올 들어 7.2%p 축소
원유ETF선물 관련 소송·해외법인 부진 '발목'
공개 2021-11-18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18:5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올해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선두에 섰던 삼성자산운용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 2~3위에 머물던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덩치를 키우며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데다 운용사 간 최저 수수료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독주체제가 위협받는 형국이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원유선물 ETF 관련 소송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ETF 브랜드 코덱스(KODEX)의 점유율 하락으로 순익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0%가량밖에 안돼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총액은 69조6636억원으로 올해 들어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액티브 ETF 상장이 허용되면서 메타버스, ESG 등 테마형 ETF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시장이 커지면서 운용사별로는 희비가 교차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올해 10월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가치총액은 30조5231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27조365억원)보다 12.8% 증가했지만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시장 점유율은 44.8%로 올해 들어 7.2%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이 50%를 하회한 것은 2017년 7월(48.7%) 이후 약 4년 만이다. 지난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ETF 상품인 ‘KODEX200’을 상장시키며 20년간 시장 선두를 지켜왔지만 테마형 ETF와 최저 보수를 앞세운 운용사들의 도전에 공고했던 위상이 쪼그라든 셈이다. 실제 월별 기준으로 보면  지난 5월 50.7%였던 시장점유율은 6월 48.7%, 7월 46.7%, 8월 45.2%, 9월 44.2%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표/한국거래소
 
반면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규모는 작년 말 13조1686억원에서 올해 10월말 22조8599억원으로 10조원(73.6%)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25.3%에서 33.6%로 8.3%포인트 늘었다. 현재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자산운용 간 시장점유율 격차는 11.2%포인트에 불과하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양사의 격차는 26.7%포인트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위가 뒤집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해 10월 KB자산운용의 순자산 규모는 5조3226억원으로 작년보다 57.6% 급증했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순자산은 40.4% 뛴 3조4060억원으로 나왔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7.8%, 5.0%로 1.3%포인트, 0.3%포인트 올랐다. KB자산운용의 경우 올해 초 이현승 단독대표체제 전환 이후 ETF&AI본부를 신설하고 업계 최저 보수를 내세웠던 전략이 통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올해 7월 ‘타이거(TIGER)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총보수를 연 0.09%에서 0.022%로 인하했으며 한투운용은 테마형 상품인 'KIN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 등 ETF5종의 총보수를 각각 연 0.02%로 내렸다. 여기에 메리츠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액티브 ETF’를 상장시키며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최근 코덱스 액티브ETF 8종의 순자산이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여전히 1위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높은 점유율을 되찾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사진/뉴시스
 
더욱이 운용자산(AUM)은 300조원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내실을 키워야 하는 과제도 존재한다. 실제 올해 10월 말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과 평가액을 더한 AUM은 298조7589억원으로 업계 1위지만,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59억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별도기준·4463억5000만원), KB자산운용(596억7000만원)을 하회한다.
 
한편 각종 소송과 신용 리스크도 상존한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ETF 월물 교체(롤오버)를 둘러싼 분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일방적인 운용방식 변경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 공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코덱스WTI원유선물 ETF운용’과 관련해 일반 투자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수령했다. 올해 3분기 현재 삼성자산운용이 피고로 계류 중인 주요 소송건은 모두 7건으로 소송금액은 112억1410만원에 달한다.
 
삼성운용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라는 수치에 연연하기보다는 메가 트렌드 등 시장의 흐름을 읽는 ETF를 선보이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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