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고객 신뢰' 외치면서 취약계층은 모르쇠
영업효율화 앞세워 점포 폐쇄 추진…1년 간 6.3% 감소
당국 가이드라인 무용지물…노조 "금융공공성 지켜야"
공개 2021-11-10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8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미래의 금융은 고객의 일상에 녹아들어 간 ‘초 개인화된 생활금융 서비스’가 될 것이다…결코 변할 수 없는 금융의 핵심가치는 바로 고객의 믿음과 신뢰다.” 지난 1일 국민은행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나온 허인 KB국민은행장의 포부다. 지속성장을 위해 금융과 비금융 영역을 아우르는 토탈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허 행장은 특히 지난달 맞춤형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오픈한 ‘KB스타뱅킹’과 젊은 세대에 특화된 ‘리브 넥스트’를 경쟁력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꼽으며, 생태계 확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모바일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금융 기술의 도입으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함에 따라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금융의 핵심가치인 ‘고객’의 소외에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 초점을 맞춰 영업전략을 바꾸면서 직원과 영업점, 자동화기기수가 모두 줄어드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행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카카오·토스 등 핀테크사 간 경쟁과 운영비 절감 등 영업효율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외면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과거 은행 영업력을 상징하던 점포의 위상이 떨어진 점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지점과 출장소(점)를 포함한 국내 점포는 총 952곳으로 전년동기(1016곳) 보다 6.33% 감소했다. 이는 전체 14개 은행 평균 점포 감소폭인 3.95%를 웃도는 수준으로,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감소폭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856곳)과 우리은행(815곳), 하나은행(634곳)의 점포는 각각 2.28%, 5.45%, 6.21% 줄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지난 7월 여의도IFC점을 비롯해 총 28개 점포를 통폐합했으며 현재 부산 해운대 센텀파크점과 신해운대점 등 5곳의 유휴부동산에 대해 매각공고를 내고 입찰도 진행하고 있다. 관련 부동산의 최저입찰금액(건물분 부가가치세 제외)은 240억원에 달한다.
 
오는 12월에는 서울 반포(점)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서울 개봉동지점 등 12개 점포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서울 관악 지점과 여수종합금융센터 등 모두 35개 점포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효창동 △관악 △문정파크하비오 △여수종합금융센터 △아시아선수촌(점) △상암미디어(점) △대구강북 △동진주 △목포 등 영업점 24곳과 출장소 11곳이 내년 1월2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연초 금융당국이 은행권과 함께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 절차’를 마련하며, ‘금융소비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실질적인 취약계층 보호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오프라인 점포 폐쇄 전 지역별 영향 등 사전절차를 강화하고, ATM 운영과 같은 대체 수단 모색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국민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올해 6월 말 기준 5547곳으로 1년 새 16.3% 급감했으며 점내 365일 코너와 무인점포도 각각 9.86%, 7.41% 줄어든 713개, 725개로 나왔다. 지역별 점포 비중 역시 서울(37.11%), 경기(24.60%), 인천(5.56%) 등 수도권을 제외하며 대부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 금융정의연대가 25일 금감원 앞에서 '은행 대규모 점포 폐쇄 중단 및 금융당국의 점포폐쇄 절차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비대면 활성화에 발맞춰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개편하기는 했지만, 스마트폰 조작이나 모바일·인터넷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은 사실상 축소된 것이다. 연초 희망퇴직(800명) 여파와 점포가 줄어들면서 전체 임직원수가 줄었지만, 실질적인 비용절감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KB금융(105560)지주의 잠정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일반관리비는 3조195억원으로 전년대비 7.3%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8.6%로 작년과 같다. CIR은 총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통상 CIR이 낮을수록 적은 비용을 들여 많은 이익을 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은행 총임직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1만7219명으로 1년 새 1.96%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반 정규직원이 1만6274명에서 1만5477명으로 4.90% 감소한 반면 업무집행책임자 등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받는 임원은 66명에서 72명으로 9.09% 늘어났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수익을 키우기 위한 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가 양질의 일자리 증발은 물론 금융산업의 공공성 악화시킨다고 지적하며 당국의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제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협의회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당국에 은행의 점포 폐쇄 현황을 점검하고 가이드라인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면서 “임단협 등을 통해서도 직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전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점포 통폐합은 영업점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고령자 등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 거래 고객에게 불편이 없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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