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점포폐쇄 가시화…돈 쫓다 '노사 악몽' 다시 오나
지방법원 출장소 사업 수익 기대 어려워
SC그룹 점포 축소 계획 영향
노조 “직원들 일자리 상실 우려…구조조정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공개 2021-10-08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6일 18:1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SC제일은행 본사. 사진/강은영 기자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SC제일은행이 노조와의 충돌에 한발 물러서며 점포폐쇄를 중단하기로했지만 점포축소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공탁금 사업 포기에 대한 법원의 공문이 이미 발송돼 되돌릴 수 없는데다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이하 SC)그룹의 글로벌 축소 계획으로 인해 점포폐쇄가 일반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불거진다. 노조는 수익성만 앞세우는 점포폐쇄가 결과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 노사는 지난달 17일 은행의 일방적인 점포폐쇄를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SC제일은행지부는 지난 8월부터 사측이 일방적인 점포폐쇄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다.
 
점포폐쇄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6월 SC제일은행이 지방법원 공탁금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부터다. SC제일은행은 총 12개 지방법원(지원 포함)의 공탁금을 관리해왔으나, 각 지방법원에 계약 해지 공문을 발송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노조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이 공탁금 관리를 포기한 지방법원 중 3곳은 재계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으로, 계약 기간이 3년가량 남은 곳도 있었다. 이에 노조 측은 SC제일은행이 지방법원 공탁금 관리를 포기한 것이 국내 점포 축소를 위한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SC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 앤디 할포드(Andy Halford)는 현재 약 800개 글로벌 점포 수를 400여 개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며 이후 외부 전문가 평가 참여를 생략할 수 있는 관공서(지자체·학교 등)와 업무계약 종료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시중은행이 점포폐쇄를 늘리자, 금융감독원은 무분별한 점포폐쇄를 막기 위한 공동절차를 마련했다. 시중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려면, 고객에 미칠 영향과 대체수단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내부분석,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또한, 관공서를 대상으로 하는 공탁금 사업이 알짜배기로 불렸던 과거만큼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의 공탁금 관련 자산은 지난 2016년 말 23억3900만원에서 2017년 12억800만원, 2018년 6억5600만원, 2019년 4억7800만원, 2020년 3억1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방법원 출장소와 같은 공탁금 사업은 큰돈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가지 부수 업무가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라며 “실질적으로 남는 이익이 없어 공탁금 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로 보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 노사는 합의를 통해 점포폐쇄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지방법원 출장소는 이미 각 법원에 공문을 발송해 접수된 상황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추가적인 노사 갈등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조 역시 점포폐쇄에 대한 우려가 지속한다고 예상했다. 특히 모기업 기조가 점포 축소인 만큼 추후 점포폐쇄가 일반 지점으로 확대될 경우 구조조정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SC제일은행은 점포폐쇄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0년 전국 408개였던 지점을 점진적으로 줄여왔으며, 올해 6월 말 지점 수는 197개를 기록했다.
 
2014년 점포 수를 343개에서 283개로 크게 줄였고 이듬해에는 직원 1000여 명의 희망퇴직을 받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014년에는 7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2015년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급여 4943억원이 발생해 27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거뒀다.
 
다만 점포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 2016년 당기순이익 223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2013년과 점포 축소·구조조정이 완료된 2016년의 판매관리비를 비교하면 1조668억원에서 8580억원으로 19% 감소했다.
 
이후 판매관리비는 2017년 7954억원, 2018년 8694억원, 2019년 9002억원, 2020년 8531억원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017년 2770억원, 2018년 2244억원, 2019년 3114억원, 2020년 2487억원으로 고른 모습을 보였다.
 
올해의 경우도 이 같은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판매관리비는 4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805억원으로 1.5% 증가했다.
 
SC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향후 진행되는 점포폐쇄 절차는 노사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라며 “다만, 앞으로의 일정과 협의 과정에 관해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번 지방법원 출장소 계약해지로 인해 직원들 일자리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우려된다”라며 “점포폐쇄가 진행될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IB토마토는> SC제일은행 측에 이번 점포폐쇄 논란과 관련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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