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올해 3차례 M&A 성공…위기마다 투자 경영
방송 떼내고 화장품·건기식 소재와 복지몰 추가
이지웰 인수로 단숨에 선택적 복지 1위로
거래 멀티플 17~20배… 녹십자와 경쟁 '판정승'
공개 2020-12-17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6일 11:0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1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투자 매물을 적극 검토해왔던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복지몰 1위 업체 이지웰을 인수하며 올해 3건의 인수·합병(M&A)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방송 사업을 떼내고, 복지포인트와 건기식(HMR)·화장품 소재 사업을 붙이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3대 핵심사업인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를 강화한데 이어 뷰티 및 헬스케어를 더해 4각 편대로의 방향을 전환하며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도 공격적인 투자경영에 나서고 있다.
 
15일 이지웰(090850)은 김상용 대표이사(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자 6인이 갖고 있는 지분 671만996주(28.26%)를 현대백화점그룹의 식자재 유통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005440)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가액은 1250억원이다. 이지웰니스, 인터치투어, 아이앤제이 테마 투자신탁의 재매각 대금을 고려할 때 현대그린푸드가 측정한 거래 멀티플은 17~20배 사이다. {1250/0.2826-(27.8+7.6+160.6)2-196-193+63='n'(8.5*4*2+108*4/3)}
 
17~20배 사이의 거래 멀티플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회사들의 거래 멀티플이 보통 10배 내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기업을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는 거래 멀티플 13배가 사실상 마지노선"이라면서 "장시간 기업을 키울 수 있는 현대백화점과 같은 전략적투자자(SI)들이 꼭 필요한 기업을 인수할 때만 그 이상의 대가를 지불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지웰의 주요 재무지표.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현대그린푸드는 이지웰을 두고 국내 제약회사 2위인 녹십자(006280)그룹과 막판까지 경쟁했다. 마지막 승패는 향후 그룹사 사업 간 시너지에서 좌우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IB업계 관계자는 "녹십자와 달리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할 경우,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상당하다"면서 "막판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에 적극적일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선택적 복지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높은 금액을 써냈다고 전해진다. 과감한 금액을 써낼 수 있는 배경은 계열사인 현대드림투어를 통해 선택적 복지 서비스 사업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그룹이 이지웰에 인수 대금이 높은 편"이라면서 "김상용 대표 개인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 기존 사업모델에 대기업의 힘이 추가가 된다면 더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라고 높은 가격을 써낸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 경제 위기마다 현대백화점은 M&A와 같은 굵직한 딜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IMF 외환위기가 다소 진정된 2000~2002년 서울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을 인수해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오픈했고, 울산의 백화점인 주리원을 인수해 울산점을 열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2009년에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신촌점, 대구점, 충청점을 차례로 출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그룹은 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한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몸집을 불렸다"면서 "이번 SK바이오랜드, 이지웰 인수도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토털 라이프 케어 기업'을 목표로 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백화점·홈쇼핑·아울렛·면세점), 패션(한섬(020000)), 리빙·인테리어(현대리바트(079430)·현대L&C)를 큰 골격으로 한다. 올해 현대백화점그룹의 M&A는 3대 축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3대 축에 속하지 않은 유선방송사업자인 현대에이치씨엔을 매각했으며, 현대바이오랜드(052260)(구 SK바이오랜드)와 이지웰을 차례로 인수하며 유통 부문을 강화하고 뷰티 및 헬스케어 부문으로 외연 확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건강기능식품·화장품의 원료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지난 5월 국내 유력 화장품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조사와의 경쟁에서 이기며 현대백화점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대바이오랜드는 뷰티 및 헬스케어 부문으로 분류되는데 외연 확장은 유통으로부터 발생한다. 현대홈쇼핑(057050)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퓨처넷(126560)(구 현대HCN)이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선택적 복지 사업을 영위 중인 현대드림투어. 출처/현대드림투어 홈페이지
 
현대백화점 그룹의 품에 들어온 이지웰은 기존 사업과 더불어 현대그린푸드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종합식품기업이다. 주요 사업군 중 이지웰은 기업에 B2B 방식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사업군, 여행 및 선택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드림투어와의 협업을 통해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업들이 복지를 외주로 돌리는 분위기라 선택적 복지 회사에 대한 가치가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복지 포인트가 통상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온 점도 앞으로 기업이 임직원에게 복지 포인트를 제공할 유인이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자체 이커머스(E-Commerce)인 Hmall과도 접점이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더현대닷컴)·홈쇼핑(현대H몰) 운영을 통해 축적된 현대백화점그룹의 구매 협상력과 노하우 등이 결합될 경우 이지웰의 상품구성(MD)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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