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하락' 헬릭스미스, 유증으로 관리종목지정 피할 수 있나
최대주주 불참 악재에 자금 활용 논란까지
유상증자 참여율 저조 가능성 높아져
공개 2020-11-06 10:00:00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4일 18: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관리종목 지정을 막기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 헬릭스미스(084990)가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상황이 복잡하다. 정정공시를 통해 그동안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손해를 입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해 이번 유상증자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만큼의 충분한 자본을 확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의 유상증자 불참 등 기존 주주들의 신뢰는 더욱 떨어지며 유상증자의 흥행 가능성 자체가 크게 낮아졌다.
 
4일 헬릭스미스는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 5년간 투자한 위험상품에서 모두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며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면밀한 관리를 통해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액 2643억원 중 원금 1350억원과 이자 182억원은 문제없이 상환 받았으며 9월 말 기준 발생 손실은 75억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은 지난달 2861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정정공시를 통해 공개된 내용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2016년부터 고위험 투자자산을 지속적으로 취득해왔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금리까지 지속되자 운용수익이라도 내기 위해 보유한 현금을 고수익을 제공하지만 고위험에 놓인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하게 된 것이다.
 
 
 
고위험·고수익 금융자산은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당기순이익 등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며 현금흐름 악화와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헬릭스미스는 9월 말 기준 83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어 유동성 위기는 없다는 설명이지만 문제는 신뢰 하락이다. 고위험 상품 투자에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 명목으로 진행했던 유상증자 자금이 투입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사전에 공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을 살펴보면 1분기 말 727억5000만원에서 2분기 말 735억200만원, 3분기 말 1440억6500만원, 4분기 말 1534억2000만원이 증가했다. 특히 2분기 말에서 3분기 말 증가율은 96%에 달했는데 지난해 진행했던 1496억원 유상증자 금액이 8월13일 납입 완료됐다. 이 금액이 투입됐을 거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2019년 유상증자 당시 증권신고서를 보면 ‘납입대금 유입 이후 실제 사용집행 시기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국내 제1금융권 등의 안정성이 높은 금융상품 등에 예치할 계획이며 자금의 사용시기가 단기간 내에 도래하는 자금의 경우에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국내 제1금융권 등의 안정성 높은 단기금융상품 등에 예치하여 운용할 계획’이라고 공시했지만 사실상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당장 유상증자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주주인 김선영 대표이사가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반 주주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유상증자 자금 활용에 대한 신뢰 저하는 참여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헬릭스미스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사용 목적에 따라 사용될 수 있도록 법무법인을 통해 에스크로(중개매매 보호)해 CFO 및 감사위원회가 이를 승인·감독하는 과정을 통해 자금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 번 깨진 신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진투자증권(001200)이 실권주 인수인으로 나서는 만큼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수는 있지만 기본 수수료 이외의 잔액인수금액의 12%에 달하는 실권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자부담 증가로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주가도 급락했다. 이 내용이 포함된 정정공시가 나온 지난달 16일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3만1750원(종가 기준)이었는데 다음날에는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이후 2만원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 하락은 모집총액 축소로 이어져 헬릭스미스는 이번에 유상증자를 하고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082억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자기자본 대비 54.36%에 달했다. 이에 올해나 내년 또 다시 자기자본 대비 50% 넘는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을 기록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은 505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3.25%를 기록하고 있는데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50%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신약에 대한 연구개발 단계로 빠른 실적 개선이 어려운 만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 자본총계를 늘려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다만 현재 주가는 예상 발행가액인 3만8150원보다 낮다. 예상 발행가액은 이사회 결의일 전날인 9월16일을 기산일로 해 이전 1개월 거래량 가중평균주가, 1주일 거래량 가중평균주가, 기산일 가중평균주가를 계산해 나왔는데 오는 11일 확정되는 1차 발행가액의 경우 유상증자 공시 후 주가가 1만원 후반에서 2만원 초반대로 형성돼 있어 예상 발행가액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 주주들은 현재 주가로는 모집총액이 1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19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헬릭스미스는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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