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쌍용차, 신차 출격에 생사 달렸다
대주주 마힌드라 경영권 매각중 "더는 투자하지 않을 것"
쌍용차, 올해 2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 및 관리종목
내년 1분기 출시 첫 준중형 전기차 'E100' 흥행에 사활
공개 2020-10-26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0일 18: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태영 기자]"고객이 열망할 수 있는 쌍용자동차만의 독특한 매력을 찾자"
 
지난해 3월 취임한 예병태 신임 대표이사는 "마힌드라와 함께 공동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글로벌 SUV 전문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면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희망은 지속적인 실적 악화 속에 대주주 마힌드라가 결국 경영권 매각 방침을 정하면서 사라졌다. 2011년 마힌드라에 매각된 지 9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이 없을 경우 기업회생절차에 갈 수밖에 없지 않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홀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주주는 손절하는 모양새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 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주주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사회는 쌍용차에 더는 투자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라며 “쌍용차에 더 이상 자금이 나가는 일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마힌드라그룹의 쌍용차 지분율은 74.6%다. 쌍용차 지분율이 낮아질 경우 쌍용차는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다. 시설자금으로 대출한 2000억원에 대한 조건 중 하나가 '마힌드라의 지분율 51% 초과 보유'이기 때문이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6월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잠재 투자자에게 투자 의향을 타진했다. 현재 마힌드라는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약 3000억원 규모의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을 확보하는 데 5억6400만달러(약 6500억원)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매각의 핵심은 결국 양 측이 만족할 만한 가격선일 텐데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매수자 측이 연매출보다 수십배 많은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2014년 설립한 연매출 2000만달러(약 240억원) 규모의 북미 지역 자동차 유통사다.
 
매각을 떠나 근본적인 문제는 실적 악화에 따른 투자 및 신차 부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올해 초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6271억원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 이어 반기보고서마저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았다. 한국거래소는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4624억원 초과하는 등 쌍용차가 계속기업으로서 의문이 제기된다”라고 밝혔다. 1년 내에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은 3000억원이 넘는 상태다.
 
살 길은 첫째도 둘째도 실적 반등이다. 쌍용차는 최근 간판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렉스턴과 티볼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9일 준대형 SUV 렉스턴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올 뉴 렉스턴’을 출시했다. 지난 7일에는 홈쇼핑을 통해 2021 티볼리 에어 신차 발표회를 진행했다. 방송 시작 30분 만에 2000콜 가량의 상담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내년 1분기에 출시될 첫 준중형 전기차  'E100'의 흥행 여부가 관건이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신형 전기차를 잇따라 내놓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가격 및 성능 경쟁력을 갖출지 주목된다.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와 손잡고 순수 전기차 개발 협력에도 나섰다.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BYD는 지난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만8834대(시장 점유율 6%)를 판매해 글로벌 5위를 차지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임직원이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내년 1분기에 선보일 쌍용차의 첫 전기차의 경우 관련 인증을 마치고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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