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재실사 없다"…'사고무친' 정몽규 HDC회장의 선택은?
산은·금호 그룹, 분명한 '거절'…정 회장 결정만 남아
최악의 딜 클로징 코앞, 코로나19 탓만 할 순 없어
공개 2020-08-03 17: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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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와 관련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정몽규 HDC(012630) 회장이 선택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시아나 인수 여부는 기본이고,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노딜'의 여파를 함께 감당할 아군은 없어 보인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각사 제공 제작/IB토마토
 
산업은행은 3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이슈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이 나섰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재실사 요청은 통상적인 인수합병 절차에서 이런 경우가 없을 정도로 과도한 수준"이라면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라는 기본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회장의 목소리는 더욱 확고했다. 그는 "7주 동안 엄밀한 실사를 한 상황에서 자꾸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라면서 "현산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악의적 왜곡이 있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과 최 부행장의 발언은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여론전에 대한 대답이다. 지난 6월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HDC는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002990)에 보도자료 방식으로 재점검, 재실사 등을 요구했다. 
 
이동걸 회장이 요구한 인수 의지 피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6월 그는 HDC의 대화 방식에 대해  "60년대에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재협상이) 편지로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상호 신뢰 측면에서도 만나서 협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을 대비한 명분 쌓기로 해석하고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 여부를 표현하고 있지 않고, 형식적인 말만 반복하고 있다"라면서 "또한 대부분이 법적인 문구다 보니 진실성은 더더욱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80% 이상 자본이 잠식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그룹이 바로 휘청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수 상황이 180도 바뀐 부분은 모두 수긍한다. 하지만 HDC가 지적받는 부분은 협상 태도다. 금호그룹에 따르면 4월9일 전후로 HDC 그룹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이 최악으로 치달음에 따라 적극적이었던 HDC그룹의 인수 의지는 소극적으로 변했다. 금호그룹은 "HDC 측에 수차례에 걸쳐 구체적 재점검·재협의를 요청했으나, HDC는 무답으로 일관했다"라고 주장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나서서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 매각 전에서 산업은행은 매각주체가 아니라며 최대한 발언을 피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의 인수 의지를 이 회장이 나섰다. 더 나아가 김 장관도 정 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유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HDC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유관 부처이기도 하다. IB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는 현산이 하는 일에 뗄래야 뗄 수 없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본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하는 거대 여당"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주력인 건설업 때문에 국토교통부와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관계가 악화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 정부의 주축이다. 김 장관은 부동산 문제 해결사로 임명한 장관으로서 출범 이후 현 정부는 그를 지지하고 있다. HDC그룹 입장에서 앞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차악만 남은 상황이지만, 정몽규 회장의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심사숙고해 주시길 바란다"라는 이동걸 회장의 메시지가 어느 때보다 묵직한 이유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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