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팔리는 골칫거리 두산건설…'반쪽짜리 M&A' 우려
두산, 골칫덩어리 '두산건설' 매각 '목전'
두산건설, '일산 제니스' 악몽 이후 좀처럼 회복 못해
악성 부채·부실 채권 여전히 그룹 보유, '반쪽'짜리 M&A 지적
공개 2020-07-14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3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클럽모우CC에 이어 두산솔루스(336370) 매각이 확정된 가운데 오랜 기간 두산그룹의 골칫거리였던 두산건설(011160) 매각이 눈앞에 다가왔다. 두산그룹이 자산 매각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중 1조원을 빠르게 마련하며 그룹 조기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두산건설 매각은 거래 성사에 포커스를 맞춘 탓에 부실 채권과 악성 부채가 여전히 그룹 내 있어 '반쪽'짜리 인수합병(M&A)이란 지적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000150)은 두산건설 매각에 관한 우선협상자 지위를 대우산업개발에 부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예상 금액은 3000억~4000억원 선이다. 두산은 오랜 기간 두산건설의 매각을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M&A업계에서 두산건설은 몇 년 전부터 잠재 매물이었다"면서 "다만 원매자가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두산 계열사 중 매각의 필요성이 가장 크게 거론됐던 곳이다. 만성적자 속 재무 부실이 이어져 두산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2014년 이후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이자비용과 손상차손 그리고 대손상각비용이 과도한 탓에 당기순손실을 면하지 못했다. 
 
두산건설은 수주잔고의 81.1%가 건축·주택 부문에 집중돼 있는 회사다. 하지만 주력 사업부가 유사한 건설사와 다른 행보를 걸었다. 2015~2017년 주택 경기가 좋았던 시기에 HDC현대산업개발(294870), 반도건설, 호반건설 등은 큰돈을 벌었다. 이후 해당 건설사들은 당시 '현금부자 기업' 반열에 올랐다. 풍성한 곳간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020560), 대우건설(047040), 대한항공(003490) 등 우호적·적대적 M&A 거래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되기도 했다. 시공순위 143위인 모아미래도 역시 주택 사업 호조를 바탕으로 재원을 마련, 클럽모우CC 골프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두산위브더제니스'. 출처/두산위브 홈페이지
 
하지만 두산건설은 선구안이 아쉬웠다. 대표적인 곳이 두산 위브(We've)일산 제니스다. 일산 제니스는 경기도 일산서구 고양시 탄현동에 위치한 지하 5층~ 지상 최고 59층, 230m 높이의 아파트다. 총 2700가구에 이를 정도로 대단지다. 경기북부 지역에 처음으로 들어선 초고층 아파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분양가 책정, 수요층이 얕은 대형 평수 위주 설계 등 잘못된 시장 분석으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낳았다.
 
두산건설은 일산 제니스 악몽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다. 그 사이 회사 규모는 반 토막 났다. 2014년 말 5조원이었던 자산은 올 1분기 말 2.2조원으로 줄었다. 신용등급도 꾸준히 떨어져 한국신용평가 기준 'BB-/부정적'까지 빠졌다. 기업신용등급은 'BB'등급부터 투기등급으로 분류한다. 부도 위험이 내포된 회사라는 의미다. 한신평에 따르면 BB- 등급의 연간부도율은 9.09%에 이른다. BB- 등급마저도 두산중공업(034020), 두산 등 그룹 차원에서 지난 5년간 1.6조원의 자금을 지원했기에 가능한 등급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두산 사업구조 재편에서 두산건설을 주목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두산그룹 역시 두산건설 매각에 총력을 기울였다. 원매자가 주택브랜드 위브(We've)와 시공과 토목 사업 부문의 유·무형의 가치만 인수할 수 있게 매각 구조를 설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의 시작은 두산건설의 매각"이라면서 "다른 건설사들은 1조원 넘게 벌었던 시기에 두산건설은 1조원 넘게 적자를 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금 확보에 급급했다는 평도 있다. 두산건설을 지난달 16일 물적분할을 하며 밸류그로스란 회사를 세웠다. 밸류그로스로 넘기는 자산은 대부분이 부실 채권이다. 인천 학인두산위브아파트, 일산제니스 상가, 한우리(칸) 리조트, 공주신관 토지 등의 장기 미회수 채권과 대여금이다. 해당 채권들은 악성 채권으로 분류된다. 지난 1분기 말 두산건설의 장기대여금에는 대손충당금이 66%, 매출채권에는 82%가 설정돼 있다. 
 
또한 추가적인 인적분할도 예상된다. 이 경우 두산건설 내 자산과 부채를 인적분할을 통해 분리, 자산중심 법인과 부채중심 법인으로 분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우량자산 법인으로서 매각이 성사될 경우, 부채는 여전히 두산에 남아있게 된다. 예를 들면, 부채가 1조원이고 자산이 1조원인 가치가 0인 회사를 부채를 떼어내고 자산 1조원만 판다고 하자. 이 경우 현금 1조원이 되지만 회사 내에는 여전히 부채 1조원이 남아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 매각은 부채 감소보다 현금 동원에 포커스가 맞춰진 딜"이라면서 "두산건설 매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이런 구조라면 채권단만 굿뉴스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제보하기 0